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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떠남의 여정 -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2-06 조회수819 추천수14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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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6 성 바오로 미끼(1564-1597)와 동료순교자들 기념일, 열왕 상2,1-4.10-12 마르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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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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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떠남의 여정’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때에 맞춰 잘 떠나는 것보다 중요하고 어려운 일도 없으며 이 또한 은총입니다.

잘 떠날 때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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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교체가 참 자연스럽습니다.

강추위가 계속되지만

엊그제는 봄의 시작인 입춘으로 이제 겨울은 서서히 떠나고 봄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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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수도회 어른으로부터 자신의 보물 1호인

400여년 전 러시아 이콘을 저희 수도원 자치수도원 승격 축하 선물로 주신다는 말씀에

‘아, 어른께서는 이제 서서히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시는구나.’하는 생각에

순간 신선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잘 죽는 것이 영원히 사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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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한 삶을 살던 다윗이 오늘 독서에서 마침내 죽음을 맞이합니다.

평생 하느님 안에서 치열한 삶을 살았기에 마치 준비된 죽음을 맞이하듯 편안히 죽음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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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에게 주는 다윗의 유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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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을 간다.

너는 사나이답게 힘을 내어라.

주 네 하느님의 명령을 지켜 그분의 길을 걸으며,

또 모세의 법에 기록된 대로 하느님의 규정과 계명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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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의 유언은 그대로 그 삶의 반영입니다.

이렇게 적절한 유언을 남기며 세상을 떠나 선종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다윗은 세상을 떠나 자기 조상들과 함께 잠들어 다윗 성에 묻히고

이제 솔로몬이 다윗의 왕좌에 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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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도 ‘떠남’과 관련된 말이 4회 나옵니다.

새삼 믿는 이들의 삶은 부단한 떠남의 여정임을,

또 마지막 떠남의 죽음도 일상의 평범한 떠남의 삶에 충실한 결과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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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할 것 없이 삶은 그대로 ‘떠남의 여정’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파견에 앞서,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입지 말라고 이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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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짐으로 최대한의 자유를 확보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떠나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하였으며,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줍니다.

막연한 떠남이 아니라 뚜렷한 목표를 향한 떠남의 여정, 자유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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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의 선포, 마귀의 축출, 병의 치유, 셋으로 요약되는 제자들의 삶이 참 단순합니다.

이런 단순한 삶 자체가 힘이며 자유롭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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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계신 제자리를 향한 떠남의 여정입니다.

떠나고 떠나도 늘 하느님 계신 제자리일뿐입니다.

떠남의 여정은 자유의 여정입니다.

자유로운 사람만이 이웃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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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 정주의 삶 중에도 주님의 능력으로 충만하여 복음 선포의 삶을 살아야 하는 우리들입니다.

우리의 ‘수도자다운 삶’의 서원이 의미하는바

바로 끊임없이 떠나 새롭게 시작하는 복음 선포의 삶, ‘하늘나라의 삶’입니다.

이래야 마귀도 축출되고 병도 치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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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주님께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부르시고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어

만나는 이들을 자유롭게 하라고 우리 삶의 세상 자리로 파견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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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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