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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원준 박사님의 구약성경과 신들 제3강 고대 근동의 하늘신
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4-02-13 조회수1,928 추천수0 반대(0) 신고

+샬롬(그리스도의 평화)

 

평화신문/ [주원준 박사의 구약성경과 신들] (3)고대 근동의 하늘신

신과 동격으로 하늘을  섬겨온 인류



  구약성경에는 하느님 외에도 다양한 신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신으로 등장하지 않고, 고대 근동 문화의 흔적으로 등장한다. 고대 근동 사람들은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삶을 살았다. 성경은 고대 근동의 신화적 언어로 쓰였다.

 #하늘과 하늘신
 우리나라 정서에서 하늘은 곧 하느님을 의미했다. 우리가 "하늘의 뜻이다"라고 말할 때, 그것은 하느님의 뜻이란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하늘 사상은 동아시아 원시 유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왜 북경까지 가서 천주교 신앙이 담긴 책을 찾았을까? 「천주실의」를 쓴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는 하느님을 한문으로 번역할 때 천주(天主)라고 했다. 우리 민족이 본래 갖고 있던 하늘 사상과 접목했기에 가톨릭교회는 우리나라에서 번창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학자들은 하늘의 참된 뜻을 적은 「천주실의」에 관심을 갖고 공부했다.

 하늘은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종교에서 중요한 상징이다. 인류 최초 수메르 문명에서부터 하늘신은 모든 신의 아버지로 여겨졌다. 고대 이스라엘인들은 하늘 개념을 독특한 야훼 신앙으로 소화해 재해석했다.

 기원전 5000년경 지금의 이라크 지역에서 살던 수메르인들은 인류 최초의 글자인 쐐기문자를 만들었다. 수메르인들은 하늘을 형상화한 쐐기문자로 '안(An)'을 썼다. 안은 딩기르라고 읽을 수도 있는데, 딩기르로 읽으면 '신(神)'을 의미한다. 두 개를 겹쳐 쓰면 '신들'이란 복수가 된다. 이는 하늘을 뜻하는 최초의 문자다. 이 글자를 보면 인류는 이미 이때부터 하늘을 섬기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 민족 정서와도 일맥상통한다.

 기원전 19세기 고(古)바빌론 제국 시대가 열린다. 고바빌론 제국을 건설한 아무르인들은 아카드어를 공용어로 채택했다. 이때부터 고대인들은 두 가지 언어를 쓰기 시작했다. 고바빌론인들은 행정과 상업 등 문서에는 아카드어를 썼지만, 학문 등에 사용되는 전문 용어는 수메르어를 그대로 사용했다. 이중 언어를 쓴 것이다. 한문을 공용어로 쓰는 우리와 비슷한 셈이다.

 아카드어로 '아누(Anu)'는 하늘이다. 수메르 시대와 아카드 시대 모두 '하늘은 신'이라는 사상을 공유한 것이다. '아누'는 최고신이었다. 선과 악을 모두 관장하는 신이었다.

 기원전 2800년경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번성했던 우크르의 왕 길가메시에 대해 쓴 '길가메시 서사시'에서도 아누가 등장한다. 길가메시는 아누에게 달려가 억울한 일을 풀어달라며 성난 황소를 청한다. 황소는 당시 권력의 상징이다. 황소가 우르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고, 젊은이 수백 명을 죽였다. 길가메시는 이 대목에서 자신의 힘을 드러낸다. 이처럼 아누는 악을 관장하는 역할도 했다. 아누는 또 왕권을 확정해주기도 했다. 최고신으로서 왕을 임명한 것이다.

 #최고의 신
 인류 종교사에서 첫 번째 최고신은 아누였다. 그런데 하나의 최고신이 계속 존재한 것이 아니라, 계속 바뀌었다. 시대가 변하고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패권이 바뀜에 따라 아누는 최고신의 지위를 다른 신들에게 물려주고 하늘로 올라가 버린다. 아누는 인류 종교사 최초의 신이자 '물러난 신'이기도 했다.

 수메르 시대에 존재했던 3600명의 신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50명의 귀족신과 나머지 하급신이다. 귀족 50신은 수메르에서 가장 높은 신들의 모임인 '아눈나키'라고 불렸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일곱을 '운명을 결정하는 일곱 신'이라고 불렀다. 귀족 중의 귀족신이다. 이 일곱 신 중에서도 가장 높은 4명의 신은 안, 엔릴, 에아, 대지의 신이며, 그 중 첫째인 안(아누)은 모든 신의 아버지였다. 아누는 모든 신의 우두머리요, 아눈나키의 수장이자 운명을 결정하는 최고신이었다.

 이후 최고신인 아누는 하늘로 올라가고, 엔릴과 에아가 뒤를 잇는다. 물러난 최고신은 궁극적 권위가 필요할 때면 다시 나타나곤 했다. 고대 근동의 가장 중요한 법률문서인 함무라비 법전 서문에도 아누, 엔릴, 에아가 등장한다. 물러난 신인 아누가 정의와 왕권을 정하는 역할을 했다.

