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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 공석 신부님의 강론(예수 성탄 대축일 새벽 미사 2013. 12. 25.)
작성자강점수 쪽지 캡슐 작성일2013-12-23 조회수449 추천수3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예수 성탄 대축일 새벽 미사 2013. 12. 25.

루가 2, 15-20.

 

우리는 어제 밤 어둠의 한가운데 불을 밝혀놓고, 우리 삶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였습니다. 오늘 아침에 우리가 들은 복음은 루가복음서가 전하는 예수 탄생 이야기의 후반부입니다. 들판에서 밤을 새며 양떼를 돌보던 목자들이 베들레햄의 구유를 찾아가서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운 아기’를 만났다는 이야기입니다. 목자는 그 시대의 천민(賤民)입니다. 예수님을 세상에서 처음 영접한 사람은 천민인 목자들이었다는 말입니다.

 

‘목자들을 아기를 보고 나서 그 아기에 관하여 들은 말을 알려주었다.’고 오늘 복음은 말합니다. 목자들이 누구에게 알려주었는지를 이 복음은 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복음은 ‘그것을 들은 이들은 모두 목자들이 자기들에게 전한 말에 놀라워하였다.’고도 말합니다. 오늘 복음의 무대는 베틀레햄의 마굿간입니다. 그 무대에 등장한 인물은 요셉과 마리아뿐이고, 갓 태어난 예수는 구유에 누워있습니다. 여기에는 목자들의 말을 들을 사람도, 듣고 놀랄 사람도 없습니다. 루가복음서는 예수가 탄생한 이야기를 하면서 예수로 말미암아 발생한 초기신앙공동체의 복음 선포로 말미암아 발생한 현상을 겹쳐서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가르친 복음을 전한 사람들은 유대교의 사제나 율사와 같은, 그 시대 존경받던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유대교의 기득권자들이 볼 때, 별 볼일 없는 이들이었습니다. 오늘 구유를 찾아온 목자들과 같이 천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전한 하느님에 대한 진리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우리는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원리를 소중히 생각하며 삽니다.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라는 옛날의 동태복수법(同態復讐法)을 기본으로 한 원리입니다. 율법을 잘 지키면 상을 받고, 율법을 잘 지키지 못하면 벌을 받는다는 상선벌악(賞善罰惡)의 교리는 이 인과응보의 원리를 긍정하며 사는 우리들에게 대단히 합리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부감 없이 그것을 잘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복음은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면서 하느님은 고치고 살리며 용서하신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인과응보를 당연한 철칙(鐵則)으로 생각하며 살던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오늘 목자의 말에 사람들이 놀랐다는 것은 루가복음서 저자가 예수로 말미암아 발생한 초기 신앙공동체에서 볼 수 있었던 현상 하나를 겹쳐서 알려주는 것입니다. 초기신앙공동체의 복음 선포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진리는 하느님이 인간을 사랑하고 용서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인과응보를 진리라고 믿고 살던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소식이었습니다. 초기 신앙인들이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소식을 복음, 곧 기쁜 소식이라 불렀습니다. 놀라운 소식이지만 제대로 알아들으면 사람을 기쁘게 하는 소식이었습니다.

 

‘그것을 들은 이들은 모두 목자들이 자기들에게 전한 말에 놀라워하였다. 그러나 마리아는 그 모든 일을 당신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오늘 복음의 이 말씀은 복음을 듣는 신앙인들과 신앙인의 모범이신 마리아를 대조하여 말합니다. 루가복음서는 예수의 수태고지(受胎告知), 곧 가브리엘 천사가 와서 마리아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장면을 이야기 하면서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당신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 바랍니다.”(루가 1,38)라고 말하며 예수를 영접한 사실을 이미 보도하였습니다. 따라서 예수 탄생을 알리면서 복음서는 사람들은 기쁜 소식에 놀랐지만, 마리아는 목자들이 전한 말을 듣고 마음속에 그것을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고 말합니다. 말씀을 영접하는 신앙인은 복음 앞에 놀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긴다는 말입니다.

 

사람은 자기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자기가 기억한 것에 준해서 행동합니다. 어릴 때 부모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은 생명이 사랑할 줄 알고, 포악함을 보고 자란 생명은 포악하게 행동합니다. 물론 그것은 절대적이 아닙니다. 인간은 성장과정에서 본인의 노력으로 새로운 것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스스로 공부하여 얻은 성숙한 인간의 교양이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주었고, 그 새로운 기억에 준해서 어릴 때 입력된 기억을 넘어서 달리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 신앙인은 예수님이 하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그것을 되새기면서 그 간직한 것에 준해서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복음은 천사의 말을 영접하여 예수를 낳은 마리아를 신앙인의 모범으로 제시합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마리아는 그 모든 일을 당신 마음속에 새기어 곰곰이 생각하였다.’고 보도합니다. 그리스도 신앙인은 예수로 말미암아 발생한 모든 일을 배워서 마음속에 새기어 곰곰이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발생한 기억은 신앙인의 삶 안에 실천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신앙인은 계명을 지키고 재물을 봉헌하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마음속에 새겨서 곰곰이 생각하며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이 자비롭고 용서하시는 분이라, 그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면서 그 아버지의 생명이 하는 일, 곧 자비와 용서를 자기 마음속에 새기고 기억하여 그것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입니다. 성탄축일이 인류역사 안에 발생시킨 기억은 기쁨입니다. 그 기억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관습들이 있습니다. 성탄 축일을 전후하여 사람들은 주변을 장식하고, 이웃에게 기쁨을 전하는 선물도 줍니다. 그 관습이 지닌 기쁨의 원천은 하느님이십니다. 자비롭고 용서하며 사랑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그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그분으로 말미암은 우리의 실천들 안에 하느님은 살아계십니다.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셔서 신앙인의 삶에는 기쁨과 행복이 있습니다. ◆

                                        서 공석 신부님의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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