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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집행유예 인생
작성자최세웅 쪽지 캡슐 작성일2013-12-23 조회수557 추천수1 반대(0) 신고

집행유예 인생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루가13장6-9절)        

 

"내가 이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따 볼까하고 벌써 삼 년째나 여기 왔으나

열매가 달린 것을 한 번도 본적이 없으니 아예 잘라 버려라

그러자 포도원 지기는 주인님 이 나무를 금년 한해만 더 그냥 두십시오.

그 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겠습니다.       

만약 그때 가서도 열매를 맺지 못하면 베어 버리십시오. 하고 대답하였다 "              

 

얼마 전만해도 단풍 놀이로 야단법석들이더니        

어느새 벌써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형형색색들이 그 아름다움의 조화로 교태(嬌態)를 부리며

인간의 마음을 홀리더니 어느새 설경으로 환호성을 외치게 합니다.        

자연은 언제나 그랬듯이 변화를 꾀하는 분기점에서 하느님

창조질서 안에 침묵하며 순리를 따름은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욕심 없이 계절 따라 변하려는 지혜를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있습니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자연의 변화는 신비롭게도

봄이 오면 겨울 내내 먼지 쌓인 창틀을 노크합니다.

창틀 사이로 아지랑이가 수줍게 손짓하며 개나리가 소박한 미소를 보냅니다.     

여름이면 초록의 넉넉한 싱그러움으로 그늘 지워

더위에 지친 인간들의 휴식처를 제공해줍니다     

가을이면 각자 다른 색깔로 그 자태를 과시하며 삶에 지친

인간들에게 스트레스를 날리는 환호성을 외치게 합니다.      

겨울이면 적막 속에 은백색의 포근한 실크 이불을 펼쳐

해동(解凍)의 때를 기다리는 침묵의 아름다움을 가리켜줍니다       

이렇게 계절 따라 각자의 나무들이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자연의 의연함에 만물의 영장인 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무능을 반성하게 만듭니다.        

열매 맺지 못하는 무능한 무화과나무는 언제 베어질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 이라고 수근 거립니다.

그 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듯 자신의 마음을 움츠리게 합니다.       

이런 시기에 예수님께서는 무능한 이간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하느님께 진정어린 변론을 하십니다.         

한해만 더 기회를 주시면 열매 맺게 하겠다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 하시며

집행 유예로 선처해 주실 것을 하느님 아버지께 간곡히 호소합니다.        

인간은 예수님의 중재로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고 죽음에서 생명으로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하느님을 설득하시던 예수님의 변론을 지켜보면서

자연이 침묵 속에 순명하는 인고의 뜻을 깨닫게 하였습니다.          

단풍은 밤낮의 급격한 일교차를 잘 극복해 다양한 색상으로 변신하여

인간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도 자연에서 배운 지혜와 뼈를 깎는 인내로

단풍보다 이름다운 마음의 꽃을 피우는 인간이 되어야겠습니다.

 

그 방법은 각자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길고도 지루한 시간을 시험받으며 성서를 통독하는 끈기와

신구약성경 73권 필사를(2000년 6월11에 시작하여 2005년 1월 19일 19시까지)

꼭 54 개월 만에 완성하여 하느님 제단에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완필하는 끈기를 주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이를 계기로 하느님께 잃었던 신뢰와 친숙한 관계를 회복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당신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이 기쁨은 인내와 끈기의 결정체로 이루어진 열매인 만큼

진흙속의 진주로 더욱 값진 보람을 느끼게 했습니다.       

집을 떠났던 탕 자가 아버지께로 돌아오는 그 발길은 화려한 단풍색깔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짐은 과장된 표현일까요        

생명의 길을 열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세웅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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