 고대 근동의 이집트에서는 태양신이 최고의 신이었다. 동부 셈어 지역을 벗어나면 하늘신은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북서 셈어를 쓰는 지역에서 하늘신은 제물을 바칠 때나 무언가 맹세를 할 때 거론되는 정도다. 북서 셈어 지역에서 나온 구약성경에서도 하늘신은 큰 역할이 없다. 대신 바알신이 하늘을 다스렸다고 나온다.

  정리=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강의에 들어가며

 

제3강 고대 근동의 하늘신



 

1. 하늘, 천주

- 왜 이 책의 첫 장의 주제로 하필이면 하늘신을 선택했나면, 우선 하늘이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최고신이기 때문. 우리네 정서로 '하늘'은 곧 '하느님'을 의미한다.

- 사실 '하늘'은 거의 모든 종교에서 중요한 표상이다.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는 수메르 시대부터 줄곧 '하늘신'은 모든 신들의 아버지이자 최고신이었다. 그리고 고대 이스라엘도 고대 근동의 '하늘' 개념에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구약성경과 고대 근동 종교의 '하늘' 개념을 비교하면 무척 흥미 있는 현상이 발견된다. 고대 이스라엘인은 이웃 종교의 '하늘' 개념을 무작정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독특한 야훼 신앙으로 소화하면서 적극적 으로 재해석했다.

2. 수메르의 하늘신 '안'

-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는 수메르 문명. 그들은 수많은 신들을 믿었는데, 그 수메르 만신전에서 하늘신의 이름은 '안' AN이다. 안은 만신전의 최고신이었다.

3. 아카드의 최고신 '아누'

수메르 시대가 저물고 아카드 문명이 고대 근동의 패권을 차지했다. 기원전 19세기부터  고바빌론 시대가 시작된다. 그들은 아카드어를 공용어로 채택하였다. '하늘'을 뜻하는 아카드어는 '아누'는 선과 질서를 관장하는 최고신이었다. 하지만 그는 선을 관장하는 착한 신의 모습과 함께 악한 신의 모습도 지니고 있었다. 또한 아누는 왕권을 최종 확증해 주는 신이었다. 『수메르 임금 계보』라는 문헌 맨 첫 줄은 "왕권이 아누(= 하늘)로부터" 내려왔다고 적혀 있다. 그 뒤에도 신들과 임금들은 궁극적 권위를 아누에 기댔다.

4. 그러나 최고신은 늘 변한다. 각 도시들은 자신의 주신主神이 있었다. 가장 강한 도시국가의 신이 최고신이었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고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패권이 바뀜에 따라  아누는 최고신의 지위를 점차 다른 신들에게 물려주고 뒷자리로 '물러난 신' deus otiosus 이 된다. 아누는 인류 종교사 최초의 '물러난 신'이기도 한 셈이다.

5. 평범한 하늘신

하늘신이 최고신의 권위를 오랫동안 누린 고대 메소포타미아는 이른바 동부 셈어를 사용하는 지역이다. 하늘신은 이 지역을 벗어나면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하늘신의 특징을 중심으로 메소포타미아 종교와 나머지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그 특징이 뚜렷하다.

구약성경과 가장 밀접한 관계인 우가릿 신화에서 하늘은 중요한 신도 아니고 적극적 역할을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하늘은 그저 신들이 사는 '장소' 또는 '공간'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주원준 박사님의 구약 성경과 신들/

제3강 고대 근동의 하늘신

 

안녕하세요? ? 성호 긋고 시작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일주일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예, 저도 잘 지냈습니다.

지난 시간 강의가 어렵지 않았는지 조금 걱정도 되고 하는데 시작하는 마당에 저번 시간

강의를 조금 요약하면서 다시 한번 상기시키면서 처음에 조금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시간에 제가 제 소개를 간단하게 하면서 왜 평신도 신학자가 이 평화방송에 와서

이런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왜 제가 구약성경과 신들이라는 책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왜 우리 신앙인들이 고대 근동의 신화

와 그리고 고대 이스라엘의 어떤 종교심에 대해서, 지금보다 굉장히 먼 세계의, 굉장히

먼 시대의 종교심에 대해 가지고 알아두면 우리 신앙에 왜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 잠시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 교회가 발전하는 거 만큼 이런 고대 근동에 대한 지식이랄지 고대

이스라엘에 대한 지식이 신앙인들에 대한 교양이 되도록 우리가 그런 시대가 올 것이다

하는 그런 말씀도 드린 바가 있습니다.

 

실제로 구약성경에는 우리 하느님 말고 다른 신들의 이름이 퍽 많이 등장합니다.

아주 다양한 신들이 등장하지요? 그리고 그 신들이 신으로서 등장하지 않고요.

다만 그 고대 근동의 어떤 문화의 흔적으로서 등장합니다.

