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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 송영진 모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12-09 조회수669 추천수6 반대(1) 신고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 (2013. 12. 9. 월)(루카 1,26-38)

 

<에덴동산 밖에서 다시 안으로>

 

(원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은 12월 8일인데,

올해는 주일과 겹쳐졌기 때문에 12월 9일로 이동되었습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셨다는 교리는

겉으로는 성모님에 관한 교리로 되어 있지만

사실은 예수님에 관한 교리입니다.

예수님은 거룩하신 하느님의 아드님이시기 때문에

그 예수님을 잉태하신 성모님은

당연히 원죄가 없으신 분이라고 믿는다는 것입니다.

(성모님을 '하느님의 어머니' ㅡ 천주의 성모 ㅡ 라고 부르는 것은

'예수님은 하느님'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이 원죄를 가진 채로 태어나면 안 되는 것인가?"

라고 질문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일에 예수님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원죄를 가진 채로 태어나셨다면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요한 1,1)." 라는 신앙고백과 모순이 됩니다.

예수님은 원죄 이전부터 존재하신 말씀이신 분이라는 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그러면 성모님은 원죄가 있으셔도 상관없지 않은가?"

라고 물을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성모님에게 원죄가 있으셔도 예수님은 원죄가 없으신 분이지만,

그렇다면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님에게 한 말들과 모순이 됩니다.

천사는 성모님을 "은총이 가득한 이, 주님께서 함께 계시는 이,

하느님의 총애를 받은 이" 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표현들은 성모님이 처음부터

특별한 선택을 받으신 분이라는 것을 선언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선택과 은총과 총애가

잉태 첫 순간에 이미 주어졌다고 믿고 있고,

따라서 당연히 성모님의 원죄 없으심을 믿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모님의 원죄 없으심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원죄가 있음을 강조하는 것과 같습니다.

'원죄'는 보통 아담과 하와의 범죄 때문에

모든 인간이 날 때부터 가지게 된 죄로 정의되는데,

아담과 하와 이후로 모든 인간을 물들인 죄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원죄와 죄는 다릅니다.

죄는 각자 자기 자신이 짓는 것이니까 자기 탓이지만

원죄는 자기 탓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것을 좀 단순하게 표현하면,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지은 후에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처지를 물려받은 것이

(에덴동산 밖에서 살다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물려받은 것이)

원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본 적도 없는 먼 옛날 조상의 죄를 후손들이 대신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죄의 결과로 생긴 인간의 처지는 어쩔 수 없이 물려받게 됩니다.

많이 억울하긴 하지만...)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것은, 에덴동산 밖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을

다시 에덴동산으로 데리고 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으면 원죄가 씻어진다는 것이

우리 교회의 교리입니다.

따라서 세례성사는 에덴동산으로(하느님 나라로) 들어오라는

초대장 같은 것입니다.

입장권이 아니라 초대장입니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예수님 때문에 죽었던 베들레헴의 아기들은 예수님을 몰랐고,

그래서 예수님을 믿은 것도 아니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지도 않았지만,

사실상 예수님 대신에, 또 예수님을 위해서 죽은 것과 같기 때문에

우리 교회는 그 아기들을 순교자라고 부릅니다.

베들레헴의 아기들 같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죄를 지을 틈도 없이 짧은 생애를 살다가 떠난 어린 아기들이

하늘나라로 들어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례를 받았든지 못 받았든지 간에...)

 

초대장을 입장권으로 바꾸는 것은

각자 스스로 충실하게 신앙생활을 함으로써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것을 잘 나타내는 가르침이

'혼인 잔치의 비유'에서

혼인 예복을 안 입은 사람의 이야기입니다(마태 22,11-14).

처음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잔치에 오지 않아서

그들 대신에 길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을 새로 초대했는데,

그 가운데에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은 밖으로 쫓겨나게 됩니다.

그래서 초대를 받았지만 참석하지 않은 사람과

참석을 했지만 예복을 안 입은 사람의 운명이 똑같게 됩니다.

 

세례성사로 원죄를 씻어내더라도 누구든지 항상 유혹에 노출되어 있고,

또 죄를 짓게 만드는 욕망 같은 것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시고 태어나신 성모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성모님이 하신 일은 죄가 아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고,

"성모님도 한평생 죄를 멀리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셨다."

라고 믿는 것이 옳습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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