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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산책] 1월 4일 *주님 공현 전 토요일(R)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4-01-04 조회수454 추천수11 반대(2)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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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일 *주님 공현 전 토요일(R) -요한1,35-42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스승을 뛰어넘는 제자들>

 

 

    잘 나가던 전성기 시절, 세례자 요한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습니다. 요르단 강에서의 세례를 통해 요한은 범국민적인 쇄신운동, 회개 운동을 전개했었습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요한이 주도한 자정운동에 기꺼이 동참했습니다. 후에는 예수님조차도 요한을 찾아오셔서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그러나 달이 차면 기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요. 드디어 예수님의 때가 도래합니다. 예수님께서 서서히 구원사 무대의 전면으로 나서기 시작합니다.

 

    예수님의 시대가 열리면서 그간 세례자 요한에게 집중되었던 사람들의 이목은 이제 예수님께로 쏠리기 시작합니다.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은 조금씩 쇠락해가는 스승의 기운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습니다. 은근히 심기가 불편해졌습니다.

 

    사람들이 이제 다들 예수님께로 몰려가고 있는 반면, 그 동안 스승 요한을 향해 구름처럼 몰려오던 사람들의 수효는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요한의 제자들은 심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요한의 제자들은 끓어오르는 질투심과 시기심을 잠재울 수가 없었습니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스승 요한은 미동도 꼼짝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급기야 오늘 복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그나마 남아있던 요한의 두 핵심 제자마저 자신을 떠나 예수님의 제자단에 편입됩니다.

 

    제자들이 떠났다기보다 오히려 요한이 제자들을 떠나보냅니다.

 

    예수님께서 가까이 오시자 요한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예수님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그분을 따라가게 놔둡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그 동안 잘 양성시킨 제자들, 떠나보내자니 아쉬움도 컸겠습니다. 섭섭함도 많았겠습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얼마나 배포가 큰 사람이었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그릇이 큰 사람이었는지 모릅니다. 세례자 요한은 제자들이 언제까지나 자신에게 종속되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스승인 자신을 뛰어넘도록, 스승인 자신을 딛고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배려합니다. 자신보다 더 큰 스승이 나타나자 제자들을 향해 저분을 따라가라고 지시합니다. 세례자 요한에게서 참 스승, 큰 스승의 면모를 봅니다.

 

    한 명 한 명 떠나가는 제자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 순간에 등을 돌리고 마는 군중들, 급격히 쇠락하는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던 세례자 요한의 심정은 꽤 쓸쓸하고 허전했겠습니다.

 

    한때 잘 나가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세례자 요한과 그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핵심제자들마저 속속 예수님의 제자단으로 편입됩니다. 그나마 남아있던 요한의 제자들은 자신들의 존재 의의가 급격히 쇠락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속수무책인 스승의 태도를 보고 크게 실망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래서 스승을 향해 따집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분에게 몰려가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냥 보고만 계실 것입니까?”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이렇게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그간 자신이 주인공이었지만 이제 자신의 시대가 가고 새로운 무대가 열렸다. 새로운 무대의 주인공이신 예수님께로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 안에서 나날이 성장하도록 매일 저는 죽어갑니다.”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서라면, 이 내 한 몸 어떻게 되어도 좋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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