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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30 조회수894 추천수17 반대(0) 신고



2013년 가해 대림 제1주일


< 너희는 준비하고 깨어 있어라. >


복음: 마태오 24,37-44






그리스도(Young Jew as Christ)


렘브란트 작, (1656), 베를린 국립 박물관


     <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

 

         사랑도 기억이 사라지면 지속될 수 없음을 보여주었던 영화가 내 머리 속의 지우개입니다.

수진은 유달리 건망증이 심합니다. 편의점에서 콜라를 사고는 그냥 나와 버립니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자신의 콜라를 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그 콜라를 빼앗아 마셔버립니다. 그런데 지갑까지 놓고 나온 것을 다시 기억하고서는 편의점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지갑은 물론 콜라까지 그대로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인연으로 수진은 콜라를 영문도 모르고 빼앗겨버린 철수를 만나게 되었고 그들은 사랑이 깊어져 결혼에 골인하게 됩니다.

그러나 기억력이 점점 사라져서 어느 날은 집에 오는 길도 떠오르지 않게 됩니다. 혹시나 해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그 판정이 건망증이 아니라 알츠하이머, 즉 치매였던 것입니다. 치매는 가까운 기억부터 하나하나 사라져가는 무서운 병입니다. 결국 수진은 철수에게 헤어지자고 합니다.

내 머리 속에 지우개가 있대.”

그러나 철수는 끝까지 수진을 지켜내려고 합니다. 모든 물건에 사용법과 이름을 써줍니다. 수진의 머리에서 철수의 기억부터 지워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자신에게 상처만 주고 떠났던 옛 애인 영민이가 수진의 옛 물건들을 가져다주러 찾아왔습니다. 수진은 자신이 결혼한 줄도 모르고 옛 애인을 사귈 때의 기억만 남아있어서 그를 여전히 애인처럼 대합니다. 영민은 또 이런 수진을 이용합니다. 급기야 수진은 철수를 보며 영민이라 부릅니다. 철수는 영민처럼 행동해주지만 그의 마음은 찢어집니다. 수진의 마음엔 더 이상 철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득문득 자신이 철수를 사랑했고 그와 결혼했다는 사실이 떠오르게 되는데 그 때 더욱 가슴이 찢어지는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결혼한 것도 잊고 옛 애인 이름만을 불렀다는 것을 자신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기억이 지워질수록 사랑은 고통만 남게 됩니다.

 

지금 사랑하면 지난 기억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억이 사라지면 사랑도 사라집니다.

기억을 조금씩 상실해 가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의사를 찾아가 상담을 청했습니다. 의사는 뇌수술을 하면 기억이 더 이상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덧붙입니다.

그러나 수술부위가 시신경과 접해있기 때문에 시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는 묻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겠습니까? 시력입니까, 아니면 기억입니까?”

여러분은 기억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시력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저는 기억을 선택하겠습니다. 비록 보이지는 않더라도 나의 부모님이 누구이고 내가 그리스도로부터 사랑받았고 또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추억을 버린다면 이 세상을 본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늑대에게 길러진 아이들은 자신들이 늑대로부터 길러졌다는 기억밖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 기억이 온 삶을 지배합니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가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 모든 것들은 하느님께 대한 기억을 지우는 지우개와 같습니다. 정신이 팔리게 해서 기억해야 할 것을 망각하며 살게 만듭니다. 예를 들면 몇 년 전에 컴퓨터 게임에 빠진 젊은 부부가 자신의 자녀를 굶겨죽게 만든 것과 같습니다. 그들은 게임을 하느라 자신들에게 아이가 있는지조차 잊고 살았던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당신이 오실 때가 마치 노아의 홍수 때와 같을 것이라고 하십니다. 홍수가 들이닥치는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면서, 홍수가 닥쳐 모두 휩쓸어 갈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아만은 하느님을 잊지 않았습니다. 노아가 배를 만든 기간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노아가 480세부터 600세가 될 때까지 120년간 방주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즉 노아가 깨어있었다고 하는 뜻은 그 오랜 세월동안 하느님 말씀을 잊지 않고 실천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옛 일본의 한 성주가 새로운 성을 짓고 싶어 하였는데 성을 지을 때 기둥에 산 사람을 한 명 넣는 전통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성주는 누구든 자신의 성에 기둥이 되면 아들을 사무라이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사무라이는 신라시대 화랑들처럼 귀족가문의 자제들로 구성된 높은 신분의 단체였습니다.

