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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19일 *대림 제3주간 목요일(R)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12-19 조회수737 추천수17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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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일 *대림 제3주간 목요일(R) - 루카 1장 5-25

 

 

"가브리엘 천사가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알리다."

 

<허물어져가는 고성(古城)의 아름다움>

 

 

나이 들어가면서 누구나 꾸게 되는 꿈이 한 가지 있습니다. 아름다운 노년기^^ 얼굴 가득 인자한 미소를 머금은 노인, 그 어떤 일에도 당황하지 않는 여유와 평화로움, 삶의 모든 이치를 달관한데서 온 넉넉함과 너그러움, 다가가는 모든 사람들을 환대하는 황홀하면서도 부드러운 석양 같은 그런 노인...

 

그러나 현실은 어디 그런가요? 오히려 정반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점점 고집에 강해집니다. 절대로 양보하거나 물러서지 않습니다. 바늘 하나 들어갈 여유가 없습니다. 삶은 우울한 회색빛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젊은 시절부터의 노년준비입니다. 아름다운 노년기를 보내고 계시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한 가지 비결이 있습니다. 평소에 전혀 그렇지 않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여유 있고 아름다운 노인으로 돌변하지 않습니다. 사람이라는 것이 대체로 잘 바뀌지 않습니다. 젊을 때부터 그 모습 그대로 안고 나이를 들어갑니다.

 

젊을 때부터 마음 다스리는 연습을 잘 한 사람의 황혼은 찬란합니다. 젊을 때부터 침묵할 줄 알고 기도의 맛을 들인 사람의 노년은 풍랑 속에서도 평화롭고 고요합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성탄의 조연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이 그랬습니다. 이 둘은 젊은 시절부터 하느님 앞에서 의롭게 살았습니다. 주님의 모든 계명과 규정에 따라 흠 없이 살았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들에게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물론 우렁찬 애기 울음소리가 새어나오는 이웃집을 바라볼 때 마다 속이 상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억울한 마음이 들 때 마다 마음을 비우고 또 비웠습니다. 힘겨울 때 마다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뭔가 다 이유가 있겠지?’ 생각하며 큰마음으로 하느님의 때를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즈카르야에게 하느님의 뜻을 전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 14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터이지만 많은 이가 그의 출생을 기뻐할 것이다. 그가 주님 앞에서 큰 인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즈카르야는 한 순간 의심했습니다. 그래서 큰 의혹을 품고 고개를 가로로 흔들었습니다. 자신과 엘리사벳의 나이가 너무 늦었기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늙은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

 

오늘 우리도 즈카르야처럼 말하고 행동합니다.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이에 뭘 새롭게 시작해?’ 하고 포기합니다. 불가능한 일처럼 보여도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를 하느님께 맡겨드리면 불가능한 것이 없으신 하느님께서 길을 열어주실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예 포기합니다. 아예 시도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웃어버립니다.

 

어느새 우리나라도 노령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측면의 연구와 배려가 필요한 때입니다. 노인들께서 지니고 계신 풍부한 경험과 그냥 썩히기에는 아까운 지혜를 잘 활용할 방법을 모색할 때입니다.

 

그러나 노인들 입장에서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연세가 드셨어도, ‘이 나이에 무슨?’하는 생각 버리셔야 합니다. 목숨 다하는 마지막 날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마셔야 합니다. 생명이 붙어있는 한 어떻게 해서든 움직이셔야 합니다. 육체의 소멸과 반비례해서 영적인 영역의 성장이 커져가야 합니다. 내 안에 세상 것은 점점 작아지지만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커져가야 합니다.

 

오늘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는 한 가지 중요한 작업이 있습니다. 늙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입니다. 소멸과 죽음에 대한 의미의 추구입니다. 훌륭하게 나이 드는 일은 고도의 기술입니다. 잘 늙은 방법을 젊은 시절부터 연습해야 합니다.

 

잘 늙은 방법,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실천여부입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긍정적인 수용, 나를 힘겹게 하는 그 무언가를 놓아버리기,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의 약해짐을 미소로 받아들이기, 불가능해보이지만 나 자신을 넘어서기...

 

투명한 아침 햇살도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부드러운 석양은 더욱 찬란합니다. 휘황찬란한 도시도 멋있습니다. 그러나 허물어져가는 고성(古城)은 그에 못지않게 멋있습니다. ‘란 인간 존재를 아름다운 명품으로 형성시켜나가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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