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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머리와 심장이 함께 있는 이유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12-26 조회수768 추천수14 반대(0) 신고

 




2013년 가해 성 요한 사도 축일


그는 몸을 굽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기는 하였지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복음: 요한 20,2-8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


조토(Giotto) 작, (1302-1305),  파도바 아레나 경당


<머리와 심장이 함께 있는 이유>

 

 

 

 

단숨에 독자의 심장에까지 도달하는 작가라는 평을 받은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실화에 바탕을 둔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메디슨 카운티의 밤의 장막이 내렸다. 이 날은 1987년 그녀의 예순일곱 번째 생일이었다. 그녀는 추억했다. 추억하고 또 추억했다.

그리고 소설은 프란체스카의 회상으로 이어집니다.

1965년 미국의 어느 작은 마을. 교사 출신인 프란체스카는 농부의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 무료하고 권태로운 전업주부의 일상을 살아갑니다. 그런 어느 날 남편과 두 아이가 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4일간 여행을 떠나고 프란체스카는 홀로 집에 남겨집니다.

그때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기자 로버트가 메디슨 카운티 다리를 촬영하기 위해 마을을 찾아옵니다. 프란체스카와 로버트는 우연히 만나고, 짧은 기간이지만 애틋한 사랑을 나눕니다.

곧 가족들이 돌아올 시간이 다가오고... 그들은 이별해야 했습니다. 헤어져야 하는 시간, 로버트는 프란체스카에게 말합니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로버트는 남은 인생을 함께 살자고 하지만 프란체스카는 대답합니다.

당신은 낡은 배낭이고, 해리라는 이름의 트럭이고, 아시아까지 날아가는 제트 여객기예요. 나를 데리고서도 당신이 그렇게 살 수 있다고 확신할 수가 없어요. 당신이라는 멋진 야생동물을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프란체스카는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열정을 이성의 차가움으로 진정시켰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이별을 맞아야 했습니다. 그 후 그들은 평생 단 한 번도 잊은 적 없이 살았습니다. 그렇게 가슴속에 꼭꼭 묻어 두었던 사랑. 프란체스카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자녀들에게 말합니다. 그와의 추억이 있는 매디슨 카운티 다리 주변에 자신의 잔해를 뿌려 달라고....

평생 그녀를 그리워하다가 먼저 죽어 간 로버트. 그가 죽기 전에 프란체스카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나도 결국 사람이오. 아무리 철학적인 이성을 끌어대도 매일 매순간 당신을 원하는 마음까지 막을 수는 없소. 자비심도 없이 시간이, 당신과 함께 보낼 수 없는 시간의 통곡 소리가, 내 머릿속 깊은 곳으로 흘러들고 있소.’

[출처: 내 인생의 화양연화, 28-30]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와의 짧은 사랑은 단순한 육체적 감정이 아니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단 한 순간도 잊지 못할 정도의 사랑이었습니다. 이것은 가슴으로 한 사랑입니다. 그러면 프란체스카는 로버트를 따라가야 했을까요? 가족과 아이들까지 버리고 로버트와 떠났다면 이런 아름다운 - 물론 슬프기도 하지만 - 사랑이야기늘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저 삼류 불륜드라마가 되어버렸을 것입니다. 가슴도 뜨거워야하지만 그 가슴의 뜨거움을 제어할 수 있는 차가운 머리도 함께 지녀야 인생이 고장 나지 않습니다.

 

오늘 사도 요한 축일을 지내는데, 사도요한은 열정과 이성이 조화를 이룬 인물로 보입니다.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갔다는 말을 듣자 단숨에 무덤에 도착합니다. 예수님께 대한 애절한 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교회의 수장인 베드로보다 먼저 무덤에 들어가 그것을 확인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조급해도 무덤 앞에서 베드로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갑니다. 이렇게 위대함은 열정과 이성이 조화를 이룰 때야만 완성되는 것 같습니다. 교회 역사 안에서도 열정만 뛰어나서 대단한 기적을 행했더라도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겸손이 없어서 제 영혼도 구원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요한은 어떤 복음보다도 깊이 있는 복음을 저술하였지만 그 안에 자신의 이름은 쏙 빼고 다른 사도들을 돋보이게 하면서 또한 겸손이 자신을 제어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가슴과 머리가 함께하는 균형 잡힌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어제는 어르신 신부님들과 송년모임을 하며 술을 좀 마셨습니다. 방에 들어와서 생각해보니 조금 친해졌다고 해서 제가 어른 신부님들이 약간은 기분 나빠 할 만한 말도 한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친해지는 것도 좋지만 그분들에게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하는 것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이렇게 마음과 이성이 함께 조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겸손이 바탕이 되지 않는 어떤 위대함도 위대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머리를 심장 위에 두신 이유는 열정을 제어하게 하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성체성사를 세우기 전까지 가르치시기만 했던 이유는 그 뜨거움을 머리로 이해하게 하시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차가운 심장도 문제지만 절제되지 않는 뜨거움도 문제입니다. 뜨거운 심장과 냉철한 이성, 이것이 함께 몸을 지탱해 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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