이에 평민 한 어머니가 새로 짓는 성의 기둥이 되겠다고 자원하였습니다. 성주는 그 어머니를 기둥에 넣고 성을 지었습니다.

그 어머니의 아들은 성주의 약속대로 사무라이가 되는 훈련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높은 귀족신분이 아닌지라 함께 훈련받는 귀족 자제들로부터 심한 차별을 받게 됩니다. 몇 번이고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 때마다 어머니가 들어가 있는 기둥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사무라이로 만들기 위해 성의 기둥이 되어버린 어머니를 생각하며 끝까지 참고 견뎌서 훌륭한 사무라이가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이것이 바로 깨어있음입니다. 기억해내려고 노력해야만 기억되는 것이 사랑입니다. 사무라이는 깨어있었습니다. 깨어있다는 뜻은 잊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잊지 않기 위해서는 기억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하고 우리는 수시로 그 기억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보며 나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세상은 자꾸 사랑을 지워버리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역사상 사랑의 마음을 담아낸 아주 유명한 표현 가운데 하나는 타지마할입니다. 타지마할은 39세에 아이를 낳다가 유명을 달리한 인도 여왕 뭄테츠 마할을 위한 무덤입니다. 그녀의 남편은 사별의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을 온 세상이 기억할 수 있도록 기념비를 건축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강 근처에 있는 정원을 건축 장소로 선정했고,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건축가와 석공을 동원했으며, 귀한 건축 자재를 먼 곳에서 수입했습니다. 무려 20여 년에 걸친 공사 끝에 아름답고 정교한 건축물이 완공되었습니다.

 

결혼하면 그 결혼을 기억하기 위해 반지를 교환하고 반지를 항상 차고 다니며 자신이 결혼한 사람임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무라이가 되기 위해 항상 어머니가 들어있는 기둥을 찾았던 것처럼 예수님도 당신의 사랑을 기억하라고 미사를 제정했습니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미사를 드리면 그분의 사랑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미사만 꾸준히 나와도 우리는 어느 정도 깨어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미사에 빠지면서 하느님을 생각하며 살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입니다. 따라서 어떤 표징을 통해 항상 기억을 새롭게 하여야 합니다. 부모를 항상 기억한다고 하면서 성묘를 한 번도 가지 않는 것이 말이 안 되듯이, 미사를 하지 않으면서 그분을 기억했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아빌라의 데레사는 그리스도와의 영적혼인을 경험하고는 단 한 순간도 그리스도를 잊어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는 저절로 기억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분을 기억하기 위해 그만큼 완전한 노력을 했다는 뜻입니다. 그분은 우리를 잊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우리도 잊지 않도록 미사와 밥 먹을 때, 혹은 아침저녁 기도나 삼종기도 등을 만들어놓았습니다. 우리도 내 시간을 억지로라도 잘라서 자주 기도를 바치며 그분을 삶 안에서 지우는 시간을 줄여가도록 노력합시다. 이것이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는 삶입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극이 필요한 것이라고 합니다. 깨어 있으려면 잠과 싸워야합니다. 마찬가지로 기억하려면 잊혀지는 것과 또 잊혀지게 만드는 것들과 맞서야합니다. 노력하지 않고서는 결코 깨어있을 수 없습니다. 자주 그분을 기억하기 위해 나만의 노력들을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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