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의 모든 것] (19) 복음 봉독
그리스도의 말씀 선포하는 말씀 전례의 절정 - 복음 봉독은 말씀 전례의 정점으로, 사제와 부제만이 봉독할 수 있다. 복음 봉독에 앞서 봉독자와 신자들은 이마와 입술, 가슴에 십자 표시를 하는데 이는 복음 말씀을 머리에 새기고 입으로 고백하며 가슴에 담아 실천하겠다는 뜻이다. [CNS 자료 사진] 나처음: 지난번 말씀 전례의 요소와 예식을 설명하면서 “복음 봉독은 말씀 전례의 정점”이라고 했는데 정확히 복음이 뭔가요? 라파엘 신부: 복음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 계시의 말씀이란다. ‘말씀’은 영원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영원으로부터 바로 하느님이셨단다.(요한 1,1 참조) 그 영원한 말씀은 우리를 하느님과 화해시켜 구원하시고자 사람이 되셨지. 바로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란다. 아버지 하느님의 말씀으로 참하느님이시며 참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유일한 중개자이시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는 ‘강생’(잉태와 탄생-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다)과 ‘파스카’(수난, 십자가에 달리심, 돌아가심, 묻히심, 저승에 가심, 부활, 승천) 신비에 비추어 보아야 해요. 신약 성경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말씀을 담은 마르코, 마태오, 루카, 요한 네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요한 20,31)이라고 저술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있지. 복음서는 “우리의 구원자, 사람이 되신 말씀의 삶과 가르침에 관한 으뜸가는 증언이기 때문에”(「계시 헌장」 18항) 모든 성경의 핵심일 뿐 아니라 교회 안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해. 그래서 체사리아 성녀는 “복음서보다 더 훌륭하고 소중하며 더 빛나는 교리는 없습니다. 우리 주님이시며 스승이신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말씀으로 가르치시고 행동으로 실현하신 것을 직접 보고 간직하기 바랍니다”라며 신자들에게 복음서를 가까이하길 권면했단다. 나처음: 복음 봉독은 전례 안에서도 특별한 권위가 있겠네요. 라파엘 신부: 교회는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20)는 주님의 명에 따라 세상 끝날까지 복음을 선포하고 있지. 그래서 교회를 ‘말씀의 집’이라고 표현하기도 해. 말씀의 집에서 가정 먼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바로 전례란다. 전례는 하느님께서 지금 여기에 있는 당신 백성에게 말씀하시는 탁월한 장소란다. 그리스도께서 당신 말씀 안에 현존하시어 교회에서 당신의 말씀을 듣고 응답하기 위해 모인 이들에게 친히 말씀하신단다. 이런 이유로 그리스도의 말씀이 성전 안에서 장엄하게 선포하기 위해 말씀 전례 복음은 사제와 부제만이 봉독하게 되어 있단다. 조언해: 복음 봉독 때 미사 참여자들이 일어서는 것도 직접 우리에게 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듣기 위함이겠군요. 라파엘 신부: 그렇지. 복음을 선포하러 오시는 그리스도께 대한 존경과 환영을 드러내며 주님의 말씀을 경건히 경청하고 실천하겠다는 표현으로 모든 미사 참여자들이 일어서지. 교회는 다른 독서에 견주어 특별한 영예의 표시로 복음에 가장 큰 경의를 드리라고 가르치고 있어요. 그래서 복음 선포를 하도록 정해진 봉사자는 축복을 받거나 기도를 바치며 복음 선포를 준비하고, 신자들은 환호함으로써 그리스도께서 거기에 현존하시며 신자들에게 말씀하신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고백하지. 조언해: 이때 모든 이들이 독서대를 향해 서는 것도 그리스도의 복음에 특별한 공경을 표하는 것이군요. 라파엘 신부: 말씀 전례 예식을 자세히 보면 복음이 봉독 되기까지 여러 예식과 기도가 행해지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먼저 모든 이들이 복음을 듣기 위해 일어서고, 복음 환호송이 불리는 동안 향을 쓸 경우 사제는 향로에 향을 넣지. 