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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산책] 1월 16일 *연중 제1주간 목요일(R)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4-01-16 조회수925 추천수14 반대(1)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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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 *연중 제1주간 목요일(R) - 마르코 1,40-45


 

“그는 나병이 가시고  깨끗하게 되었다.”

 

<눈길을 걷다가...>

 

 

    피정 중에 눈 덮인 바닷가를 홀로 걸었습니다. 어젯밤부터 눈이 내렸는데, 그 동안 단 한 사람도 지나가지 않은 순백의 대지를 밟고 지나가려니 조심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눈이 많이 오는 날은 길도 미끄러워지고 행동도 부자연스러워지고 무엇보다도 열심히 쓸어야 되고...여러 가지로 신경 쓰이는 일도 많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세상의 모든 추함과 더러움을 모두 덮어버리는 그 모습에서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대자대비하신 하느님의 손길을 엿보기도 합니다.

 

    깨끗하고 하얗다못해 눈마저 부신 해안가 눈길을 걷고 있노라니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나도 저 눈처럼 다시 한 번 깨끗해지고 싶다. 나도 다시 한 번 순수해지고 싶다. 다시 한 번 원점으로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해보고 싶다.’

 

    예수님께 다가온 나병환자 역시 저와 비슷한 마음, 아니 더 간절한 마음이었겠지요.

 

    얼마 전 원인 모를 간지럼증세로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너무 자주 샤워를 해서 그런지, 아니면 음식을 잘못 먹어서 그런지 온 몸이 간지러웠습니다. 밤낮으로 긁어댔습니다. 틈만 나면 긁어대니 온 몸이 상처투성이였습니다. 참다 참다 안 되겠어서 결국 병원신세를 졌더니 즉시 완화가 되더군요.

 

    특효약도 없던 예수님 시대 중증 나병에 걸린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했는지 조금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매일 곪아터지고 깊어져가는 환부의 상처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던 나병환자였습니다. 매일 자신의 살점이 조금씩 떨어져나가는 상실감에 죽고만 싶은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당시 열악한 의료 여건상 나병환자는 치유를 향한 일말의 희망도 없이 조금씩 죽음을 향해 한발자국씩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병에 걸린 것만 해도 서러워죽겠는데, 세상 사람들은 뭔가 큰 잘못을 해서 천벌을 받은 것이라고 여기며 손가락질했습니다. 어쩌다보니 나병에 전염되어 오늘에 이르렀는데, 우연히 재수 옴 붙어 죽을 고생하고 있는데, 멀쩡한 사람 중죄인, 아니 죽은 사람 취급하니, 병도다도 더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나병환자가 보여준 적극적인 태도를 보아 그는 이미 예수님과 관련된 소문을 전해 들었을 것입니다. 그는 마음속으로 이미 결심했겠지요. 이분만이 살길이다. 시도하다가 실패해도 상관없다. 목숨 걸고 매달려보자. 율법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

 

    그는 더 이상 앞뒤 재지 않고, 그냥 저돌적으로 예수님께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무조건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이렇게 외칩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간절함은 하늘에 닿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절박함은 하늘을 움직인다는 말도 있습니다. 나병환자의 절절한 슬픔, 부르짖는 외침이 자비하신 예수님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권능의 손을 펴시어 나병환자의 환부에 손을 갖다 대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죽음을 향해 부패되어 가고 있는 인성이 눈처럼 깨끗하신 하느님의 신성과 만납니다. 비참한 인간 현실과 대자대비하신 하느님이 마주칩니다. 결핍 투성이인 인간이 충만한 하느님 사랑을 만납니다.

 

    하느님의 자비로 마침내 나병환자는 새 삶을 부여받습니다. 은혜로운 예수님과의 마주침으로 인해 죽음의 땅에서 생명의 땅으로 건너오게 됩니다. 끔찍하다 못해 처참할 정도의 환부를 지닌 나병환자였는데 이제 깨끗하고 깔끔한 꽃미남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우리도 구세주로 오신 예수님과의 참된 만남을 통해 깨끗한 영혼의 소유자로 다시 한 번 새롭게 태어나는 은총의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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