 

* 지난 시간 강의 요약: 구약성경에는 다양한 신들의 이름이 등장하지만, 그 신들은

  고대 근동 문화의 흔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한번 이번 시간을 시작하면서 머리 속에 생각해야 되는 것이 고대

근동이 얼마나 먼 오래전의 일인가? 그 세계 자체가 얼마나 넓은 지역인가? 그리고 그

고대 근동의 사람들은 지금과 퍽 다르게 굉장히 다른 시대에 살았구나.

 

우리 같은 과학 기술 문명도 없었고, 근대의 합리주의도 없었고, 어떤 물질 문명도 그리

발전하지 않은 세계에서 오히려 더 신화적이고 더 종교적이고 더 의미의 세계에서 살고

있었다 하는 것도 말씀드렸습니다.

 

* 지난 시간 강의 요약: 성경(고대 이스라엘의 체험)은 고대 근동의 신화적 언어, 의미의

   언어로 쓰여졌다

 

여기까지가 이제 저번 시간의 마지막이었고요. 이게 저번 시간에 말씀드렸듯이 저번

시간의 준비 운동 같은 시간이었고, 여러분이 지금까지 말씀드린 걸 머리 속에 잘 넣고

계시면 이제부터는 이제 본 게임으로 이제 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처음으로 시작할 주제는 하늘에 대해서, 하늘신에 대해서 시작하도록

하겠고, 제 책의 첫 쳅터가 되겠습니다.

 

** 하늘, 하늘신

 

처음에 이제 강의를 좀 쉽게 여러분들한테 설명을 하기 위해서 왜 하필이면 제가 하늘신을

선택하게 되었는가? 우리가 왜 처음에 하늘신을 볼 것인가? 그 이유는 뭐였냐 하면요.

우리 민족이 하늘신이 조금 독특해서 그거부터 알아보는 게 우리 신앙인들한테 도움이

되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말로 하늘은 그냥 하늘이 아니죠. 굉장히 특이한 하늘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나라 말에 하늘이라고 할 때 때로는 그게 하늘이 아니라 하느님이라고 생각하면은

말이 통하는 적이 몇 번 있어요.

 

* 우리 정서에서 '하늘'은 곧 '하느님'을 의미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하늘에 기도한다 그러면 어디 허공에다 대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죠?

저 무슨 공간에다 대고 기도하고, 허공에다 대고 중얼중얼 하면은 미친 사람이죠. 우리는

하늘에 기도한다라고 할 때 하늘에 기도하지 않고 하느님한테 기도를 드린다라고 말을

하는 것이죠.

 

우리가 흔히 말할 때 요새 또 선거철이기도 합니다만 "하늘의 뜻이다" 해서 알아 듣는

것이죠. 애국가에도 보면은 하느님이 우리를 보우하신다. 이렇게 나오는 이유도 우리

민족이 원래 하늘에 대해서 독특한 마음을 품고 있는 민족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우리가

쓰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하늘 사상은 본디는 원시 유교에서 종교학자들은 그렇게 얘기할 거예요.

하늘 천(天)자가 그냥 공간이 아니라 어떤 굉장히 특별한 의미였다라고 얘기할 테지만

또 다른 면으로 그 말씀도 맞고요. 이제 우리 민족의 가슴 속에 있는 어떤 한 신 같은

이름입니다. 그래서 그렇다면 과연 구약성경에서는 이 하늘이 어떤 신이었고, 또 어떻게

취급되었는가를 우리가 한번 보는 게 의미 있을 거 같애요.

 

우리가 천주교라고 하는데요. 최초에 우리나라에 천주교 신앙이 들어왔을 때 여러분들

잘 아시지만 우리나라는 독특하게 선교사를 받아 들여서 된 게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가서

이제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인 세계에서 아주 유일한 아주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는

민족인데요.

 

그 당시에 평신도들, 신부님이 안 계셨을 때 그분들이 어떻게 해가지고 북경까지 가서

그 어려운, 그때 북경 가는데 막 한달 걸리고 이랬을 때 아니예요. 말 타고 가마타고 할 때.

왜 하필이면 북경에 가가지고 천주교 신앙을 찾았냐 하면 하나의 책 때문이었죠.

 

여러 가지 책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큰 역활을 했던 책이 어떤 책이냐 하면 바로 마태오

리치의 천주실의 라는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마태오 리치가 예수회 선교사였죠. 그 당시에.

한문도 굉장히 잘 하시고 천재셨는데 마태오 리치가 아, 이 로마 가톨릭 우리 교회의 이름을

한문으로 무엇으로 번역할까 하다가 천주라는 이름을 쓰셨어요.

 

그런데 천주라는 이름이 하늘 천(天)자에 주인할 때 그 주(主)자죠? 그러니가 하늘의 주인

이시다. 이렇게 했는데 이게 왜 중국보다 그 당시에서 우리나라에서 히트를 쳤느냐? 잠시

생각을 해 보면 그게 하늘을 건드렸기 때문에. 우리 민족이 원래 갖고 있던 하느님 그 마음

을, 그 종교심을 건드렸기 때문에 그렇게 크게 성공한 것이 아닌가? 우리가 그렇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마태오 리치, 1552-1610: 중국에서 전교하기 위해서 <기하학원본>과 <곤여만국전도> 등

서양의 학술을 중국어로 번역했으며 저서인 <천주실의>는 한국의 천주교 성립에 결정적

인 영향을 끼쳤다. 마태로 리치는 라틴어 '데우스'(Deus 주님)의 번역으로 '천주'(天主

하늘의 주님)를 선택해서 로마 가톨릭 교회의 이름을 '천주교'로 옮기고 그 핵심 교리를

담은 책의 제목을 <천주실의> (天主實義)라 하였다.

