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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물은 아래로 흐른다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4-01-25 조회수942 추천수14 반대(1)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4년 가해 연중 제3주일(해외 원조 주일)


< 물은 아래로 흐른다 >


복음: 마태오  4,12-23





모세가 바위를 쳐서 물이 솟게 함


카스텔로(Castello, Valerio) 작, 파리 루브르 박물관


     < 물은 아래로 흐른다 >

 

     요즘 매우 흥행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디즈니 에니메이션 겨울왕국입니다. 참 사랑을 만나야만 고립되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손에 닿게 되는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힘(혹은 저주)을 가지고 있는 엘사는 동생 안나와 즐겁게 노는 중에 그 힘에 의해 안나를 다치게 만듭니다. 언니 엘사는 거기에 대한 트라우마와 점점 자랄수록 주체할 수 없는 힘에 의해 독방을 쓰며 세상과의 단절을 이루게 됩니다. 게다가 유일하게 의지하는 부모님들까지 한 번에 죽게 되는 불상사도 생깁니다. 시간은 계속 흘러 성인이 되어 대관식을 거행하게 되고 갇혀 있던 엘사는 두려움과 함께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이 때 동생 안나는 한스를 만나 하루 만에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혼문제에 대해 언니 엘사와 다투다가 엘사가 화를 내며 자신의 주위를 얼려버리는 바람에 언니의 능력(저주)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맙니다. 결국 엘사는 북쪽의 산으로 도망쳐서 자신만의 겨울왕국을 세우게 되고 안나는 언니를 찾으러 모험을 떠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우리도 혹은 우리 주위에도 혼자만의 왕국을 만들어놓고 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치유되지 않는 상처, 남을 아프게 하는 그 상처가 있을 때 그 두려움으로 사람은 자기만의 성을 쌓게 됩니다. 사실 그런 트라우마들은 남들이 별 관심도 없어하는 것이지만 자기에게는 세상 무엇보다도 들키기 두려운 상처인 것입니다. 물이 얼어버리면 날카로워지고 딱딱해져서 그것을 담을 아주 넓은 용기가 아니면 보통 사람의 마음 안에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누구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외톨이가 되는 것입니다. 또 아무도 받아들여주지 않으니 자신만의 성을 쌓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부모님이 불구거나 가난하여 남들에게 보이기 두려워하는 것이라든지, 왕따를 당했던 기억이라든지, 성추행 등을 당했던 기억들은 세상에서 자신의 차가운 성을 쌓아 자신을 그 안에 가두게 만듭니다. 작가는 이것을 엘사가 도망쳐 세운 얼음성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 차가움은 누군가의 뜨거움으로, 이 어둠은 누군가의 빛으로써만 치료가 가능해집니다. 마음이 얼어버렸다면 그것을 녹일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따뜻함입니다.

 

줄거리를 이어가볼까요? ‘엘사를 찾아 헤매는 안나앞에 크리스토프올라프를 만나 함께 모험을 떠납니다. 천신만고 끝에 언니 엘사를 만나게 되지만 언니는 돌아갈 생각이 없습니다. 그 와중에 또 한 번 언니의 차가움에 안나의 심장이 다치게 됩니다. 치료를 위해 트롤을 만나지만 이번엔 심장이 얼어붙어 고칠 수가 없으며 진정한 사랑으로만 고칠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한 눈에 반해 결혼하려 했던 한스를 만나러 가지만 한스는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한스는 소유하려 한 것이지 사랑을 위해 자신의 것을 잃을 생각은 꿈에도 없습니다. 그래서 갇혀있던 안나크리스토프와 만나기 위해 탈출하고 한스에 의해 붙잡혀 돌아오게 된 엘사 역시 탈출하여 두 자매가 만나게 되면서 진정한 사랑(가족애)으로 인하여 안나는 병을 고칠 수 있게 되고, 또 이런 사랑을 통해 힘의 조절이 가능해진 엘사는 자신의 왕국에서 나쁜이들을 몰아내고 다시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차갑게 얼어버렸던 엘사는 자신을 녹여줄 누군가의 따듯함이 필요했고, 그녀에게 다가갔다가 자신의 마음도 얼어버린 동생 안나도 누군가의 사랑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 차가움을 녹여줄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뜨거움입니다. 사랑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라디오에서 들은 사연입니다. 어떤 냉병을 심하게 앓고 있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 여인은 엘사와 마찬가지로 아주 더운 여름에도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난로를 틀어놓고 방에 있어도 추워서 못 견디는 병에 걸렸습니다. 병원에서는 그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병은 마음의 병이 몸으로 나타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병을 고쳐준 것은 그녀의 남편이었습니다. 남편은 그녀와 함께 여름에도 그 더운 방에서 함께 했습니다. 땀띠가 온 몸에 나도 그녀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녀에게 남편은 유일한 따뜻함이었고 유일한 빛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그녀는 누구의 사랑도 받아보지 못한 얼음공주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고아였습니다. 그것이 부끄러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녀의 남편이 그녀의 마음을 사랑으로 녹여준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남편은 자신의 심장이 얼어버리는 고통을 참아내야만 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그녀가 기적적으로 병이 나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복음전파를 시작하십니다. 그런데 복음전파를 밝은 곳에서 시작하셨을까요, 어두운 곳에서 시작하셨을까요? 추운 곳에서 시작하셨을까요, 따듯한 곳부터 시작하셨을까요?

