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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얼음 땡!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4-01-17 조회수940 추천수14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4년 가해 연중 제1주간 토요일


<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


복음: 마르코 2,13-17






구세주


안드레이 루블료프(Andrei Rublev) 작, (1410-1420)


     < 얼음 땡! >

         

김창옥 교수의 강연을 운전하면서 들었는데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창옥 교수가 아침마당에서 강의를 하고 난 후 어떤 자매님이 전화를 걸어 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오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목소리는 편해 보이지 않고 긴장되고 딱딱하고 조리 있지만 방어적인 편이었다고 합니다. 아마 심리치료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 그 자매가 자신의 직업은 심리치료사라고 하여서 매우 놀랐다고 합니다. 심리치료를 해 주지만 진정으로 사람들을 대할 수 없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편안하게 대할 수 있을지 배우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자매는 멀리서 차를 몰고 올라와서 김 교수의 강연을 듣다가 어느 날은 자신 안에 있는 비밀, 누구에게도 마음 놓고 털어놓을 수 없었던 비밀을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30여 년 전 자기가 12, 자신의 남동생은 9살 때,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잠자다 말고 꿈인지 생시인지 귀신이 쫓아와서 집 밖으로 뛰쳐나와 한강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간신히 부모님이 쫓아와서 구해냈기에 망정이지 큰일 날 뻔 했던 것입니다. 이에 부모님은 악귀가 있다고 생각하여 큰돈을 들여 굿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해 여름 물놀이를 갔다가 남동생이 익사사고를 당하게 된 것입니다.

아무도 그것이 그 자매의 탓이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눈빛이 네가 죽었어야 하는데, 동생이 대신 죽었네.’라고 하는 듯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도 어느 정도는 그렇게 믿게 된 것입니다. 동생에 대한 미안함, 세상에 대한 미움,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두려움 등으로 점점 마음이 굳어진 것입니다. 어른이었지만 그 마음 안에는 아직 자라고 있지 못한 12살짜리 아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자매는 계속 울지 않으려 하더랍니다. 그래서 김 교수는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이 지금 울음을 참고 있는데 울어야 합니다. 그리고 꼭 선생님 안에 있는 12살짜리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십시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리고 한 번 꼭 안아주십시오.”

사실 심리치료사인 그녀도 그렇게 해야 함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며칠 후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기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이젠 수영장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 물 근처에도 가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 두려움, 이젠 극복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내 안에 치유되지 못한 상처가 있으면 그것이 내 온 몸을 얼음처럼 굳게 만들어서 긴장하게 만들고 편안하게 살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치유되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김창옥 교수는 팔에 화상이 있어서 여름에도 긴 팔만 입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그런 것들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자신만 딱딱하게 굳어서 그것을 받아 줄 아주 넓은 마음을 지닌 사람이 아니면 누구와도 맞지 못하게 그렇게 경직되어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누군가 그 사람을 살짝 건드려주면 그 사람은 이내 물처럼 풀려 자유로워지게 됩니다. 김 교수는 이것을 우리가 예전에 했던 얼음 땡!’놀이와 비유했습니다. 술래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스스로 얼음이 되어버린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풀 수 없습니다. 누군가가 와서 !’ 해주어야 합니다. 얼음이 되어버려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그런 사람에게 손을 대 줄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바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되어주신 의사가 아니겠습니까? 예수님은 나병환자에게까지 손을 대 주시고, 죄인들의 집에까지 들어가 주십니다. 그렇게 그들이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워주셔서 자유롭게 마음과 몸의 병에서 해방시켜주시는 분이신 것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의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과 같이 참으로 환자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여길 줄 아는 사람이라야 진정한 의사인 것입니다.

 

김창옥 교수는 해병대 출신입니다. 김 교수가 대학 학창시절 어느 날 지하철에서 동성애자에게 추행을 당했습니다. 한 남자가 다가오더니 엉덩이를 만지더라는 것입니다. 비록 나중엔 쫓아버리기는 했지만, 처음엔 오히려 자신이 창피해서 한동안은 꿈쩍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집에 돌아와서 하도 분해서 그놈을 잡아 손을 잘라버리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고 샤워를 세 번씩이나 했지만 그 수치스러운 느낌과 분노는 가시지가 않더랍니다.

어느 날 대학 수업시간에 요즘 사회가 여성의 성추행에 대한 관심이 있는지에 대한 토론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남자 학생이 일어나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오늘 학교 오는데 길거리에서 담배 피는 여학생들을 보았어요. 그런 자신감으로 왜 성추행을 당했다고 이야기하지 못합니까?”

김 교수는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고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정말 부끄러운 일을 당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 더 이상 이 강의에 들어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수치스러워서 이 교실에 있는 사람들과 앞으로 눈을 마주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지하철에서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어찌 보면 큰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예비역에다 나이도 많이 먹고 게다가 남자인 내가 이런 이야기도 하기 부끄러운데, 여자가 성추행 당했을 때 어떻게 그렇게 쉽게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까? 거기 아까 발표한 남학생, 성추행 당해보지 않고 그렇게 쉽게 말하는 거 아닙니다.”

김창옥 학생은 그 자리에 있었던 여학생들과 여교수님에게 영웅이 되었습니다. 자신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유일한 한 사람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거기 있던 사람 중의 몇은 치유를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누가 치유자입니까? 바로 우리의 아픔을 알아주는 사람입니다. 우리와 함께 아파해 주시고 우리 고통을 함께 나누신 그리스도야말로 우리를 이해해주시고 치유해 주시는 가장 완전한 의사십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도 그런 따듯한 마음으로 누구의 얼어있는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왜 그러느냐고 불만을 갖는 사람들은 항상 있을 것이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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