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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믿음을 주는 말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12-18 조회수1,056 추천수18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3년 가해 12월 19일 대림 제3주간 목요일


< 가브리엘 천사가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알리다.
 >


복음: 루카 1,5-25





세례자 요한


엘 그레코(Greco, El) 작, (1600), 샌프란치스코 파인아트 미술관


     < 믿음을 주는 말 >

                

이철환 작가의 연탄길 2’도시락 편지란 사연입니다.

불우한 환경 때문에 배움을 포기하고 공장에 취직한 한 열등감 강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기름 때 묻은 자신의 모습이 싫어서 매일 술만 마셨습니다. 몇 년 후 마음 착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와 결혼하였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보잘 것 없는 일을 했지만 남편의 사람 됨됨이를 믿어주고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여전히 적은 월급과 기름때에 찌든 작업복을 내놓을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매일 아침 남편의 가방에 도시락과 함께 이런 짧은 편지를 써 보냈습니다.

나는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자신에게 용기를 주려고 보낸 아내의 편지가 그는 너무 고마웠습니다. 몇 달이 지나도 아내의 편지는 도시락과 함께 계속 되었습니다. 그는 아내가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공장에 출근했습니다. 그리고는 어두운 창고를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모른 이른 시간을 선택했고, 사람들이 출근하기 전에 모든 청소를 끝마쳤습니다. 아내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일이 아내와 그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기쁨으로 남아 있기를 바랐습니다.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날 아침도 서둘러 공장으로 가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공장 청소를 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사장실로부터 급히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는 영문을 모른 채 사장실로 올라갔습니다. 사장님은 그에게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나는 이십 년 전부터 자네를 지켜봤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해온 자네에게 경의를 표하네.”

그는 부장으로 승진한 뒤에도 공장 청소만큼은 변함없이 그가 했습니다.

나는 당신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이십 년을 보내 준 아내의 도시락 편지는 남편을 세워주는 힘이 돼 주었습니다. 도시락 편지는 사랑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가브리엘 천사는 즈카르야에게 하느님의 놀라운 계획을 알려줍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과 같이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서 어떻게 아들이 태어날 수 있느냐며 그 말씀을 믿지 못합니다. 왜 믿음이 약한 즈카르야에게 다른 벌도 많은데 말을 할 수 없는벌을 내리셨을까요? 어쩌면 믿음이 없는 사람은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낫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열등감 가득한 한 청년을 바꾸어 놓은 말은 나는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이 한 마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십 년 동안 매일같이 도시락과 함께 편지를 써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은 나를 믿어주는 사람의 마음을 실망시키지 않으려합니다. 그래서 그 말을 믿게 되고 그렇게 실제로 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말이 아니라 그 말에 들어있는 믿음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수원교구청에 어제 부임해서 하루가 지났습니다. 아직은 얼떨떨합니다.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것은 항상 두려움을 수반합니다. 떠나기 전날 밤 불안해하는 저에게 큰 위로를 준 문자가 왔었습니다.

신자들이 많이 섭섭하겠어요. 그래도 교구청에서 신부님을 기다리고 있는 주님의 뜻이 있을 거예요. 새로운 시작에 응원해요. 짐은 다 싸셨어요? 아쉬움에 잠 못 이루는 밤 되지 마시고 푹 쉬셔요. 그곳은 본당보다 재미없을 것 같은 불안감을 떨쳐버리시고요.”

불안한 제 마음을 잘 아시네요.”

사실이 그렇다고들 하더라고요. 그러나 그런 생각들을 신부님이 깨버리는 건 어떨까요?”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굳게굳게 믿고 가보면 그분이 알려주시겠죠. ^^”

그럼 일단 굳게 믿어볼게요. 고마워요.”

 

저는 이 짧은 문자를 통해서 오산성당에서의 마지막 밤을 편안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부족한 것은 믿음이었던 것입니다. 새로운 곳이 분명 쉽지는 않은 삶이겠지만, 그래도 하느님께서 저를 행복하게 하기 위한 삶이 준비되어 있다는 믿음이 생겼던 것입니다. 믿음의 말은 믿음을 심어줍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나와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하느님께서 항상 좋은 것을 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지닌 사람이 참으로 유익이 되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즈카리야와 같은 부정적이고 믿지 못하는 마음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불안감만 줄 뿐인 것입니다. 그래서 아예 말을 하지 못하게 하고 그 일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게 하는 편이 오히려 유익했던 것입니다. 우리도 온전한 믿음으로 좋은 믿음을 심어주는 말로 세상을 평화롭게 해 주는 하루를 살도록 결심했으면 좋겠습니다. 풍랑 속에서 불안해하고 있는 우리를 향해 예수님은 끊임없이 외치고 계십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요한 6,20)

 

 

 

 

 


 






 

 오산 성당 홈페이지: http://cafe.daum.net/ca-o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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