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동산의 꽃과 풀들] 성모 동산에서는 ‘교회 꽃’도 보고, ‘영적 승리’도 맛보고… 그리스도인들은 꽃과 풀 그리고 나무들을 보면서 그 생김새며 색깔과 특징들에서 자기들이 믿거나 아는 교회적이고 교리적인 의미와 상징성을 연상했고, 그러한 의미와 상징성을 담은 이름들을 붙여서 불렀다. 그리하여 성모 동산의 식물들 중에는 ‘교회 뜨락의 꽃’ 또는 ‘교회의 꽃’이라는 이름의 식물도 있고(달리아, 백일홍), 그리스도인 삶의 궁극적 이유이자 목적인 ‘영적 승리’를 상징하는 식물(월계수)도 있다. 달리아 달리아, 요즘에는 쉽게 보기 힘들지만 한때는 웬만한 시골집 마당이며 뒤란의 꽃밭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화초다. 달리아는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고구마처럼 생긴 덩이뿌리로 번식하고, 한여름인 7∼8월부터 가을까지 줄기와 가지 끝에서 흰색, 빨간색, 노란색 등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대표적인 여름철 화초다. 이 식물의 원산지는 멕시코다. 멕시코에는 20여 종의 달리아 원종이 자생하는데, 18세기부터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이 원종들을 가지고 원예용으로 육종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1만 가지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개량종들이 세계 각국에서 재배되기에 이르렀다.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원종들은 여름철의 고온에 대체로 약한 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경우에도 비가 많이 오고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생육이 좋지 않고, 고온다습한 기후가 물러나는 8월 하순부터 10월까지는 꽃의 색까지도 선명해진다. 그런데 달리아는 높은 기온에 약할뿐더러 추위에도 약하다. 그래서 가을이 되어 꽃이 다 지고 잎이 시들면 알뿌리를 캐어서 얼지 않도록 잘 보관했다가 봄에 다시 심어서 번식시켜야 한다. 그러면 줄기가 1m 정도 높이로 자란다. 그리스도인들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달리아를 사랑하였다. 그리하여 이름마저도 ‘교회 뜨락의 꽃’ 또는 ‘교회 마당에 심으면 좋은 꽃’(Churchyard Flower)이라고 지어서 불렀다. 백일홍 백일홍 또한 달리아처럼 멕시코 원산의 국화꽃과 식물인데 달리아와는 다르게 한해살이풀이고 씨앗으로 번식한다. 원산지가 아닌 우리나라에서도 귀화식물로서 관상용으로 널리 재배되어 왔다. 이 식물은 60∼90cm 정도 높이로 자라며 6∼10월에 노란색, 자주색, 흰색 등의 꽃을 피운다. 백일홍이란 이름은 ‘꽃이 100일 동안 붉게 핀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인데, 달리는 백일초라고도 부른다. 이 식물은 본래는 잡초였으나 원예학자들의 손을 거쳐 현재의 모습이 개량되었다고 한다. 태생이 잡초여서 그런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고온에도 강하다. 백일홍은 들꽃이 관상용으로 개량된 본보기 중의 하나인데, 특히나 품종 개량이 많이 진행된 식물이다. 그리하여 기존의 재래종은 꽃을 피울 때 낮의 길이에 영향을 받았으나 새롭게 나타난 품종들은 낮의 길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백일홍이 크게 자라지 않도록 처리하는 기술을 적용해서 작은 화분용 꽃으로도 많이 재배된다. 그런저런 품종 개발의 결과, 백일홍 꽃의 색은 한층 선명해지고 풍부해졌으며, 꽃의 크기 또한 작은 것에서부터 커다란 것까지 다양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화단에서 가꾸는 데 비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절화용으로도 많이 재배한다. 한편, 배롱나무의 꽃을 백일홍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그리스도인들은 백일홍을 ‘교회의 꽃’(Church Flower)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또 한편으로는 ‘동정 성모 마리아님’(The Virgin)이라고도 불렀다. 월계수 월계수는 감람수라고도 하며, 높이 약 15m까지 크는 상록교목으로 녹나무과의 쌍떡잎식물이다. 짙은 잿빛 껍질로 둘러싸인 나무줄기에서 가지와 잎이 무성하게 나오는데, 잎은 가늘고 길며 끝이 뾰족하고 중간쯤부터 아래쪽이 약간 볼록한 모양의 타원형(바소꼴)으로 짙은 녹색을 띠며, 독특한 향기를 풍긴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인 월계수는 늘 푸른 성질과 정화 능력으로 해서 일찍부터 승리와 영예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스포츠 제전들 중 하나로 아폴로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퓌티아 제전에서 승리자의 머리에는 이 나무의 잎이 달린 가지로 만든 관을 씌워 주었다. 그런가 하면 로마 시대에는 전쟁에서 이긴 장군이나 대시인에게 월계관이 씌워 주었고, 중세에는 대학에서 수사학과 시학을 수료한 사람에게 월계관을 주었다. 영국의 계관시인도 이러한 전통에서 유래한다. 한편,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대에는 이 나무에 벼락과 같은 재앙을 예방하고 불결하거나 부정한 것을 정화하는 효능이 있다고 믿어서 집 주위에 많이 심었다. 이러한 습속은 신화나 전승에도 반영되었다. 가령,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은 델포이에 살던 큰 뱀 피톤을 죽였을 때 월계수 숲에서 그 피를 정결하게 해서 떨어뜨렸다. 로마의 네로 황제는 역병이 유행하자 월계수 숲으로 피해 와서는 그곳의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건강을 유지했다. 그리고 아폴론의 도시 델포이의 무녀들은 예언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마취 성분이 있는 월계수 잎을 씹었다. 그러다 보니 월계수는 신성시되었다 나아가 관상수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말린 월계수 잎은 향기가 좋아서 요리나 차에 쓰인다. 또한 육류의 누린내를 잡아주는 효능이 있어서 고기를 삶거나 조리할 때도 많이 쓰인다. 월계수를 신성하게 여기는 유래와 전통은 그리스도교회에도 전해졌다. 그리하여 월계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영적인 승리, 곧 유혹을 이겨내고 심판에서 거둔 승리의 상징이 되었다(2티모 2,1-5 참조). 또한 월계수의 잎은 좀처럼 시들지 않기 때문에 영원성을 가리키기도 한다. 한편, 월계수의 일종으로서 향신료로 쓰이는 스위트 베이(Sweet Bay)는 ‘성녀 브리지다의 꽃’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그동안 성모 동산에서 함께 거닐고 이 구석 저 구석을 들여다보면서 이 동산을 거룩하고 아름답게 가꿔주신 분들께 깊고 큰 감사를 드립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12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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