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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17일 *대림 제3주간 화요일(R)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12-17 조회수867 추천수11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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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일 *대림 제3주간 화요일(R) - 마태 1장 1-17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강력한 구원의지의 명백한 표현, 족보>

 

 

요즘은 족보하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과거에는 아주 중요시 여겼습니다. 특히 뼈대 있는 가문일수록 더했습니다.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일어나 황급히 집을 떠나야 할 상황이면 어르신들이 제일 먼저 챙기던 것이 바로 족보였습니다. 당신들의 뿌리, 근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역사와 전통, 혈통과 가문을 중시하던 유다인들 사이에서 족보에 대한 의미부여는 우리보다 훨씬 더 강조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뒤따릅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부분인 신약성경의 첫 부분인 마태오 복음 1장 서두에 생소하고 발음하기도 힘든 사람들의 이름을 길고도 지루하며 나열해놓은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뿐만 아닙니다. 보통 수치스런 사람들의 이름은 족보에서 은근슬쩍 빼버리기도 할 텐데, 예수님의 족보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가문의 수치라고 여겨질 사람들의 이름도 버젓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는 하느님의 아들이자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께서 인간 세상에 완전히 육화되시고 동화되셨음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완전히 낮추신 하느님의 극단적 겸손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셨던지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신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 무척이나 존경하는 스승님이 한 분 계셨는데 얼마나 그분을 존경했던지 그분의 말투나 걸음걸이조차 따라하던 기억이 납니다. 누군가를 정말 사랑한다면 모든 측면에서 그와 하나 되기를 원할 것입니다. 일단 같은 공간에 항상 머물기를 원하며, 내 것 네 것의 경계가 없어지며, 나중에는 삶 전체를 공유하기를 원할 것입니다. 물론 그것도 눈에 콩깍지가 낀 잠시 뿐이겠지만^^

 

하느님이 그러셨습니다. 우리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셨으면 우리와 똑같은 모습을 취하셨습니다. 우리 인간을 얼마나 각별히 생각했으면 불완전한 인간 세상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우리 인간과 온전히 하나 되기를 간절히 원하시는 하느님의 강력한 구원의지가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강생이요, 그 명백한 흔적이 바로 예수님의 족보인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감히 범접하지 못할 특별한 용모를 지니신 분이 결코 아닙니다. 하느님은 지상으로부터 아득히 먼 거리에 고고하게 홀로 떨어져 계시는 분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그분은 우리 인간 세상 한가운데 머물기를 간절히 원하고 계십니다. 그분은 다사다난한 인간 세상 한 가운데, 매일 우여곡절이 펼쳐지는 우리네 삶 그 속에 현존해계십니다.

 

족보 안에 나열된 수많은 조상들의 이름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께 반역하는 불충실한 인간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끊어진 하느님과 우리 인간의 유대, 인간 측의 심각한 타락, 죄와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늘 우리 인간에게 충실하셨습니다. 언제나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시며 희망의 메시지를 건네셨습니다. 몰락과 타락, 패망과 좌절 가운데서도 구원의 손길을 펼치셨습니다.

 

무미건조하게 이어져오던 족보는 예수 그리스도에 이르러 마침내 강렬한 빛을 발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됩니다. 인간의 비참함은 위대함으로, 어두웠던 세상은 찬란한 빛의 세계로 탈바꿈합니다. 이 모든 것이 인성을 취하신 하느님의 육화강생으로 인한 은총입니다.

 

오늘도 또 다시 되풀이 되는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인간의 숱한 죄와 깊은 상처 그 사이로 하느님께서 육화하십니다. 절망적이고 비참한 우리 인간 세상으로 하느님께서 강생합니다. 우리 인간의 죽음을 딛고 하느님께서 살아나십니다. 나약하고 부족한 우리 인간과 더불어 하느님께서는 당신 사랑의 역사를 다시금 써내려 가십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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