 

천주실의라는 그 책 이름 자체가 천주, 하늘의 주인의 실의, 참된 뜻을 적은 책이다 하는

책이거든요. 그러니 우리 나라에 있었던 지식인들, 그 당시의 한학잗르이, 유학자들이죠.

굉장히 관심을 갖고 볼 만한 책이었죠.

 

* 천주실의(天主實義) : 마태오 리치가 1603년 한문으로 저술한 천주교 교리서로 총 8편

174항목으로 구성되었으며, 가톨릭 철학과 스콜라 사상의 입장에 선 서사(西士)와, 전통

유학과 불교, 도교의 사상을 갖춘 중사(中士)가 토론하는 형식으로 서술되었다.

 

이렇게 어떤 한 종교나 어떤 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이 아주 깊이, 그 마음

깊이 들어가 있는 어떤 상징들을 건드리면은 효과가 커요. 사람들이 모두 의미를 금방

알아듣기 때문에 쉽게 공감하고 쉽게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오늘은 처음에 우리 민족이 그렇게 중요한 하늘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는 걸 보여

드리겠습니다.

 

하늘은 우리 민족 뿐만 아니라 사실 연구해 보면 거의 모든 종교에서 매우 중요한 상징

입니다. 오늘 보겠지만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는 수메르 시대부터 줄곧 '하늘신'은 보통

신이 아니라 모든 신들의 아버지였어요. 모든 신들을 나은 신들이었고 고대 이스라엘도

그 하늘 개념의 영향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냥 받은 것이 아니었고, 어떤 식으로 영향을

받았는지는 조금 더 들어보시면 되겠습니다.

 

* 인류 최초의 문명 수메르 시대부터 '하늘신'은 모든 신들의 아버지이자 최고의 신이었다

 

고대 이스라엘인들은 이웃 종교의 하늘 개념을 그냥 받아들인 게 아니라, 자기 나름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흡수해 가지고 소화 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그 소화

해서 변형되는 과정을 보면, 오히려 야훼 신앙, 그들이 갖고 있었던 그들의 유일신 신앙

을 더욱 더 잘 볼 수 있습니다.

 

* 고대 이스라엘인들은 고대근동의 '하늘' 개념을 자신들의 독특한 야훼 신앙으로 소화

  하면서 적극적으로 재해석했다

 

** 수메르 하늘신 '안(AN)'

 

이제부터 수메르의 하늘신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겠습니다.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는

수메르 문명. 여러분들 이름은 들어보셨지요? 수메르 문명. 인류에서 최초로 문자를 가진

그런 문명인데요. 수메르 문명에서는 굉장히 많은 신들을 믿었습니다.

 

* 수메르(Sumer) 문명: 지금의 이라크 지방에 해당하는 바빌로니아 남부에서 일어난

   문명으로 BC 5000년경부터 농경민이 정주하여 BC 3000년경에 세계 최고(最古)의

   문명을 건설했다. 12진법과 60진법을 사용했으며 독특한 설형문자를 발명하여 고대

   근동 지방에서 널리 사용했다

 

그래서 도대체 몇 신을 믿었는가 그러면, 수메르 사람들은 3600 신이 있었다. 그렇게 얘기

하는데 우리는 지금 3600 신의 이름을 다 알지는 못해요. 그리고 3600 이라는 숫자가

당시는 6, 60 이 굉장히 중요한 숫자였어요. 60×60 에다가 다시 10을 곱한 것의 어떤 상징

수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뭐 사실 3600 신이 있었다 하더라도 다 알 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 중에서 최고 신,

하늘신은 비교적 중요한 신이었기 때문에 기록이 조금 남아 있어서 우리가 그 신의 성격

을 조금 알 수 있어요.

 

* 수메르 만신전에서 하늘신의 이름은 '안'AN 이다. '안'AN 은 만신전의 초고신이었다.

 

수메르 시대의 하늘신의 이름은 안이었고요. 만신전의 초고 신이었고, 여러분들한테

안이라고 수메르 사람들이 글자를 남겼는데, 일단 그 글자에 대해 조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대 수메르인들은 인류 최초의 글자를 만들었어요.

 

  

 

여기 보시다시피 이 글자가 하늘신 '안'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그런데 이 글자를 어떻게

썼는지부터 일단은 알려드리겠습니다. 나중에 제가 보여드릴테지만 무른 점토판에,

진흙판에 철필로 진흙을 다져가지고 꾸덕꾸덕하게 만든 다음에 철필로 꾹꾹 눌러 쓰는

거예요. 이거를 쐐기문자라고 하고 하나하나 쐐기 같이 생겼다고 해서.

