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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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탄 8일 축제 내 제7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12-31 조회수423 추천수6 반대(0)

어제, 교황청에서 서울대교구에 새로이 보좌주교님 두 분을 발표하셨습니다. 교구장님을 도와 서울대교구를 위해서 수고해 주실 주교님들께 축하를 드리며,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건강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2013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 10시에 종무미사가 있습니다. 직원들은 점심을 먹고 퇴근을 한다고 합니다. 오늘 하루는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새로운 한 해를 생각하며 지내고 싶습니다.

 

지난 1년은 감사할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어머니께서 건강하게 1년을 지내셨습니다. 감사하게도 동생수녀와 함께 마카오로 성지순례를 다녀오기도 하셨습니다. 늘 잔병치례를 하셨는데, 올해는 건강한 모습으로 지내셨습니다. 2년 전에 하느님 품으로 가신 아버님께서 어머님의 아픈 것들까지 함께 가지고 가신 것 같습니다.

은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용문 청소년 수련장에 있을 때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어떤 분은 십자가의 길 기도문을 봉헌해 주셨고, 어떤 분은 성모상을 봉헌해 주셨고, 어떤 분은 사무실 리모델링에 도움을 주셨습니다. 성소국에 와서도 도움을 받았습니다. 동성고등학교 예비신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마련하였습니다. 어떤 분은 제대를, 어떤 분은 감실을, 어떤 분은 십자가의 길을, 어떤 분은 성합을, 어떤 분은 제의를 봉헌해 주셨습니다. 저의 부족함을 아시고,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좋은 은인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혼자 있는 것을 힘들어 하는 제게 교구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교구장님과 교구의 신부님들이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식사를 합니다. 식사 후에 함께하는 산보는 제게는 큰 즐거움입니다. 작은 힘이지만 교구장님께서 그리시는 그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이 또한 큰 기쁨입니다.

 

돌아보면 아쉬움도 많았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함께 어울려 한 잔 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기도의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세상을 주도적으로 살기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살았습니다.

내 자신의 것을 채우기에 급급했습니다. 이웃을 위해서 나누는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에게 용돈을 드리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자식이 주는 용돈도 필요하시지만 진정으로 원하시는 것은 자주 찾아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동생 수녀님께서는 제가 못 다하는 효도를 잘 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정성을 다하였습니다. 운동을 할 때면 어려운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여행을 할 때면 아낌없이 돈을 지출하였습니다. 영화, 뮤지컬, 드라마는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 보려고 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제대로 하지 못하였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것,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는 것, 묵상하고 기도하는 것을 소홀히 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우셔서, 부족한 저에게도 새로운 한 해를 선물로 주실 것입니다. 새해에는 좀 더 나누고, 이웃을 위해서 지출을 더 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책을 사고, 피정을 가고,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도 지출을 늘려야 하겠습니다. 오늘 하루 사랑과 나눔의 출납부를 적어 보면 좋겠습니다. 미움과 욕심의 출납부도 적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희생, 나눔, 봉사, 양보, 사랑, 친절은 수입 항목에 적으면 어떨까요? 미움, 시기, 질투, 욕심, 분노, 이기심은 지출 항목에 적어도 좋겠죠? 나의 신앙의 출납부는 수입보다 지출은 많은 것은 아닌지 돌아보며, 오늘 하루 주님보시기에 좋은 일들을 하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이해인 수녀님의 또 한해를 보내며라는 시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또 한 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 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 텐데

 

이런 행복 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새해에도 모두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주님을 증언한 세례자 요한처럼, 우리들도 빛이신 주님을 증거하며 새로운 한해를 맞이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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