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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그분 안에 머무르십시오. -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1-02 조회수849 추천수12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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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 목요일, 성 대 바실리오(330-379)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330-390) 기념일, 1요한2,22-28 요한1,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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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 안에 머무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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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요?”

세례자 요한은 물론 우리의 신원을, 정체성을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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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무어라 대답하겠습니까.

이보다 중요한 물음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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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세상 것들에 소유되어 참 나의 존재를 잊고 사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요.

모두를 얻었어도 참 나를 잃었다면 그 소유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 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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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나를 찾아 살 때 기쁨이요 자유입니다.

참 나를 찾아 사는 일보다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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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묘한 역설의 신비가 주님 안에 머물러 주님을 닮아갈 수록 고유의 참 나가 된다는 것입니다.

주님 없이 참 나가 되는 일은, 참 나를 찾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주님은 우리의 참 나를 비춰주는 관상의 거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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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혜민 스님의 책을 찾는 것도

바로 참 나를 찾는 사람들의 열망을 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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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멈추고 나를 알라’는 시편 구절도 생각납니다.

잠시 일손을 멈추고 관상의 거울에 드러나는 주님 얼굴을, 참 나의 얼굴을 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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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는 것, 침묵하지 못하고 계속 말하는 것을 일컬어

현대인의 영적질병이라 합니다.

내면이 허하면 허할수록 계속 움직이게 되고 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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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요?”

평생 화두로 삼아야 할 물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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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의 거울인 주님에 비춰봐야 비로소 알게 되는 참 나의 얼굴, 나의 신원입니다.

나는 그 누구도 아닌 유일무이한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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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자 요한이 자기 탐구의 전형입니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세상 그 누구도 닮을 수 없고 닮아서도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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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을 분은 오직 한 분, 주님뿐이요,

주님을 사랑하여 닮을수록 참 나가 된다는 사실이 참 신비롭고 은혜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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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요?’라는 질문에 요한은 그리스도도, 엘리야도, 예언자도 아니라 대답합니다.

애가 탄 이들은 집요하게 또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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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의 답이 통쾌합니다.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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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주님이 요한의 삶의 의미임이 확연히 들어납니다.

관상의 거울인 주님 안에 환히 드러나는 요한의 신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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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이 없는 세례자 요한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요한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 해당되는 일입니다.

요한에서 주님을 뺄 때 무의미하고 허무한 존재의 요한이듯

우리에게서 주님을 뺄 때 우리 역시 무의미하고 허무한 존재로 들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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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우리 삶의 의미요 우리의 모두입니다.

우리에 주님이 더해질 때, 주님과 하나 될 때 참 나의 충만한 삶입니다.

참 나를 찾아 살 때 충만한 삶이요 참 나를 잊고 살 때 공허한 삶입니다.

존재를 살지 못하고 소유를 살 때 삶의 허무 역시 날로 깊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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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에, 돈에, 일에 소유되어 참 나를 잊고 사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소유의 쾌락이요 존재의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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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사도의 간곡한 권고가 가슴을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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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께서 기름 부으심으로 여러분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십니다.

기름 부음은 진실하고 거짓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그 가르침대로 그분 안에 머무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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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멈추고 주님 사랑 안에 머물러 정주하며 주님의 관상의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는 길뿐입니다. .

주님 안에 머물 때

주님의 성령의 기름 부으심으로 우리는 진실해지고 순수해져 참 나의 발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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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매일 성전 안에 머물러 바치는,

주님 관상의 거울에 나를 비춰보는 공동전례기도의 은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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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되는 요한 사도의 권고입니다.

“그러니 이제 자녀 여러분, 그분 안에 머무르십시오.

그래야 그분께서 나타나실 때에 우리가 확신을 가질 수 있고,

그분의 재림 때에 그분 앞에서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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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 사랑 안에 머무를 때 참 나를 알게 되어 확신에 넘친 의연하고 당당한, 존엄한 품위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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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안에 머물러 정주할 때 불안과 두려움도 점차 약화되고 내적안정과 평화가 뒤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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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의 거울에 환히 드러나는 주님의 얼굴, 참 나의 얼굴이자,

관상의 샘에서 샘솟는 기쁨과 활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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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 안에 머물러 ‘관상의 거울’에 나를 비춰보는,

또 ‘관상의 샘’에서 샘솟는 생명과 사랑으로 우리를 촉촉히 적시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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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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