 

* 고대 수메르인들은 최초의 문자인 쐐기문자(설형문자) ㅡ 무른 점토에 뽀족한 삼각

  철필로 꾹꾹 찍어 쓰는 ㅡ 를 만들었다

 

한문으로는 설형문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굳이 한문으로 쓸 필요는 없을 거 같애서 저는

그냥 쐐기문자 그러면 학생들이 금방 알아 들어요. 그런데 설형문자 그러면 설형이 뭐죠?
물어보는 학생들이 많아서 그냥 우리 말로 쐐기문자로 써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쐐기문자는 왜 점토판에 썼는가? 왜 종이에 쓰지 않았는가? 하고 물어보시면 종이는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죠? 고대 중국에서 만들었어요. 그것도 한참 후대에 만들어서

종이가 없던 시대예요. 이 당시에 종이 비슷한 역활을 하는 게 이집트 파피루스였어요.

 

그리고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도 파피루스로 쓰기는 쓴 거 같애요. 그런데 파피루스는

아시다시피 식물이예요. 갈대 같은 것을 갖다 펴가지고 만드는 것이라서 이러저리 직각

으로 펴서 만드니까 오래가지 못해요. 썩어버려요. 아무리 질 좋은 파피루스라고 그래도

잘 말렸다고 그래도 습기가 있으면 다 젖어 썩어버리고 아니면 불에 타 버리거든요.

그러니까 파피루스는 남아 있는 것도 별로 없고, 오래가지 않죠.

 

점토는 여러분들 알다시피 진흙입니다. 진흙을 잘 이렇게 말씀드렸듯이 반듯하게 만든

다음에 꾸덕꾸덕하게 마르면 거기다가 철필로  꾹꾹 눌러 쓰는데요. 눌러 쓴 다음에 이

진흙을 그대로 응달에서 말려요. 아니면 불에 구워요. 그러면 굉장히 잘 보존이 됩니다.

특히 이때 중요한 것은 진흙의 질이예요.

 

그래서 질 좋은 진흙을 가지고 만들면은 응달에 말리는 것 만으로도 지금 이 시대까지

살아있어요. 굉장히 질 좋은 진흙이죠. 길가메쉬 서사시를 보면은 질 좋은 진흙을 차지

하기 위해서 전쟁을 벌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그 당시 진흙은 그냥 흙이 아니라 일종의

자원이었던 셈이예요. 지금 그렇게 응달에 말려서 5천년을 넘는 세월동안 살아 있어서

박물관에 보존된 그런 점토판이 몇 개 있거든요.

 

 

 

이제 생각해 보시면 실제로 인류가 썼던 어떤 글자를 쓰는 매체 중에서 가장 오래 보존

된 게 이 점토판하고 돌에 쓴 것. 아니면 금속에 쓴 것이예요. 지금 우리는 CD다 유에스

비다 해 가지고 이게 반영구적이다 해 가지고 생각하고 잇는데 제 유에스비도 그저께 

하나 뻑이 났어요.

 

실제로 5천년을 견뎌가지고, 견뎠다는 걸 증명하는 매체는 이것밖에 없어요. 돌하고

금속하고. 나머지는 아직 그렇게 버텨보질 못했죠. 어떤 의미에서는 점토판이. 진흙에

썼다고 그래서 약간 이렇게 원시적이고 미개하다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어떤 의미

에서는 실제로 반영구적인 유일한 매체이기도 합니다.

 

자, 그러면은 지금까지 5천년을 견디어 남은 그 매체의 글씨 써진 이 하늘신에 대해

가지고 이 글자 자체를 조금 들여다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늘신 '안'은 이렇게 씁니다. 쐐기문자는 철필로 눌러 쓰기 때문에 꽉 눌러 쓸 때

사선으로 이렇게 꾹 누리기 때문에 깊이 눌린 곳과 얕이 눌린 것이 있어요. 그래서

쐐기문자는 머리가 있고 꼬리가 있어요. 그래서 머리를 저렇게 삼각형으로 쓰고

우리가 종이에 쓸 때는 꼬리는 그냥 쭉 길게 써요.

 

그래서 한획 한획 쓰는 법이 있어요. 지금 이 글자는 세 획으로 이루어진 글자죠.

수직, 수평 그리고 사선으로 쓴 건대 최초의 쐐기문자는 중국의 갑골문자처럼

사물의 모양을 본따서 만든 글자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때는 발모양 그러면 발이고, 걷다라는 뜻이고 뭐 입 모양을 그리면

먹다 아니면 입, 뭐 이런 식으로 우리가 보는데 자, 그렇다면 이게 하늘을 뜻하는 '안'

이라는 글자인데요. 이게 무엇을 형상화 한 거 같습니까?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 머리 속으로. 조금 있다가 제가 답을 드릴께요.

 

이게 과연 하늘을 형상화 한 글자인데 하늘의 무엇을 형상화 한 글자인가?

