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대림 제1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12-06 조회수560 추천수15 반대(0)

교구청 주방에서 김장을 했습니다. 앞으로 1년 동안 맛있게 먹을 김치를 마련할 것입니다. 시흥 5동에 있을 때도 매년 김장을 했습니다. 매주 교중 미사 후에 식사를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적성 성당에 있을 때도 김장을 했습니다. 겨울이면 김치를 재료로 만두를 만들었고, 김치전을 만들어 먹기도 했습니다. 김장의 추억은 어릴 때도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형편이 좋으시면 시장에 가서 배추를 사셨습니다. 저는 배추가 가득 실린 리어카를 뒤에서 밀기도 했습니다. 형편이 어려우시면 어머니는 시장에 가셔서 시래기 같은 것들을 얻어 오셨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시래기를 얻어오는 길은 힘이 나질 않았습니다.

 

요즘은 집에서 식사를 많이 하지 않고, 쉽게 김치를 살 수 있기 때문에 김장을 하는 가정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본당에 있을 때, 김장을 하면 저는 돼지고기를 샀습니다. 김장을 하는 동안 돼지고기를 푹 삶았습니다. 식사시간이 되면 봉사자들과 함께 김이 하얗게 올라오는 밥과 돼지고기 삶은 것, 새우젓, 얼큰한 김치 속, 절인배추 그리고 소주한잔을 함께 먹었습니다. 빈첸시오 회원들은 따로 김장을 해서 주변의 어르신들을 찾아갔습니다. 외롭고 허전하신 어르신들에게 드리는 김치 한통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성탄 선물이 되었습니다.

 

영성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저는 김장의 영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장은 혼자 하기 어렵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준비를 합니다. 김장을 하면서 함께 이야기를 하고, 마음속에 있는 앙금을 털어내기도 합니다. 신앙은 이렇게 함께 더불어 사는 것입니다. 배추는 소금을 뿌리고, 물에 담가서 절여야 합니다. 숨이 죽은 배추라야 속을 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습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이, 참된 신앙은 겸손함에서 시작합니다. 절여진 김치는 속을 넣어야 합니다. 김치의 속은 여러 가지 양념의 조화입니다. ‘고춧가루, 젓갈, , 쪽파, 대파, , 마늘, 양파, , 등 여러 가지 양념과 재료들이 한데 어울려서 맛있는 김치를 만들어 줍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재료들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사실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녹아서 하나의 맛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들의 마음에도 여러 가지 양념을 넣어야 합니다. ‘사랑, 친절, 겸손, 희생, 나눔의 양념이 우리의 마음에서 버무려지면 그리스도의 향기가 진하게 나는 신앙인이 될 것입니다. 이제 속이 꽉 찬 김치는 잠시 땅속에 묻히게 됩니다. 겨울바람을 받아내며, 하얀 눈을 맞으면서 비로소 진정한 맛이 우러나는 김장김치가 됩니다. 주님께서도 십자가의 고통을 받으셨고, 사흘 동안 땅 속에 묻히셨습니다. 그리고 영광스럽게 부활하셨습니다.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아름다운 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속상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도 40일 동안 기도하시면서 하느님 나라를 꿈꾸셨습니다. 화려한 꽃은 땅 속에서 양분을 찾는 뿌리가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나의 희생과 사랑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원망할 것도 없습니다. 해님만 보신다면 달님만 보신다면 주님만 아신다면 외로울 것도 없습니다. 아쉬울 것도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눈이 먼 사람의 눈을 뜨게 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눈을 뜨고 있지만 다른 것들 때문에 눈이 멀곤 합니다. 돈에 눈이 멀기도 하고, 출세에 눈이 멀기도 하고, 권력에 눈이 멀기도 합니다. 원망과 미움에 눈이 멀기도 하고, 눈앞의 이익 때문에 눈이 멀기도 합니다. 욕망에 눈이 멀어서 사랑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눈을 뜨고 있지만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신앙의 눈으로, 사랑의 눈으로, 희망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들 역시 오늘 자비를 청한 소경처럼 주님께 참된 신앙의 눈을 뜰 수 있도록 청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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