즈불룬 땅과 납탈리 땅, 바다로 가는 길, 요르단 건너편, 이민족들의 갈릴래아,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장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빛이 떠올랐다.”

예수님은 가장 어둡고 가장 춥고 가장 외지고 가장 가난한 이들로부터 복음전파를 시작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따듯함이 가장 필요한 곳은 가장 추운 곳이고 빛이 가장 필요한 곳은 어둠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복음전파와 사랑은 똑같은 말입니다. 나를 태워 어둠을 몰아내고, 나의 따듯함을 잃으면서 차가움을 녹여주는 것이 사랑이지만 동시에 선교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당신 자신을 희생하여 당신 살과 피로 우리 안에 들어오시는 것이 곧 사랑이며 선교인 것입니다. 우리 어둡고 추운 땅에 그분의 뜨거운 불이 들어오셔 우리를 살리시는 것입니다.

 

어제 어떤 수녀님으로부터 들은 쥐 실험 이야기입니다. 쥐 두 마리를 빛이 들어오지 않는 상자 속에 넣어두었다고 합니다. 한 상자는 완전히 빛을 차단하였고 또 한 상자에는 아주 작은 빛만 들어올 수 있도록 바늘구멍을 내 두었습니다. 둘 다 음식이 없었지만 두 쥐가 산 기간은 두 배 차이가 났다고 합니다. 어둠 속에 있던 쥐는 일 주일을 살았고, 아주 작은 빛이라도 볼 수 있었던 쥐는 이 주일을 살았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바늘구멍으로 새어 들어오는 아주 작은 빛은 거의 쓸모가 없습니다. 그러나 어둠으로만 휘감긴 누구에게는 생명을 이어갈 유일한 희망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둠으로 가지 않는 것은 참 빛이 아닐 것입니다. 태양 밑에 촛불이 있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어둠으로 가야 참 빛이고, 추운 곳으로 가야 참 따듯함이고, 가난한 곳으로 가야 참 부유함입니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복음선포를 시작하는 날인 동시에 해외원조 주일입니다. 우리가 외식 한 끼 할 돈이면 다른 곳에서는 여러 명의 아이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 저도 부끄러운 면이 많지만 나의 것이 참으로 필요한 곳으로 흐르지 않는다면 나는 온전한 그리스도를 닮은 모습을 산다고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물질이든 기도든 우리 자신들이든 말입니다.

물은 아래로 흐릅니다. 물은 은총이고 사랑이고 선교입니다. 예수님은 하늘에서 내려오셔서 돌아가시고 결국 사흘 동안 저승에까지 내려가셨습니다. 사랑이시기 때문이고 빛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느 쪽으로 흐르려고 합니까? 가난하고 어두운 곳으로 향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나에게 이득이 될 위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고 있습니까? 아래로 흐르지 않는 것은 물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어둡고 춥고 가난한 곳으로 흐르지 않아도 사랑이 아닙니다. 이렇게 내가 빛이고 따듯함이고 부유함이고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이라는 것은 나의 삶이 어디를 향해 흐르고 있는가로 결정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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