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의 모든 것] (14) 본(本)기도
사제가 교회와 공동체 이름으로 바치는 주례 기도
- 본기도는 사제가 미사 중에 바치는 첫 번째 주례 기도로 교회 기도임을 드러낸다. 미사 시작 예식은 본기도로 절정을 이루고 말씀의 전례로 넘어간다. [CNS] 나처음: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다 들어주시나요? 조언해: 처음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하느님께서 어떠한 기도도 다 들어주실 것 같니? 나처음: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분이시니 다 들어주실 것 같고, 내가 아직 로또 1등에 당첨되지 않은 걸 보니 꼭 그렇지 않은 것도 같고 잘 모르겠어. 기도 내용을 골라서 이뤄주시나? 라파엘 신부: 처음이가 아직 예수님을 잘 알지 못해서 그래. 기도 생활은 예수님을 알고, 그분에 의해 아버지 하느님을 알아 신앙의 길로 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시작돼요. 기도는 하느님을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돼. 기도는 하느님을 향해 우리 마음을 들어 높여 그분께 은총을 청하는 것을 말하지. 특별히 ‘마음’을 들어 높인다고 한 것은 성경에서 기도가 솟아나는 곳이 ‘마음’이라고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야. 나처음: 그럼, 제가 기도하는 게 아니라 제 마음이 기도하는 것이네요. 라파엘 신부: 기도의 표현 수단이 몸짓이든 말이든 어떠한 것이든 온몸으로 기도하는 것이지 그러나 기도가 솟아 나오는 곳이 마음이라는 거야. 성경에서 마음은 내가 존재하고 내가 머무는 거처라고 해. 마음은 우리의 이성이나 타인의 이성으로 파악할 수 없는 우리의 숨겨진 중심이란다. 그러기에 오로지 하느님의 성령만이 마음을 살피고 감지하시지.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기도하기 전에 먼저 마음부터 회개하라고 가르치셨단다. 조언해: 기도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파엘 신부: 기도를 잘하는 비법은 딱 하나 있지.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 방법대로 하면 돼.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하셨지. 새벽 캄캄할 때(마르 1,35)나 중요한 결심을 하실 때(루카 6,12-13), 기쁨에 넘치셨을 때(루카 10,21), 감사드리실 때(요한 11,41-42), 죽음이 다가올 때(요한 17,1), 괴로움 가운데(루카 22,41-42), 죽음에 이르실 때(루카 23,46) 등 언제 어디에서든 늘 기도하셨지. 좀 전에도 말했지만 예수님께서는 기도하기 전에 먼저 마음부터 회개하라고 하셨지(마태 5,23-24). 기도하기 전에 먼저 화해하고 마음속으로부터 그들을 용서한 후 깨끗한 마음으로 하늘나라를 구하여라(마태 6,7-33 참조)고 하셨단다. 이처럼 회개하기로 결심한 마음은 믿음 안에서 기도하는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이지. 나처음: 그럼 마음으로 기도만 하면 하느님께서 다 들어주시는 건가요. 라파엘 신부: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해야지. 예수님께서는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고 가르치셨지. 이처럼 기도는 마음과 행동이 일치되어야 하는 거란다. 한 마디로 기도가 생활 안에서 실천되지 않는다면 요란한 빈 꽹과리에 불과한 것이지. 그리고 처음이의 질문에 관한 답으로 예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단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지금까지 너희는 내 이름으로 아무것도 청하지 않았다. 청하여라. 받을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 기쁨이 충만해질 것이다.”(요한 16,23-24) 조언해: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것이 핵심이군요. 라파엘 신부: 바로 그렇단다. 말이든 행동이든 무엇이나 주님이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면서, 그분을 통하여 아버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면 하느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신단다. 