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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삶의 이정표 -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2-11 조회수913 추천수15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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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11 연중 제5주간 화요일, 열왕기상8,22-23.27-30 마르7,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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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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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 묵상 중 떠오른 주제는 ‘내 삶의 이정표’입니다.

예전 산티야고 순례를 다녀 온 도반으로부터 여행담을 듣던 중

뇌리에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이정표’란 말입니다.

800km, 2000리 길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산티야고를 가리키고 있는 이정표를 볼 때마다

지친 마음이 힘을 얻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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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가 상징하는바 바로 ‘내 삶의 이정표’입니다.

얼마 전 박사학위를 하고 온 수도형제로부터 체험담 중 나온 ‘이정표’란 말도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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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과정 중엔 시험도, 수업도 없습니다.

마지막 논문만 써내 통과하면 됩니다.

5년 동안의 박사과정은 말 그대로 이정표가 없는 사막입니다.

제 나름대로 이정표를 만들어 공부하지 않으면 시간 다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사실 그렇게 지내다가 학위하지 못하고 오는 이들도 많습니다.

아마 2/3 가 그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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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했습니다.

그대로 우리 삶을 압축합니다.

사막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삶이 사막이요

여기서 이정표를 발견도 하고 세우기도 하며 끊임없이 순례여정에 여정에 올라야 합니다.

이래야 안주로 인해 무너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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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평생 순례 여정의 삶에 이정표는 필수요,

기도와 일과 공부가 균형 잡힌 일과표보다 더 좋은 삶의 이정표도 없고

이 이정표에 충실하는 것이 제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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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목적지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잃으면

하느님도 나도 잃어 방황이요 시간과 힘의 낭비는 필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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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독서의 솔로몬과 복음의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좋은 대조를 이룹니다.

전자는 삶의 이정표가 있고 후자는 삶의 이정표를 잃은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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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이 상징하는바 삶의 이정표입니다.

솔로몬은 삶의 이정표와 같은 주님의 집인 성전에서 기도하며 이정표를 확인합니다.

하느님을 발견하고 나를 발견합니다.

순례여정의 최종 목적지인 하느님을 새롭게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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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이스라엘의 하느님, 위로 하늘이나 아래로 땅 그 어디에도 당신 같은 하느님은 없습니다.

마음을 다하여 당신 앞에서 걷는 종들에게 당신은 계약을 지키시고 자애를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주, 저의 하느님, 당신 종의 기도와 간청을 돌아보시어,

오늘 당신 종이 당신 앞에서 드리는 이 부르짖음과 기도를 들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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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삶의 이정표인 성전입니다.

이렇게 성전에서 기도하며 이정표를 새롭게 확인해야 길을 잃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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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정표를 잃어 무질서와 혼란 중에 방황하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하느님 앞에서 ‘주님의 종’으로서 자신의 신원을 새롭게 확인하는 겸손한 솔로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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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삶의 이정표를 잃지 않고자

매일 평생 끊임없이 성전에서의 공동전례기도에 충실히 참여하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주일미사 참여를 의무로 하는 것도

신자들이 삶의 이정표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교회의 자비로운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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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복음의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삶의 이정표를 잃어버린,

흡사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들만 보는 모습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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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정표를 잃었기에 하느님도 잊고 나도 잊어 지엽적인 것들에 빠져 제대로 식별을 못합니다.

이들에 대한 예수님의 분별과 진단이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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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가 너희 위선자들을 두고 옳게 예언하였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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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의 핵심입니다.

하느님을 가리키는 ‘삶의 이정표’를 잃어버렸을 때 누구나의 가능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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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로는 주님을 공경하지만 마음은 멀리 떠나 있고

하느님의 계명이 아닌 사람의 규정을 가르치며 헛되이 주님을 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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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정표를 잃어버렸을 때 누구나의 가능성이 위선자의 삶이요,

늘 내 삶의 이정표를 확인하며 깨어 회개의 삶을 살 때

기본과 본질에 충실한 진실하고 단순한 참 나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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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이 거룩한 성전에서의 미사보다 더 좋은 삶의 이정표도 없습니다.

매일 주님의 미사은총이 날마다 우리 모두 새 하늘과 새 땅의 하느님 나라를 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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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당신 앞뜰에서 지내는 하루가, 다른 천 날보다 더 좋사옵니다.

저의 하느님의 집 문간에 서 있기가

악인의 천막에서 살기보다 더 좋사옵니다.”(시편8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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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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