저 멀리 아득한 하늘 끝을 형상화한 거 같아요. 여러분 하늘을 보면은 우리의 시선이

가다가 멈추는 곳이 있죠? 그 멈춰서 완전히 끝나는 곳. 그래서 우리 삼라만상의

소실점이라고 하는데요. 저 먼 하늘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거 같애요. 쭉 들어가서

끝에서 하늘이 없어지는. 여기서 요 글자 하나가 '안'이다. 그러면 하늘 안 자가 되는

것이죠.

 

제가 이제 여러분들한테 잠깐, 수메르어를 공부하실 분들이 시청자분들께서 계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학교에서 강의할 때, 서강대에서 강의할 때 학생들한테 쐐기문자를

직접 찍어 보게 하는데요. 우리 전통이 한문 공부 방법 유전자, DNA가 우리 안에 있든요.

어떻게 하느냐 하면, 한자한자 하면서 하늘천, 따지 하듯이. 이거는 하늘안, 땅에르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가르치는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하면은 저도 독일에서 공부할 때 그렇게 공부했는데요. 잘 외워져요.

역시 우리 전통적으로 하던 방식을 그대로 따라서 하면 잘 외워지는 거 같애요.

제가 나중에 찱흙으로 점토판에 이렇게 쓰는 거를 보여 드리려고 하는데 그거는 나중

시간에 한번 보여드리도록 하고요. 실제로 이렇게 한번 써봐야지, 꾹꾹 눌러 써봐야지

그 글자들을 잘 알 수 있습니다.

 

** 인류 최초의 신 하늘

 

그런데 이 글자는 음으로 읽을 때는 '안'이라고 읽은데 뜻으로 읽을 수도 있어요.

뜻으로 읽을 때는 '딩기르'라고 읽어요. 딩기르. 재미있죠?

 

  

 

딩기르라는 것은 '신'이라는 뜻이예요. 이렇게 한 글자를 갖고 뜻으로도 읽고 음으로도

읽고 하는 것은 옛날 우리나라에 이두나 향찰이 그렇게 읽죠. 한문을 놓고 하나는 음으로

읽고, 어떤 때는 뜻으로 읽고 이렇게 읽고요. 일본어도 약간 그렇게 읽는 게 있지요.

한문을 놓고 듯으로 읽고, 음으로 읽고 하는 거죠.

 

 

'딩기르'로 읽을 때는 '하늘의 뜻'이 아니라 '신'이라는 뜻입니다. 한글자 가지고 신도 되고

하늘도 되는 것이죠. 이 글자는 하나만 있으면 단수로 쓰여요. 그런데 요렇게 두 번 겹쳐

쓰면 무슨 뜻일까요? 두 번 겹쳐쓰면 신들이라는 복수형이예요. 신이 두 개 있으니까, 신

두 개가 아니라 여려 개가 있다는 뜻이예요. 여러 신들을 말할 때는 이렇게 겹쳐 써요.

재미있죠? 단순하죠?

 

  

 

그래서 제가 이 강의의 제목, 제 책의 제목을 구약성경의 신들이라고 하는데 신들을

만약에 수멩르어로 쓰면 어떻게 쓰느냐? 위와 같이 쓸 수 있어요. 요 글자 두 개로 쓸

수 있는 것이죠. 이거 말고도 이제 실제로 공부에 들어가면 이 글자는 신의 이름을 알려

주는 관사나 한정사 역활을 하기도 해요.

 

그래서 이 한 글자를 놓고 뒤에 신의 이름이 나오면, 이 글자 놓고 이슈타르라고 쓰면,

아, 이거는 이슈타르 신이구나. 이 글자 놓고 어떤 신의 이름을 쓰면 그 신의 이름이라

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한 글자를 두 가지 방법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중요하게 봐야 되는 건 하늘을 뜻하는 최초의 문자, 인간이 태어나가지고

하늘을 처음에 표현했던 문자, 그 문자가 바로 신을 뜻하는 문자였고 인류가 최초로 나와

서 신을 뜻하는 글자를 만들었을 때 그 신을 뜻하는 글자는 바로 하늘을 뜻하는 글자였다

라는 것. 신은 하늘이라는 뜻이죠.

 

  

 

이집트어에서 히브리 민족이 탈출하던 사건, 출애굽 사건이 일어나기 한참 전의 일이예요.

우리가 이집트에서 히브리 백성이 탈출한 시대를 학자들마다 설이 여러 가지 있어요.

뭐 큰 지지를 받는 설은 BC15세기, 16세기에서 한 13세기, 12세기 요  사이 어디에서

일어났다 하는 것이고, 이게 굉장히 3, 4백 년 동안 차이가 크지요. 그런데도 몇월이다

이렇게 특정하기는 매우 힘들어요.

 

학문적으로 말하면 고정도 어디선가 일어났을 법하다 하는 것인데 그것을 BC 15세기로

아주 높여 잡든, 16세기로 아니면 낮추어서 12세기로 잡든지 간에 어디서 잡든지 이 글자

는 기원전 33세기에 이집트 탈출이 일어나가 전에 1500년 이전, 1600, 1700 년 전에 썼던

글자예요.