예수님께서 바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기”(요한 14,6) 때문에 우리의 기도가 허락되는 것이지. 조언해: 미사 본기도 때 예수님의 이름으로 청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군요. 라파엘 신부: 바로 그거야. 대영광송에 이어서 사제는 교우들에게 기도하자고 권고한단다. 그리고 모두 사제와 함께 잠깐 침묵하는 가운데, 자신이 하느님 앞에 있음을 깨닫고 간청하는 내용을 마음속으로 생각한 다음 사제는 본기도를 바쳐요. 미사 시작 예식의 모든 기도가 이 기도에 모아지기 때문에 본(本)기도라고 해. 그래서 본기도 내용을 잘 들으면 그 미사의 지향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지. 본기도는 교회의 오랜 전통에 따라 아버지 하느님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바치며, 삼위일체를 나타내는 긴 맺음말로 마쳐요. 예를 들어 아버지 하느님께 바칠 때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라고 하며, 성부께 바치지만, 기도 끝에 성자에 대한 말이 있을 땐 “성자께서는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또 성자께 바칠 때는 “주님께서는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라고 사제가 기도하면 교우들은 함께 아멘으로 화답해 이 기도를 자신의 기도가 되게 하는 것이지. 반면, 예물 기도와 영성체 후 기도의 맺음말은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또는 “성자께서는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라고 짧게 마무리하지. 조언해: 본기도로 미사 시작 예식이 모두 마무리되는 것이죠. 라파엘 신부: 그럼. 시작 예식은 본기도로 절정을 이루며 끝나고 바로 말씀의 전례로 넘어가요. 라틴어로 된 「로마 미사 경본」에는 본기도를 ‘collecta’(콜렉타)라고 표기하고 있는데 이것을 우리말로 ‘축문’이라고 번역해 사용하다가 지금은 ‘본기도’로 표기하고 있지. 나처음: 콜렉타는 영어 콜렉션처럼 수집한다는 뜻이 아닌가요? 라파엘 신부: 오! 재치있는데. 라틴어 콜렉타 또는 ‘oratio collecta’(오라시오 콜렉타)는 우리말로 ‘기도 모음’ ‘기도 수집’이란 뜻으로 풀이할 수 있지. 본기도가 미사에 도입돼 정착된 시기는 대략 3~6세기라고 해. 초기에는 정해진 경문이 없었기에 주례 사제나 미사 참여자 가운데 한 사람이 자유로이 바쳤다고 해. 그러다 4세기 말엽 아우구스티누스 성인 때 미사 전에 기도문을 사전 심사를 받고 사용했지. 이렇게 형성된 본기도는 그 후에 전례 시기와 축일에 따라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어. 특히 중세 중엽부터 1950년대까지는 축일이 겹치는 경우에는 한 미사에 여러 본기도를 바쳤고 어떨 땐 7가지 본기도를 바치기도 했지. 그래서 본기도를 ‘기도 모음’이란 뜻의 콜렉타라고 부른 거야.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전례 개혁을 하면서 미사 중에 본기도를 한 번만 바치고 있단다. 조언해: 다른 의미는 없나요? 라파엘 신부: 전례적인 의미가 있지. 교회가 본기도 즉 콜렉타라는 말을 지금까지 미사 중에 그대로 사용하는 이유는 우선 주례 사제가 모든 미사 참여자의 기도를 모아서 바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단다. 사제가 “기도합시다” 하면 교우들은 잠깐 침묵 중에 개별적으로 기도하지. 이 침묵이 끝나면 사제는 공동체의 일원이자 주님을 대변하는 사제로서 교우들의 기도를 모아 바치는 것이지. 또한, 본기도는 사제가 미사 중에 바치는 첫 번째 ‘주례 기도’로서 ‘교회 기도’임을 드러내기에 본기도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단다. 본기도는 이처럼 사제가 교회와 공동체의 이름으로 바치는 주례 기도이기 때문에 사제는 함부로 이 기도를 수정하거나 변경할 수 없어요. 예외적으로 어린이 미사 때에는 별도의 기도를 할 수 있지만 그럴 때도 「로마 미사 경본」의 기도 내용과 의미를 보존해야 하고, 주교회의와 사도좌의 승인을 받아야 해.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10월 25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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