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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
The Word became flesh
and made his dwelling among us,
and we saw his glory,
(Jn.1,14)
제1독서 이사 52,7-10
제2독서 히브 1,1-6
복음 요한 1,1-18
Merry Christmas!!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우리 모두의 구원을 위해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그 기쁨을 새벽님들과 함께 나눕니다.
저는 본당신부가 아니기 때문에 성탄 대축일을 비롯한 큰 축일 당일 날에는 아주 한가합니다. 미사 전례를 준비할 필요도 없고, 이 축제를 축하할 어떤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지요. 어제 역시 마찬가지였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다가 성탄 자정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근처의 성당으로 갔습니다.
그 본당에서는 많은 이들이 들뜬 표정으로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습니다. 미사 후에 있을 국수 잔치를 위해 일하시는 분들, 미사의 아름다운 성가를 위해 끝까지 열심히 목소리를 맞추는 성가대, 전례를 틀리지 않게 하기 위해 연습을 하는 복사단 등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밖에도 많은 분들이 고생하셨을 것 같더군요. 성당 마당 전체를 성탄 분위기에 맞게 아름답게 꾸며 있었고, 또 성당 안의 구유도 너무나도 멋지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이 모든 모습을 보면서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 분주하게 예수님 성탄을 준비했는데, 내 자신은 과연 무엇을 했을까 싶더군요.
미사 후, 그 기쁨의 모습은 더욱 더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바쁘게 준비했던 그 모든 분들은 바빴던 만큼 기쁨으로 그 보답을 받으십니다. 그에 반해 저처럼 그냥 미사만 참석하기에 급급하신 분들은 어떠했을까요? 미사 후에 국수 잔치에 참여하지 않고, 집으로 급급하게 돌아가시기에 바쁘시더군요.
정성을 다해 준비했던 성탄은 그만큼 큰 기쁨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그에 반해서 아무런 준비 없이 ‘또 다시 맞이하는 성탄이구나!’ 하면, 별 다른 느낌 없이 그냥 하루 쉬는 날 정도로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늘 깨어 이러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작은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 것이 아닐까요? 아기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어른들의 보살핌이 무조건 필요합니다. 즉,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요. 그냥 어느 날 아기가 태어났다고 그러려니 하고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준비가 다 잘 되어 있을 때, 큰 기쁨을 가지고 아기를 품에 안을 수가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의 탄생은 우리의 준비됨을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게 합니다. 그 준비는 매년 다가오는 일회성의 행사 준비가 아닌, 우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구원을 위한 준비입니다. 그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힘없는 아기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사랑입니다. 많은 돈도 높은 지위도 아닙니다. 그저 편안함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따뜻한 사랑이면 충분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이러한 사랑으로 당신을 맞이할 준비를 우리에게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이러한 준비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만이 구원의 기쁨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성탄의 기쁨은 준비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서 얻어질 수 있는 주님의 큰 선물입니다.
다시 한 번,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행복은 깨달음이다.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행복하고,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면 불행하다(권준우).
성당밖의 아름다운 구유.
기도하면서 담배를 피워도 좋은가?
“기도하면서 담배를 피워도 좋은가?”
제가 신학교에 다닐 때, 영성 수업 시간에 들었던 질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럴 수가 없지요? 아니 어떻게 기도하면서 담배를 필 생각을 한다는 말입니까?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요?
“담배를 피우면서도 기도하는 것은 좋은가?”
담배를 피우면서도 기도할 생각을 한다는 것, 얼마나 기특한 생각입니까? 자나 깨나 기도할 생각을 하고, 또 실천하고 있다니 이는 칭찬해야 할 것처럼 보입니다.
말장난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가 되냐는 것이지요. 기도와 담배 중에서 기도가 중요하다면 담배를 굳이 손에 잡지 않을 것입니다. 당연히 ‘기도하면서 담배를 피워도 좋은가?’라는 질문조차 생길 수가 없겠지요. 문제는 기도도 중요하고 담배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질문이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이러한 선택의 순간이 주어집니다.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하고.... 그러나 가장 중요한 기준을 세우고 있다면 어떤 혼란 속에서도 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주님께서 보여주신 중요한 기준이 이것이었습니다.
‘사랑’
이 사랑 때문에 이 땅에 오신 주님이십니다. 또한 화려한 궁전이 아닌, 초라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힘 있는 왕의 모습이 아니라, 보살핌을 받아야 할 갓난아기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랑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보여주시고, 우리 역시 가장 중요한 기준을 ‘사랑’에 두라고 이 땅에 오신 것입니다.
이 사랑을 첫째 자리에 두고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기를 보살피는 사랑을 가지고, 특별히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다가서는 우리가 될 때 주님께서도 큰 기쁨으로 우리를 지켜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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