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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4-01-09 조회수655 추천수8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4년 주님 공현 후 금요일


<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


복음: 루카 5,12-16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


엘 그레코 작, (1600-1605),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 깨끗하게 하시는 분>

          

 

연탄길 3’에 소개된 아이의 발자국이란 사연입니다.

 

한 할머니가 전동차 안에서 초라한 행색으로 초콜릿을 팔고 있었다.

비에 젓은 할머니 몸에선 퀴퀴한 냄새가 풍겼다.

나무껍질같이 벗겨진 할머니의 손바닥 위에는 얇은 초콜릿 몇 개가 겹겹이 놓여 있었다.

초콜릿을 본 아이가 엄마를 조르며 칭얼대기 시작했다.

"초콜릿~~ 초콜릿~~"

"좀 있다가 엄마가 나가서 사 줄게, 보채지 말고 가만있어..."

아이 엄마는 혼내듯 아이에게 말했다. 아이는 입을 잠시 실룩거리더니 떠나갈 듯 소리를 지르며 울어댔다

"으아~~"

"알았어. 알았어, 엄마가 초콜렛 사 줄테니깐 빨리 뚝해, 빨리~~"

아이 엄마는 우는 아이를 우선 달래야겠다는 생각으로 지갑을 꺼냈다. 울음을 그친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초콜렛 하나만 주세요."

샐쭉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이 엄마가 할머니에게 돈을 내밀었다.

"네네,, 드려야지요..."

할머니는 거듭거듭 머리를 조아리며 아이 엄마에게 초콜릿 한 개를 건네주었다.

할머니가 건네준 초콜릿이 불결하다고 생각했는지 아이 엄마는 시트위에 초콜릿을 몇 번 문질러 닦았다. 그리고는 포장을 뜯은 후 초콜릿 하나를 잘라 아이 입에 넣어 주었다. 아이는 달짝지근한 초콜릿을 오물오물 씹으며 해죽해죽 웃었다.

잠시 후, 아이 엄마는 아이를 업으려고 신발을 신고 있던 아이를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출입문이 열리자 아이를 업은 그녀는 서둘러 나가 버렸다.

아이를 올려놓았던 푸른 시트 위에는 빗물에 젖은 아이의 흙 발자국 두개가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

"아이구 이런.... 사람들이 앉을 자린데 옷들 다 버리겠네..."

초콜릿을 팔던 할머니는 시트 위에 나란히 새겨진 아이의 흙 발자국을 맨손으로 깨끗이 털어내고 있었다. 아이 엄마는 할머니의 손이 불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 손으로 전동차 시트 위에 흉하게 묻어 있는 아이의 흙발자국을 아무렇지도 않게 닦아냈다.

 

저희 어머니는 머리 숯이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배우지도 못하셨고 또 말씀도 걸걸하게 하십니다. 이젠 쭈글쭈글 해진 얼굴에 화장도 잘 안 하시고 밖으로 다니십니다. 조금 꾸미기라도 하시면 좋으련만.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아버지도 많이 야위셨습니다. 전엔 그렇게 커보였는데. 저희를 위해 고생해서 굵어지고 굳은살 박이고 울퉁불퉁 비뚤어진 부모님의 손과 발을 볼 땐 이젠 좀 꾸미고 더 깨끗하고 멋있게 하고 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분들이 그렇게 볼품없이 되어버린 것은 우리를 볼품있게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세수를 시켜주시며 코를 팽 풀라고 하시며 손가락을 코에 대고 기다리시다가 제가 팽 풀면 그것을 손으로 잡아 빼내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저 조차도 더러워서 만지기 싫은 저의 코였습니다. 물론 어머니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이, 더러워!”

분명 이렇게 말씀하셨지만 계속 해 주셨습니다. 더럽다고 하시며 당신 손을 더럽히셨습니다. 누가 더러운 것일까요? 당신 손을 더럽히는 분이 더러운 것일까요, 아니면 상대를 더럽히는 내가 더러운 것일까요? 내가 깨끗해지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더러워져야 합니다. 수건으로 더러운 것을 닦을 때 그 수건이 더 깨끗해 질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나병의 몸에 손을 댑니다. 나병은 더러움이요 예수님은 깨끗함입니다. 십자가를 지고가시는 예수님의 온 몸에는 이 세상 온갖 더러움들로 빈틈없이 더럽혀졌습니다. 그렇게 우리를 깨끗하게 하시기 위해 우리 더러움을 지고가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깨끗한 손으로 사도들의 발을 씻어주셨습니다. 이것이 당신이 더럽혀지고 죽는 이유임을 알려주신 것입니다.

 

남을 닦아주는 사람이 깨끗한 사람입니다. 우리도 착각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는 작년 116일 일반알현 때 교황님께서 얼굴에 극심한 병으로 흉측한 모양이 되어버린 한 남자의 이마에 키스한 후 껴안아 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nDimxrhkCvs]

참으로 깨끗함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나병환자를 만진 모습과 같은 것입니다. 다른 이의 더러움을 피하는 것이 아닌 나의 깨끗함으로 닦아주려는 사람이 참 사랑을 가진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도 처음에 나병환자들을 피했지만 나중엔 그들을 품에 안아 주었습니다. 우리도 그런 용기와 깨끗함을 청해야겠습니다. 깨끗하게 하는 이가 깨끗한 사람입니다. 우리도 나병환자에게 감히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오산 성당 홈페이지: http://cafe.daum.net/ca-o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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