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의 모든 것] (11) 자비송
그리스도께 대한 환호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 니콜라 푸생, ‘예리코에서 눈먼 이를 고치시는 예수님’, 1650년, 캔버스에 유채, 119x176cm, 루브르 박물관, 파리 프랑스. 나처음: 참회 예절 때 세 번이나 “제 탓이오”를 반복하며 손으로 가슴을 치는 이유는 무언가요? 조언해: 성부, 성자, 성령 이렇게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각각 통회하기 위해 세 번 기도하는 거죠. 라파엘 신부: 모든 전례와 그리스도인 신앙생활에서 ‘3’을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연관 지어 묵상하고 행하려 하는 것은 칭찬할만한 습관이라 생각해. 그 의미가 반드시 맞지 않아도 모든 걸 하느님과 연관 지어 그분 뜻을 헤아리는 것은 신앙인으로서 바람직한 자세라고 할 수 있지. 그래서 언해를 칭찬해 주고 싶어. 신앙인으로 참 잘살고 있는 것 같아. 나처음: 그럼 3이라는 숫자에는 삼위일체 하느님을 상징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있다는 건가요. 라파엘 신부: 전례에서 숫자 ‘3’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려면 먼저 성경에 드러난 숫자의 속뜻을 알아야 한단다. 성경에서 ‘3’은 사물과 시간의 시작과 중간, 그리고 마침을 가리켜. 가장 대표적인 예가 너희 둘이 말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지. 그래서 성경에서 ‘3’은 ‘하느님의 세계’를 가리킨단다. 하느님께서 가장 거룩하신 분이시기에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만군의 주 하느님”(이사 6,3)이라며 천사들이 찬미하지. 예수님께서도 세 차례 유혹을 받으시고, 무덤에 사흘 동안 묻혀 계시다가 부활하시지. 이렇게 하느님의 거룩함을 드러내는 수가 전례에 들어오게 된 것이야. 전례에서 숫자 ‘3’은 하느님의 거룩함을 환호하고 간청할 때 사용되고 있단다. 먼저 미사 시작과 함께 참회 예식 때 “제 탓이오”를 세 번 반복하며 오른손으로 자기 가슴을 친단다. 이는 자기 잘못에 대한 아픔과 뉘우침을 표시하는 거란다. 조언해: 신부님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도 세 번 외쳐요. 라파엘 신부: 그렇구나. ‘자비송’은 짧지만, 하느님께 죄를 고백하고 자비를 간청하는 아주 훌륭한 기도란다. 이 기도의 대상은 주님이신 그리스도이시지. 첫 번째 “진심으로 뉘우치는 사람을 용서하러 오신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는 루카 복음 4장 18-19절의 말씀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포로들에게 해방을, 소경들에게 눈뜰 것을 선포하며 억눌린 이를 풀어주시는 주님께 자비를 청한단다. 두 번째 “죄인을 부르러 오신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는 마태오 복음 9장 13절의 말씀을 그대로 옮긴 것이지. 마지막 세 번째 기도 “성부 오른편에 중개자로 계신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는 요한 복음 16장 26-28절에 나오는 그리스도의 약속을 상기시켜주는 기도야. 이처럼 자비송은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시는 주님이신 그리스도께 대한 ‘환호’라고 설명할 수 있지. 조언해: 미사 때마다 기도했지만, 이 기도가 모두 복음서에 나오는 말씀인지는 몰랐네요. 라파엘 신부: 자비송의 기도 대상이 주님이신 그리스도라고 했지. 신약 성경이나 초세기 교부들의 문헌 대부분은 그리스도를 “주님”이라고 고백하고 있단다. 예를 들어 초대 교회의 유명한 그리스도 찬미가인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2장 11절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하셨습니다”라고 노래하고 있지. 천사가 목동들에게 예수님의 탄생을 알릴 때에도 “오늘 다윗 고을에 여러분을 위해 구원자가 나셨으니 그분은 그리스도 주님이십니다”(루카 2,11. 「200주년 신약성서」 인용) 하고 말하지. 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수에서 고기를 잡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 예수님의 사랑을 받던 제자가 베드로에게 “주님이십니다”(요한 21,7)라고 알리지. 이처럼 교회는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후 승천하여 아버지 하느님 오른편에 계시면서 만물을 통치하시는 주님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고백하고,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미사에 참여한 모든 회중은 주님을 부르면서 주님이신 그리스도께 영광을 드린단다. 그리고 예리코의 눈먼 이가 주님의 자비와 능력을 믿고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마르 10,47-48)하고 외친 것처럼 우리도 미사 중에 주님의 자비를 간청하는 것이란다. 조언해: 그레고리오 성가로 ‘키리에 엘레이손’(Kyrie eleison,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며 노래하는 게 너무 좋아요. 라파엘 신부: 자비송이 언제부터 미사 예식 부분에 들어왔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어요. 전례학자들은 5세기경 동방 교회에서 사용하기 시작했으리라 추정하고 있지. 4세기 말에 쓴 「에테리아 여행기」에 “예루살렘에서 바치던 저녁 기도 중에 부제가 기도 지향을 말하면 소년들이 매번 ‘키리에 엘레이손’ 하고 환호했다”고 적혀 있어요. 또 비슷한 시기에 안티오키아를 비롯한 동방 교회에서도 미사나 시간 전례 중에 간청 기도와 키리에로 구성된 호칭기도를 바쳤다고 해. 서방 교회에서는 5세기 말엽이나 6세기 초에 예루살렘 성지를 순례하고 온 순례자들을 통해 자비송이 받아들여져 미사와 시간 전례 때 부르기 시작했단다. 8세기 이전에는 ‘키리에 엘레이손’ 3번, ‘크리스테 엘레이손’(Christe eleison,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3번, 다시 키리에 3번 등 9번을 노래했단다. 3번은 성사의 거룩함을, 9번은 구품천사를 상징하는 것이라고도 해. 그런데 중세기의 저명한 전례학자였던 메츠의 아말라가 첫 번째 키리에는 성부께, 두 번째 크리스떼는 성자께, 마지막 키리에는 성령께 올리는 환호라고 그릇된 해석을 해서 오랫동안 그렇게 인식하기도 했단다. 좀 전에 언해가 했던 말처럼 말이야. 오늘날 미사에서는 자비송을 2번씩 부르고 있지. 그러나 교황청의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은 “다양한 언어와 음악적 특성 또는 상황에 따라 여러 번 되풀이할 수도 있다”(52항)고 허용하고 있단다. 그러면서 자비송은 신자들이 주님께 환호하며 그분의 자비를 간청하는 노래이므로, 관습에 따라 모든 이가 바치며, 교우들과 성가대 또는 교우들과 선창자가 한 부분씩 맡아 교대로 바치라고 권고하고 있지. 지금 우리가 미사 때 하는 것처럼 말이야. 참! 그러고 보니 미사의 양식도 3가지네. 다음엔 미사의 세 가지 양식에 대해 알아보자꾸나.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9월 27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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