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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와의 싸움 -외로움, 두려움, 그리움-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12-12 조회수765 추천수9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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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2 대림 제2주간 목요일

이사41,13-20 마태1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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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의 싸움

-외로움, 두려움,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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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피정오신 분들과의 대화 중 한 대목이 생각납니다.

“수사님, 여기 수사님들은 싸우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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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아주 실제적인 질문에 당혹스러웠지만 즉시 유머러스한 답에 저 역시 흡족했습니다.

“매일 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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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의아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저를 보며 물었습니다.

“그래요. 누구와 어떻게 싸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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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싸웁니다.

매일 저와 싸우고 또 하느님과 싸웁니다.

바로 이게 영적전쟁의 요체입니다.

매일 나와 싸우고 또 기도로 하느님과 싸웁니다.

죽어야 끝나는 평생 싸움입니다.

이래야 형제들과 싸우지 않습니다.

진정 싸워야 할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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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싸워야 할 내 안의 적은 바로 외로움이요 두려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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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인간의 근본적 정서입니다.

외로워서 사람이고 두려워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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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존을 요약하는 두 단어가 외로움이요 두려움입니다.

소아과 정신과 의사(서 천석)와의 인터뷰 기사 중 한 대목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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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모들에게 많이 하는 말이 있어요.

‘지인지살’ ‘지 인생 지가 사는 거다’ 그런 뜻이에요.

결국 지 인생 자기가 살아가는 거지 그걸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해요.

지금 내 존재를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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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지살’ 바로 외로운 인간존재임을 상징합니다.

‘내 인생 내 어깨에 지고’라는 중학교 시절 읽었던 글귀도 생각납니다.

또 인터뷰에 곁들인 한 편의 시 같은 기도문에서도 인간존재의 외로움이 숙명처럼 들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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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은 내가 하고/

당신 일은 당신이 하는 것. 내가 당신의 기대에 따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며/

당신 또한 나의 기대에 따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것. 당신은 당신, 나는 나/

우연히 서로를 발견하는 그것은 아름다운 일/

그렇지 못할 땐 어쩔 수 없는 일-(프리츠 펄스 ‘게슈탈트 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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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깊이 잠재해 있는 외로움입니다.

외로움에 뒤 따르는 두려움입니다.

외로움과 두려움은 한 실재의 양면입니다.

결국은 내 외로움과 두려움과의 싸움입니다.

아무도 도와 줄 수 없는 내가 직면해야 하는 평생 싸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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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온통 끝없는 두려움에 포위되어 살아가는 현대인들입니다.

하여 하느님은 외로움과 두려움 곁에 당신 향한 그리움을 놓아두셨습니다.

다음 이사야서의 말씀은 그대로 우리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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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하지 마라.

벌레 같은 야곱아, 구더기 같은 이스라엘아!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 주님의 말씀이다.

이스라엘의 거룩한 분이 너의 구원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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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에 무려 365회나 나오는 ‘두려워하지 마라’는 말씀입니다.

두려움과 외로움과의 싸움에 답은 하느님 향한 그리움뿐입니다.

하여 성무일도의 도입구의 청원이 참 절실합니다.

“하느님 저를 구하소서./주님 어서 오사 저를 도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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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서, 외로움에서 구해 달라는 청원입니다.

하느님 향한 그리움에서 하느님과의 싸움인 끊임없는 기도입니다.

끊임없이 하느님께 바치는,

그리움에서 샘솟는 찬미와 감사의 기도가 우리를 두려움과 외로움에서 해방시켜

새 하늘 새 땅을 살게 합니다.

바로 오늘 1독서 이사야서의 빛나는 구원의 현실을 살게 합니다.

오늘 이사야서의 소주제도

‘복 받은 광복의 길’(공동번역), ‘경이로운 귀향길’(새번역)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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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말씀은 두려움과 외로움 중에 살아가는 가련하고 가난한 모든 이들이 그 대상입니다.

“나 주님이 그들에게 응답하고, 나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그들을 버리지 않으리라.

나는 벌거숭이산들 위에 강물이, 골짜기들 가운데에 샘물이 솟아나게 하리라.

광야를 못으로, 메마른 땅을 수원지로 만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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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외로움에 대한 답은

하느님 향한 그리움에서 샘솟는 기도뿐임을, 하느님뿐임을 깨닫습니다.

끊임없이 함께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미사와 성무일도의 은총이

두려움과 외로움의 광야를 낙원으로 변화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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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저는 오늘 복음을 이해했습니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나라에서는 가장 작은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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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찬양의 사람들인 우리가,

이미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들이 되어

지금 여기 하늘나라를 살고 있는 작은이들인 우리가 세례자 요한 보다 더 크다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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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서 샘솟는 끊임없는 하느님 찬양이 두려움과 외로움에 대한 유일한 처방입니다.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나라는 폭행을 당하고 있고,

폭력을 쓰는 자들이 하늘나라를 빼앗으려 하지만

그 누구도 찬양의 사람들에게서 하늘나라를 빼앗을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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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외로움과 두려움의 자리에 당신 사랑과 생명으로 가득 채워주시어

지금 여기서 하늘나라의 기쁨을 살게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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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주님 안에서 기뻐 뛰놀고,

이스라엘의 거룩한 분 안에서 자랑스러워하리라.”(이사41,16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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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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