 

그래서 히브리 백성들이 우리 야훼 하느님의 이집트 탈출 사건을 겪기 이전에 인류는 이미

아, 하늘은 신이었구나라는 생각을 자기 이성을 통해서 이미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종교 생활을 하는 것이 우리 구약성경에 베이스가 되었다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

게도 인류 최초의 신에 대한 생각은 한민족의 정서와 아주 잘 통해요.

 

* 인류 최초의 문명이 수메르 문명에서 '신'은 곧 '하늘'을 뜻했고 이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도 일맥상통한다

 

우리가 이해하기 참 쉬울 정도로 그냥 다 여기 다 고개를 끄덕끄덕 하시고 다 이해가

되듯이 그렇게 아주 쉬운 개념입니다.

 

  

 

자, 수메르 시대가 언제 끝나고 그 다음에 인제 엎치락 뒤치락 하는 시간이 와요. 그런데

이거를 다 한 4-5백년 동안 일어났던 일을 자료도 많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잘 모르는,

정확히 모르는 것도 있지만 설명을 드리면 너무 복잡할 거 같애서 제가 퍽 뛰겠습니다.

뛰어가지고 BC 19세기 수메르 시대가 저물고 이제 그 지역이 막 혼란기가 있다가 드디어

혼란기가 끝나고 고바빌론 시대라는 시대가 열립니다. 그게 19세기인데요.

 

여기서 고바빌론 시대라는 건 여러분이 조금 구분하셔야 되는 게 이스라엘 백성을 끌고

갔던 바빌론 제국 있죠? 그 바빌론은 신바빌론이라고 그래서 나중에 바빌론 제국이예요.

이름이 같지만. 그렇지만 우리가 지금 배우는 거는 그 이스라엘 백성을 끌고 갔던 그 바

바빌론 제국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전에 있었던 바빌론 제국이 하나 더 있었거든요.

그거를 고바빌론 제궁이라고 하는데 고바빌론 제국의 민족은 아무르인이었어요.

성경에는 아모리인들이라고 나오는 그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바빌론 제국을 이끌었던 왕가의 이름은 여러분들이

아실꺼예요. 그 왕가의 이름이 바로 함무라비 왕가예요. 함무라비 법전으로 유명한, 함무

라비 법전으로 유명한 그 함무라비 왕가는 왕조를 열고 자그들의 공용어를 아카드어로

택했어요.

 

* 기원전 19세기 고바빌론 제국을 건설한 아물인들은 아카드어를 공용어로 채택했다

 

아카드어는 고바빌론 제국의 언어이기도 했고, 아시리아 제국의 언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신바빌론 제국의 언어이기도 했고,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기본적으로 같은 언어

인데 수메르어 하고는 퍽 다른 언어예요. 그런데 고바빌론 제국이 이제 아카드어를 썼으

니까 이 지역의 언어가 싹 다 바뀌었어요.

 

 

수메르어가 없어지고 이제 아카드어가 남게 되었는데 굉장히 재미있는 현상이 여기서

발생하는데 고바빌론인들은 우리가 지금 여기서 우리가 이제 정권을 잡고, 우리가 패권을

잡고 우리의 시대가 열렸지만 그 이전에 이  땅에서 살던 사람들, 수메르 사람들에 대해서

엄청난 존경심을 가졌어요. 자기네 조상이라고. 직접 조상은 아니지만. 그런 느낌을 가졌

어요. 이걸 보면은 인간의 본질이 더 오래된 존재, 나보다 이 땅에 먼저 살고 간 존재에

대해서 어떤 존경심이나 특별한 마음을 지니는 게 당연한 거 같애요.

 

우리 민족의 전통 사상인 효도 그런 의미가 있고요. 또 우리 민족도 우리 민족의 전통에

대해서 각별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거 같애요. 그런데 문제는 수메르어 하고 아카드어

하고 많이 다르다는 게 문제였어요.

 

그래서 이른바 그때부터 이중언어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중 언어 생활은 뭐냐하면,

일상에서는 아카드어를 쓰는데, 평소에 영수증 쓰고 이런 거는 다 아카드어를 쓰는데,

중요한 종교적이고 신학적인 개념어는 수메르어를 그대로 쓰는 겁니다. 이게 이중 언어

생활이라고 하는데요. 이거를 잘 이해하시려면 우리 조상들 조선 시대에 이 땅에 살았던

선비들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 아무르인들은 일상에서는 아카드어를 썼지만 중요한 종교적, 신학적 개념어는

  수메르어를 쓰는 '이중 언어 문화'를 가졌다

 

평소에는 한국 말 하고 집에서는. 그리고 일상어는 우리 말을 쓰는데 뭔가 이렇게 중요한

문서 뜰 때는 한문으로 썼지요. 즉 평소에 우리 말을 쓰고 살았지만 학문적으로, 종교적인

교양어 문어에는 한자를 쓰고 살았던 겁니다.

