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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존재이유를 잊으면 괴물이 된다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4-01-20 조회수952 추천수14 반대(1)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4년 가해 연중 제2주간 화요일


<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


복음: 마르코 2,23-28






하느님의 아들이며 말씀이신 그리스도


(1540-1550), 모스크바 크레믈린 Cathedral of the Sleeper


     < 존재이유를 잊으면 괴물이 된다 >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주연한 터미네이터란 영화는 1997년 개봉하여 매우 큰 흥행을 일으켰습니다. 온 몸이 불에 타고도 또 다리와 손이 잘려져 나가고도 한 여인을 죽이기 위해 눈에 빨간 불을 켜고 쫓아오는 사이보그의 모습은 영화가 끝난 이후로도 아주 긴 두려운 여운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무언지 모르는 공포로 보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했던 것은 이 영화의 발상이었습니다. 인간은 사이보그를 인간 자신들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가정에서 편안함을 찾기 위해, 혹은 공장에서 위험함을 감소시키기 위해, 혹은 전쟁을 위해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많은 로봇들이 만들어지는 이유와 같습니다. 그런데 2029년 미래에 이 로봇들이 인공지능을 가지게 되면서 더 이상 인간에게 종속되기를 거부하고 인간과 맞서게 된 것입니다.

로봇은 방사능에 영향을 받지 않음으로 핵전쟁까지 일으켜 30억이라는 인간을 죽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대장을 죽이지 못하자 타임머신을 이용해 그 대장의 엄마를 죽이도록 1984L.A.로 총으로는 끄떡도 하지 않는 사이보그, 터미네이터를 보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레지스탕스 대장도 한 병사를 과거로 보내어 자신의 어머니를 보호하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자신이 보낸 그 병사가 자신의 아버지가 되는 것도 재미있는 설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우리가 우리 편의를 위해 만들어 내는 어떤 것들이 결국엔 우리를 지배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상황이 오늘 복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안식일 법은 하느님과 인간을 위해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안식일 법은 그것을 만든 예수님은 물론 예수님을 위해 일하는 제자들에게도 걸림돌이 됩니다.

 

안식일 법이 만들어진 배경은 이렇습니다. 바빌론 유배 당시 이스라엘 백성은 비록 성전은 파괴되었지만 하느님께 대한 예배는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제 계급을 중심으로 고대 근동지방에 존재하는 안식일 법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세상 창조 때부터 하느님은 6일 동안 일을 하고 안식일에는 쉬셨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하느님도 쉬셨으니 인간도 일주일에 하루는 쉬면서 하느님을 기억하고 예배할 수 있도록 안식일 법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법이 예수님 시대까지 오면서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사람을 위한 법이 아니라 돈 많고 시간 많아서 안식일에 일을 할 필요가 없는 이들, 즉 당시 권력을 쥐고 있던 기득권들만이 하느님의 법을 지킨다는 정당성을 주는 도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안식일 법을 어기면서 동시에 도둑질까지 하는 예수님의 제자들을 그 법으로 옭아매려 한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을 옹호하십니다. 다윗도 도망치면서 하느님의 법을 어겼지만 그것은 정당화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법이 인간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인간이 법에게 지배당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십니다. 안식일 법을 어긴 제자들을 옹호하는 것은 안식일 법을 어기는 것이 사형이었기 때문에, 예수님은 법을 어긴 이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는 요즘 영화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송강호 주연의 변호인입니다. 법이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느냐란 질문을 하게 만듭니다. 법을 어기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돈만 밝히던 속물 변호사 송강호는 법이 인간의 존엄성 위에 있어서는 안 됨을 깨닫고 인권을 위해 자신의 편안한 삶을 걷어차게 됩니다.

여기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나는 있는 법을 집행했을 뿐이다.”라고 말하며, 법이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고 믿고 국가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곽도원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국가란 무엇입니까?”라고 묻고 난 후, 눈에 핏발을 세워가며 읊은 대한민국 헌법 제12,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 한 마디, “국가란 국민입니다.”, 이 송강호씨의 연기는 예고편만 다시보아도 왠지 눈물이 나옵니다. 정말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국가가 곧 국민이고 모든 법과 권력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정신이 사라지니 법도 괴물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학순 주교님도, 김수환 추기경님도, 또 지금의 많은 분들도 권력과 법에 맞서셨던 것입니다. 당신 자신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마치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법이란 것에 피해를 받는 이들을 위함이었습니다.

세례를 받으면 예언직이라는 것이 생깁니다. 예언직이란 흰 것을 희다고, 검은 것은 검다고 말해주어야 하는 의무입니다. 모든 박해와 죽음은 바로 이 예언직 때문에 비롯되는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도 그랬고 예수님도 그랬고 수많은 과거와 현재의 예언자들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인간이 만든 터미네이터가 인간을 해치기 위해 나타났다면 당연히 그것과 맞서야합니다. 괴물이 되어버린 것은 본래의 존재이유를 찾도록 맞서야 하는 것입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내가 만들어진 이유. 그것을 잊으면 나도 괴물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소명이라고 합니다. 바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해야 하는 원초적 존재이유, 그것이 소명이고 부르심입니다. 내가 변질된 모습이 아닌 참 나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항상 내가 왜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되묻고 그 존재이유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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