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대림 제4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12-23 조회수368 추천수6 반대(0)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적성성당의 본당신부로 있었습니다. 어느 날, 운동화에 잠바를 걸친 분께서 성당엘 찾아오셨습니다. 서울에서 변호사로 개업을 하고 있는데, 아는 분의 소개로 적성성당으로 오셨다고 합니다. 시골의 신자들을 위해서 무료로 법률 상담을 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동네 음식점에서 소주한잔을 함께 했습니다. 주보에 공지를 하고, 법률상담을 받을 분들은 주일미사 후에 남으시라고 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상담을 받았습니다. ‘토지문제, 상속문제, 세금문제, 자녀문제, 이웃과의 다툼, 전세와 월세를 사는 분들의 고민들을 들어주시고, 자문해 주셨습니다. 시골 사람들은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했습니다.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은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쉽게 변호사를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그때 서울에서 적성까지 버스를 타고 와 주셨던 김 변호사님이 생각납니다.

 

어제, ‘변호인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저녁 915분에 영화를 보았는데도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줄거리는 편하고 쉬운 길이 있는데,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는 변호사의 이야기였습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이 무모한 일인 줄 알지만, 그래도 그 무호한 일을 하려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세상은 데모하고, 대자보를 쓰고, 파업을 한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의 노력이 있고, 그런 사람들의 희생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아름다운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국가는 그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여러분들의 기억 속에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는지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어쩌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그런 무모한 일을 하시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의 어머니를 잠시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무척 힘이 세셨습니다. 어릴 때 이사를 자주 다녔는데, 어머니는 이삿짐을 거의 혼자서 날랐습니다. 아버님은 이사 가는 날도 어딜 나가셨고, 이사를 다 마친 후에 돌아오곤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식구들을 먹여 살렸습니다. 쌀가게, 연탄가게를 하셨고, 나중에는 밥장사도 하셨습니다. 작은 집이라도 장만 하신 것도 어머니셨습니다. 어머니는 식구들을 위해서 빨래를 다 하셨고, 식사 준비와 설거지도 혼자서 다 하셨습니다. 아무리 아프셔도 하루 누워있으면 거뜬하게 일어나셨습니다. 저는 기억을 잘 못해서 잊을 때가 있는데 어머니는 식구들의 생일은 꼭 기억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진실한 신앙인이셨습니다. 많이 배우지는 못하셨지만 성당에서 봉사를 많이 하셨고, 평생 주일은 물론 평일미사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매일 기도 하셨고, 대녀들에게 신앙의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저의 어머니만 그러신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은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알려주는 족보에도 여성이 등장합니다. 라합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약속의 땅으로 들어 올수 있도록 도움을 준 여성입니다. 롯은 남편이 죽었기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시어머니를 충실하게 섬겼고, 다윗의 증조할머니가 됩니다. 바쎄바는 다윗의 아내가 되었고 솔로몬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이들 여성들의 특징은 모두 이방인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하느님의 구원계획은 이렇게 여성들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큰 나무는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기 마련입니다. 우리 눈에 뿌리는 보이지 않지만 뿌리가 없다면 큰 나무는 바람에 쓰러지고, 가뭄에 말라 버릴 것입니다. 가정이라는 집은 뿌리와 같은 어머니가 있기에 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려도 안전하게 지켜지는 것입니다. 신앙인들은 바로 그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합니다. 뿌리와 같은 삶입니다. 생명을 잉태하면서 산고의 아픔을 겪는 어머니의 삶입니다.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는 삶입니다. 이웃을 위해서 희생하고 봉사하는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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