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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쁨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4-01-05 조회수403 추천수3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기쁨
    <주님 공현 대축일>(2014. 1. 5.) (마태 2,1-12)

    이사야 예언자는 예루살렘을 향해서 이렇게 예언하고 있습니다.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중략)... 민족들이 너의 빛을 향하여,

    임금들이 떠오르는 너의 광명을 향하여 오리라.

    ...(중략)... 그들은 모두 스바에서 오면서 금과 유향을 가져와

    주님께서 찬미 받으실 일들을 알리리라(제1독서. 이사 60,1-6)."

     

    우리 교회는 동방박사들이 예수님께 경배하고 예물을 드린 일은

    이사야의 이 예언이 실현된 일로 봅니다.

    그렇다면 동방박사들은 모든 민족의 대표자로서

    '예수님은 온 인류의 구세주이신 분'이라는 것을 증언한 사람들이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복음 말씀에서 동방박사들이 예수님을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마태 2,2)'이라고 표현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들이 말한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는 말은 이스라엘 왕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온 세상의 왕'을 뜻하고, 다시 이 말은 '구세주'를 뜻합니다.

    (그 당시 점성학자들 사이에는 온 세상의 왕이 이스라엘에서 태어난다는

    예언 같은 것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동방박사들이 어디에서 온 누구인지, 또 몇 명이 왔는지는 모릅니다.

    (그들을 세 명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예물이 세 가지였기 때문입니다.

    또 지금 전해지는 그들의 이름은 후대에 누군가가 그냥 붙인 이름입니다.)

    '동방'은 페르시아일 수도 있고, 아라비아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든 그들은 먼 곳에서부터 예루살렘을 향해서 힘든 여행을 했습니다.

    (그 당시 실제로 어떤 천문학적 현상이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고,

    또 별이 어떻게 박사들을 인도할 수 있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은 유대인이 아니었고, 또 구약성경을 몰랐지만,

    그래도 자기들 나름대로 하느님을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왜, 무엇을 얻으려고 그 힘든 여행을 했을까?

    그들이 원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동방박사들이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향해서, 또 누군지도 모르는 분을 찾아서

    그 먼 길을 힘들게 여행한 것은

    누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니고, 의무감 때문에 한 일도 아닙니다.

    그리고 그들이 세속적인,

    또는 물질적인 것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무슨 불치병을 고치기 위해서도 아니고,

    자기들의 어떤 소원을 빌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동방박사들은 예수님께 아무것도 청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찾아간 것은 '믿음과 희망' 때문이었고,

    예수님에게서 받아간 것은 딱 하나, '기쁨'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입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또는 마리아와 요셉은)

    동방박사들에게 세속적인(물질적인) 뭔가를 답례로 줄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고,

    그들도 그런 것은 기대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이 예수님께 드린 예물들도

    겉으로 보기에는 값비싸고 귀한 것들이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 예물들은 그들 자신들의 마음과 정성을 표시하기 위한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살았는지도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분명히 그들은 믿음과 기쁨과 희망 속에서 살았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증언했을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이 예수님을 찾아간 이야기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아다닌 이야기와 비교됩니다.

    "날이 새자 예수님께서는 밖으로 나가시어 외딴곳으로 가셨다.

    군중은 예수님을 찾아다니다가 그분께서 계시는 곳까지 가서,

    자기들을 떠나지 말아 주십사고 붙들었다(루카 4,42)."

     

    이 구절 바로 앞에

    예수님께서 '갖가지 질병을 앓는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루카 4,40).

    사람들 가운데에는 예수님과 함께 있고 싶어서

    예수님을 찾아다닌 사람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을 잘 고치는 의사가 자기들과 함께 있기를 원해서

    예수님을 찾아다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청을 거절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루카 4,43)."

     

    그곳의 병자들은 모두 고쳤으니

    다른 고을의 병자들에게로 가야겠다고 말씀하신 것이 아닙니다.

    병을 고치는 일도 중요하긴 하지만,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메시아이신 예수님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참 기쁨'입니다.

    그 '참 기쁨'이야말로 힘든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참된 힘'입니다.

     

    낯선 도시를 여행하다가 미사 참례를(또는 기도를) 하기 위해서

    성당을 찾아다니는 일이 흔히 있습니다.

    현지 주민들에게 물어볼 수도 있고,

    인터넷이나 네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데,

    어떻든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당을 찾는 이유가 단순히 주일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거나,

    또는 세속적인 어떤 소원을 빌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순수하게, 오직 '예수님과 함께 있는 기쁨'을 얻기 위해서인가?

     

    - 송영진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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