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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죄인, 의인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4-01-18 조회수445 추천수1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죄인, 의인
    <연중 제1주간 토요일>(2014. 1. 18. 토) (마르 2,13-17)

    예수님께서 세리 레위(마태오)를 제자로 삼으신 뒤에

    많은 세리들과 함께 음식을 잡수시자 바리사이파 율법학자들이

    '왜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가?' 라고 하면서 시비를 겁니다(마르 2,16).

    율법학자들의 말 속에는 "당신이 메시아라면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 라는 뜻도 들어 있고,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을 보니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라 그들과 같은 죄인이다." 라는 뜻도 들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마르 2,17ㄴ)." 라고 대답하십니다.

     

    (우리는 마태오 사도에 대해서 말할 때 세리라는 그의 직업만 생각하면서

    "예수님께서는 마태오가 죄인이었는데도 그를 사도로 삼으셨다.",

    또는 "마태오 같은 죄인도 사도로 삼으셨다." 라는 식으로 표현하면 안 됩니다.

    그런 말은 바리사이파 율법학자들의 태도와 다르지 않습니다.

    마태오가 세리였다고 해서

    당시에 죄 속에서 살던 일부 세리들과 똑같은 사람이었는지는 알 수 없고,

    실제로 어떤 죄를 지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를 사도로 삼으신 것은 그가 세리였기 때문이 아니라

    사도로 삼을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에서 전염병에 걸린 병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던

    '대장금'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진짜 의사는 자기도 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병자들을 구하기 위해서 그들 속으로 뛰어드는 사람입니다.

    만일에 사람들이 대장금에게 "왕과 왕비를 보살펴 드려야 할 사람이

    천한 백성들 속에 있으면 안 된다." 라고 말했다면,

    아마도 대장금은 "병자들이 있는 곳이 바로 의사가 있어야 할 곳이다."

    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그런 대사가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분위기나 상황은 있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예수님께서 세리들, 또는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잡수신 것은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그런 사람들하고만 어울리신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이나 율법학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신 적도 많은데,

    그것도 역시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신 분입니다.

    사실 예수님 앞에서는 율법학자냐, 세리냐, 는 의미가 없습니다.

    모두가 다 구원받아야 할 죄인들입니다.

    그래서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르 2,17ㄷ)."

    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나는 죄인만 부르러 왔다." 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세상에 온 것은 죄인들을 구원하기 위해서인데,

    너희들은 모두 죄인들이다." 라는 뜻이고, 또 이 말씀에는

    "다른 사람들을 죄인이라고 하지 말고

    너희들 자신들도 죄인이라는 것을 깨닫고, 회개하고,

    자신의 구원을 위해서 힘써라." 라는 뜻도 들어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성인으로 선포한 분들 중에는

    태어날 때부터 성인이었던 분도 없고,

    자기 입으로 '나는 성인이다.' 라고 말한 분도 없습니다.

    (자기 입으로 자기가 성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그 교만 때문에 성인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예수님 앞에서는 모두가 다 죄인이다."

    라는 말 속에는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너나 나나 똑같은 죄인이다." 라는 말 속에

    다른 사람들의 성덕을 인정하지 않고 깎아내리려고 하는

    의도가 숨어 있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을 깎아내림으로써 자기를 높이려고 하거나

    자기의 죄를 합리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성인들도 처음에는 나 같은 죄인이었다." 라는 말은

    "나도 성인이다." 라는 뜻이 될 수 없습니다.

    이 말은 "나도 노력하면 그분들처럼 성인이 될 수 있다."

    라는 뜻이 될 뿐인데, 반대로 생각하면,

    "노력하지 않으면 성인이 될 수 없다."가 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죄인인지 아닌지를 아예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복음 말씀에 나오는 바리사이파 율법학자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다른 사람을 죄인이라고 판단하는 죄를 지었는데,

    그것은 하느님의 권한을 침해하는 죄이고,

    죄인들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부정하는 죄이고,

    다른 사람들을 죄인이라고 멸시함으로써 이웃 사랑을 거스른 죄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또 자기 자신들을 의인이라고 생각하는 죄도 지었는데,

    그것은 교만죄가 됩니다.

     

    반대로, 자기 자신에 대해서 구제불능의 죄인이라고 스스로 판단하면서

    회개도 포기하고, 구원을 받는 것도 포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겸손이 아니라 자학입니다.

    구원 받기를 포기하는 것은 하느님의 사랑을 거부하는 것이고,

    따라서 그것도 역시 죄가 됩니다.

     

    (어떤 죄를 지었을 때, 자기는 용서 받을 수 없는 죄인이니

    용서 말고 벌을 내려 달라고 하느님께 청한다면

    그것도 역시 겸손이 아니라 죄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거부하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자기의 죄를 인정하고 고백했다면,

    그 다음에 할 일은 오직 용서해 달라고 청하는 일뿐입니다.)

    - 송영진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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