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더러운 개 / 구약성경에 남긴 신들의 흔적
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4-01-16 조회수1,152 추천수2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야곱의 우물 2013년 11월호

 

구약성경에 남긴 신들의 흔적[주원준]

 

 

더러운 개

 

이렇게 낯설고 불길한 짐승의 반대편에는 어떤 동물이 있을까? 아마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가축인 개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개가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인식은 현대인이 갖고

있는 것이다. 중세만 해도, 개를 그저 가축의 일종으로 보았다. 그래서 햄스터나 애완토끼

처럼 '애완동물'로서 인식한 경우는 성경에 거의 없다. 오히려 개는 매우 부정적인 느낌의

동물이었다. 아마 반려동물로서 개를 아끼시는 분이라면 성경이 그토록 개에 대해 부정적

이라는 점에 놀라실 수도 있겠다.

 

신약성경의 서간에, 개와 돼지가 무척 불결한 짐승이라고 나온 곳이 있다.(2베드 2,22)

이곳에서 개는 게운 것을 도로 먹는 짐승이다. 위생적으로도 더러울 뿐만 아니라 종교적

으로도 매우 부정하다. 그런데 이 말씀은 구약성경의 인용이다.(잠언 26,11) 게가다

예수님도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구약과 신약을 꿰뚫고 예수님이 직접

언급까지 하신 더러운 짐승인 것이다.

 

거룩한 것을 개들에게 주지 말고,

너희의 진주를 돼지들 앞에 던지지 마라.(마태 7,6)

 

그래서 개에 빗대는 것은 가장 경멸하는 표현이었다. 신명기 법전은 매음을 금지하였는데,

특히 '남창의 몸값'이란 말로 옮긴 히브리어를 직역하면 '개의 값'이란 말이다. 그런 식으로

번 돈을 하느님께 바칠 수는 없다.

 

너희는 창녀의 해웃값이나 개의 값(남창의 몸값)을,

주 너희 하느님의 집에

어떤 서원 제물로도 가져와서는 안 된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는 둘 다 역겨워하신다.(신명 23,19)

 

이렇게 개는 심한 욕이자 저주였다.(1열왕 14,11; 16,4; 21,24) 경멸하는 적을 개에 비유

하기도 했다.(시편 22,17.21) 필리피 교회에 보낸 서간에서 바오로 사도는 교회의 나쁜

일꾼들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그는 신자들에게 "개들을 조심하십시오."(필리 3,2)라고

권유한다.

 

개는 귀엽고 안아주고 싶은 애완동물은커녕 하이에나와 동류로 취급되었다.(집회 13,18)

특히 서성거리는 개 떼는 마치 하이에나 무리처럼 불길하고 무서운 존재였다.

 

그들은 저녁이면 돌아와

개처럼 짖어대며

성안을 돌아다닙니다.(시편 59,7.15)

 

그리고 가장 비참한 처지를 개에 빗대었다.(1사무 17,43) 루카 복음서의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에서 가난하고 종기투성이의 라자로가 나온다. "개들까지 와서 그의 종기를 핥곤

하였다." (루카 16,21)는 말은 그가 애완견을 데리고 다녔다는 말이 아니라, 가장 비참한

처지를 묘사하는 표현이다.

 

구약성경의 유일한 예외라면, 여행길에 개를 데리고 다녔다는 말이 토빗기에 나온다는

것이다.(토빗 6,2; 11,4) 하지만 이 경우에도 현대적 반려동물보다는 여행에 쓸모 있는

존재로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현대인에게 구약 시대의 감수성이 필요하다

 

고대 근동은 신들과 동물이 인간과 함께 사는 세계였다. 동물들은 성경에도 자주 등장하여

우리에게 여러 가지 의미를 전달한다. 사람 중에도 선인과 악인이 있듯, 동물에도 좋은

동물과 악한 동물이 있고, 친근한 동물과 무서운 동물도 있다. 이런 상징세계를 알아야

성경의 세계에 더 생생하게 접근할 수 있다.

 

시대가 변했다. 자연계를 창조질서에 더 가깝게 유지하려면, 오히려 태양열이나 재생

에너지 등 인간의 발달된 기술을 써야 하고, 인간의 뜻을 모아 합리적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인간의 힘과 지혜를 모아 창조질서를 보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창세기 1ㅡ2장의

가르침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하느님은 우리 인간에게 창조 세계의 일부 책임을 맡겨주셨고, 시대가 지날수록 더욱더

큰 책임을 요구하시는 것 같다. 이 책임을 다하려면 고대 이스라엘인이 지녔던 신들과

동물에 대한 감수성을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신앙인들이 구약성경의

상징 세계를 공부하는 것은 여러모로 뜻깊은 일이라고 하겠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언제나

큰 선물을 주시고 더 중요한 일로 초대하신다. ●

 

주원준 박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2014-01-14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