그다음에 복음 봉사자인 사제와 부제가 주례 사제 앞에 나아가 깊은 절을 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축복하여 주십시오”라며 축복을 청한단다. 주례 사제는 “주님께서 그대의 마음과 입술에 머무시어 그대가 복음을 합당하고 충실하게 선포하기를 빕니다”라며 십자 성호를 그으며 축복해요. 그러면 복음 봉사자는 “아멘”하고 응답하고, 향로와 촛불을 든 봉사자들과 함께 독서대로 향한단다. 복음 봉사자 없이 주례 사제가 복음을 봉독할 때는 손을 모으고 제대에서 허리를 굽히고 “전능하신 하느님, 제 마음과 입술을 깨끗하게 하시어 합당하게 주님의 복음을 선포하게 하소서”라며 속으로 기도한 후 독서대로 향하지. 나처음: 복음을 봉독할 때 이마와 입술, 가슴에 십자가를 긋는 이유가 뭐예요. 라파엘 신부: 복음 봉사자인 사제나 부제가 독서대에 서면 먼저 교우들에게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며 인사를 하지. 그러면 교우들은 “또한 사제(부제)의 영과 함께”라고 화답해요. 이 인사는 12~13세기께 미사에 도입된 예식으로 현존하시는 그리스도께서 친히 복음을 선포하신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란다. 그런 다음 복음 봉사자는 “(○○○)가(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라며 선포되는 복음 말씀을 알려주면서 책과 이마와 입술, 가슴에 십자 표시를 한단다. 복음 명칭을 알리는 관습은 700년 이전부터 미사에 도입되었어요.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복음서의 참저자는 하느님이시고, 복음사가는 오직 그 말씀을 전달하는 사람이기에 “(마르코, 마태오, 루카, 요한)가(이)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야. 복음 봉사자가 복음서에 십자 성호를 긋는 것 역시 복음이 주님의 말씀임을 드러내기 위함이란다. 복음 봉사자와 교우들이 함께 이마와 입술, 가슴에 십자 성호를 긋는 것은 11세기 이후 미사에 도입됐는데 ‘복음을 믿고’(이마) ‘고백하며’(입) ‘실천한다’(가슴)는 뜻을 포함하고 있단다. 이렇게 십자 성호를 그으면서 “주님, 영광 받으소서”라고 응답하는 것은 7세기께 동방 교회 전례에서 도입된 예식으로 주님을 환영하며 영광을 드리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란다. 향을 피우는 경우에는 복음서에 분향한 후 복음을 선포하지. 그리고 주님 수난 성지 주일과 성 금요일의 수난 복음 봉독 때에는 복음 전 인사, 십자 표시, 분향, 촛불 등이 모두 생략돼요. 스스로 죄인이 되어 고통을 받으시는 그리스도를 묵상하고 일시적으로나마 주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을 보류하는 것이지. 또 파스카 성야 때에는 부활초가 있기 때문에 복음서 옆에 촛불 봉사자를 세우지 않는단다. 복음 봉독이 끝나면 복음 봉사자가 독서 봉독 때와 같이 “주님의 말씀입니다”라고 하고, 교우들은 모두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라고 환호해. 로마 전례에서는 이후 복음 봉사자가 존경의 표시로 복음서에 입을 맞추지만, 한국 주교회의는 우리 정서에 맞게 고개를 숙여 경건하게 절을 하도록 정했단다. 복음 봉사자는 이때 “이 복음의 말씀으로 저희 죄를 씻어 주소서”라며 속으로 기도지. 조언해: 미사 복음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라파엘 신부: 지난번 말씀 전례 독서와 복음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설명했는데 다시 간단히 알려줄게. 주일 미사 복음은 3년 주기(가해, 나해, 다해)로, 평일 미사 복음은 2년(홀수해, 짝수해) 주기로 배분돼 있단다. 연중 주일에는 공관복음을 기준으로 가해에는 ‘마태오 복음서’, 나해에는 ‘마르코 복음서’, 다해에는 ‘루카 복음서’를 낭독해. 이중 나해의 마르코 복음서는 분량이 짧기에 연중 제17~21주일에는 ‘요한 복음서’로 보충하고 있단다. 요한 복음서는 앞의 연중 시기뿐 아니라 성삼일과 주님 부활 대축일, 부활 팔일 축제 등과 같은 특수 시기에 봉독된단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11월 29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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