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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중매와 중재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4-01-10 조회수720 추천수12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4년 가해 주님 공현 후 토요일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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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요한 3,22-30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


조토(Giotto) 작, (1302-1305),  파도바 아레나 경당


<중매와 중재>

 

 

 방송작가인 송정림씨가 전하는 자신의 한 선배 이야기입니다. 그 선배는 사업을 하다가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가진 돈도 다 잃고 결국 이혼까지 당해 가족과 떨어져 시골에 집을 구해야만 했습니다.

보증금도 없는 월세 20만 원짜리 집은 낡고 허름했습니다. 그 선배는 자신의 처지와 함께 비슷하게 겹쳐 보이는 허름한 집을 바라보며, ‘과연 이런 집에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자꾸만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농부인 집 주인도 그 선배의 얼굴빛을 살피며 집이 누추해서 미안하다고 몇 번이나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후 그 선배는 짐 몇 개를 들고 그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마치 폐가 같은 집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런데 집 안에 들어선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 구할 때는 허름하기만 했던 집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완전히 수돗물에 씻어 놓은 듯했습니다. 집주인은 집을 산뜻하게 도배해 놓고, 구석구석 깨끗하게 청소도 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탁자를 갖다놓고 그 위에 들꽃까지 꽃아 놓고는 이 집에서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랍니다라는 쪽지를 남겼습니다.

마치 천사가 다녀간 듯했습니다. 선배는 크게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희망을 품어 보았습니다. 좋은 사람의 집이라면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이제 다 잘 될 거야!”

선배는 심호흡을 하고는 힘차게 그 집에 들어섰습니다.

[송정림,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이 집에서 좋은 일이 있기를]

 

그 집 주인은 송정림씨의 선배에게 그저 집만 준 것이 아닙니다. 그 집을 통해 절망의 어둠에 있던 사람에게 희망의 빛을 만나게 해 주었습니다. 만날 수 없는 두 남녀를 이어주는 역할을 중매라고 합니다. 중매쟁이는 직접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둘의 결혼이 잘 성사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그냥 농담으로 한 자매에게 왜 결혼 안 해?”라고 물어보았습니다. 대답은 역시나 결혼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떤 사람을 원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신자다운 대답을 들었습니다.

저보다 하느님을 더 사랑하는 남자요.”

보통은 자신을 가장 사랑해 줄 사람을 원한다고 할 텐데 이 자매는 그 사람을 최종 목적지가 아닌 하느님께로 향하는 길로 여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는 분을 소개시켜줄 수는 있는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요한은 회계의 세례를 베풀던 사람이었고 예수님은 성령의 세례를 베푸셨습니다. 자신은 물로 세례를 베풀겠지만 그분은 물과 성령으로 세례를 베풀 것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세례를 베풀 분이 지나가실 때 하느님의 어린양이 저기 가신다.”라고 하며 사람들에게 일러주었습니다. 요한의 많은 제자들이 모두 예수님께로 가는 것을 보고 다른 제자들이 걱정하자, “신부를 차지하는 것은 신랑이다. 그분은 더 커지셔야 하고 나는 더 작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나에게만 머물러 있게 해서는 안 됩니다. 더 큰 빛을 보게 해야 합니다. 등불을 보았다면 이제 태양을 찾게 만들어야합니다.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우리의 노력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사람들 앞에 나타나셔 그들을 이끄시게 됩니다. 내가 무엇이나 된 듯이 사람들이 나에게서 배우게 해서는 안 됩니다. 배워서 그분께 가도록 해야 합니다. 또 그렇게 예수님께로 가는 이들을 보면서 요한처럼 기분이 좋아져야 합니다.

예수님도 세례를 주시고 요한도 세례를 줍니다. 어떻게 보면 경쟁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요한은 자신의 세례로 끊임없이 그리스도의 세례를 준비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무언가 대신 해 줄 수는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개해 줄 수는 있습니다.

 

송정림씨도 드라마가 취소되고 또 몇 년 동안 일이 들어오지 않아 어떻게 살까 막막할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때 인생의 바닥을 치고 있을 때 고개를 푹 숙이고 걷고 있었다고 합니다. 마음은 슬픈데 꽃은 어찌 이리 아름다운지.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을 때 허리가 굽고 지팡이를 짚고 계신 할머니를 보았습니다. 할머니가 멀리서 걸어오는 송정림씨를 계속 쳐다보시더니 말을 건넸습니다.

안녕하시우?”

십 년 넘게 산 동네에서 처음 보는 할머니의 미소와 또 다른 말을 들었습니다.

댁이 꽃보다 훨씬 곱수.”

그렇게 혐오스럽고 초라하게만 느껴졌던 자신 안에 환한 등불이 켜지는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신분상승을 해 여왕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힘이 솟았습니다. 그냥 웃고 들어온 것이 미안해서 다시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 과일 몇 개를 꺼내어 뛰어 내려왔지만 더 이상 그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에게도 물어보아도 모르고 그 이후로도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 할머니는 그저 희망을 중매해 주는 천사였던 것입니다. 하느님을, 사랑을, 희망을 소개해 주는 이가 바로 천사의 삶을 사는 중재자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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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산 성당 홈페이지: http://cafe.daum.net/ca-o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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