 

중세 유럽도 마찬가지였어요. 중세 유럽의 사람들은 독일 사람들은 독일 말 쓰고, 프랑스

사람들은 프랑스 말 쓰고, 영국 사람들은 영국 말 썼지만 그 사람들은 글을 쓸 때는 라틴어

를 썼어요. 이렇게 이중 언어 생활은 뿌리가 깊어요.

 

 

그런데 그 라틴어는 무슨 나라 말이었냐 하면 로마 말이었죠. 로마 제국의 말이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로마 제국 시대 초기에는 구어로 로마 제국의 라틴어를 썼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문어로 그리스어를 썼어요. 이렇게 이중 언어 생활은 인간의 본질이예요.

인간은 이 땅에서 먼저 살았던 분들의 말이나 기록을 보면 그 기록을 "아, 이거 쓸데 없어

다 버리자." 이렇게 생각하지 않고 거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취해 가지고 지금도 계속

쓰는 전통을 이어나가는 게 어쩌면 인간의 본질인 거 같애요..

 

 

그러면 이렇게 이중 언어 생활, 자기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어떤 문화나 글자를 쓰고,

그거를 중간 중간에 문어로 쓰는 그런 생활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느냐? 이미 아카드어 시대

부터, BC 19세기부터 그런 언어 생활을 하고 있어요. 어쩌면 수메르어도 그렇게 하고 있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수메르 문헌은 많이 남아 있지 않아서. 그리고

그 이전 문명을 우리가 잘 모르니까 그렇게 말할 수는 없고, 제가 생각하기에 아카드어 

시대는 아주 확실했지요.

 

그래서 고바빌론인들은 행정문서, 상업문서에는 아카드어를 썼어요. 그런데 신화문서,

제의문서, 종교문서, 학문문서에는 아카드어를 쓰다가 중간 중간에 아카드어를 공부하면

아카드어로 알 수 없는 문자들이 나오는데 그 문자들이 뭐냐하면 수메르 문자들이예요.

 

* 고바빌론인들은 행정과 상업 등의 문자에는 공용어로 아카드어를 썼지만 신화, 제의,

  학문 등에 사용되는 전문 용어는 수메르어를 사용했다.

 

그래서 마치 옛날 우리나라 책을 보면 한글을 쓰다가 옛날 신문들 보면 중간에 한자 말을

쓰잖아요. 그거 하고 비슷해요. 중간 중간에 한자 박혀 있듯이. 지금 일본어 글 보면

히라가나, 가타가나로 쭉 쓰다가 중간에 한자 말 박혀 있듯이 그런 식의 문화를 썼어요.

그래서 아카드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수메르어를 안 할 수가 없어요. 기본 수메르어 단어

중요한 건 해야 되요.

 

자, 그럼 아카드어로 하늘을 어떻게 쓸까요? 이렇게 됩니다.

 

  

 

아까 수메르어에서 하늘 했던 거와 좀 비슷하지요? 조금 간편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사실 아카드어 자체가 수메르 문자를 좀 더 빨리, 좀 더 편하고, 좀 더 쉽게 알아 볼 수

있도록 개량한 것들이 많아요. 실용적으로 발전시키고 표준어 한 것이죠. 이 쐐기문자는

아까 수메르어에서는 수메르 글자 '안'이라고 읽는다고 했는데 대문자로 쓰고요. 이거는

소문자로 아누라고 읽어요. 거의 같죠?

 

그리고 이 문자도 역시 수메르 사람들이 딩기루로 읽었기 때문에 아카드 사람들도 역시

딩기루로 읽을 수 있습니다. 아카드어로도. 그리고 이것도 역시 두번 겹쳐 쓰면 신들을

뜻했습니다. 그것도 같지요? 이런 용법에서 알 수 있듯이 아카드어는 수메르어를 상당히

수용했는데요. 이 문자를 아카드 식으로만 읽을 수 있습니다.

 

그거는 '샤모'라고 읽을 수 있는 것입니다. '샤모'라는 말은 아카드어로 '하늘'이라는 뜻이

고 히브리 말로도 '샤마이'는 하늘이예요. 일단 이제 자기네 식으로 읽는 것이죠. 샤모는

아카드어로 하늘을 뜻하는 말인데 수메르어 글자를 자기 식으로 읽었고 역시 수메르 시대

나 아카드 시대나 신은 하늘이었다. 하늘은 신이었다라는 그 사상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 수메르 시대나, 아카드 시대나 다같이 '하늘'은 '신'이라는 사상을 공유했다

 

이제부터는 아카드어 문헌에 나타난 도대체 아누신이 어떤 신인가를 여러분들한테 그 신

의 성격을 신화를 예를 들어서 말씀드릴께요. 아누는 최고 신이었어요. 신들이 여럿 있으

3600개의 신들이 있으면 그 중에 최고 신이었어요. 주의할 점은 그가 선을 관장하는 

뿐만 아니라 악고 관장하느 신이었어요. 선과 악을 다 잡고 있는 신이었죠. 그래서

착한 모습도 많이 나오는 반면에 악한 모습도 많이 나와요. 

 

  
 
* '아누'는 선과 질서를 관장하는 최고신인 동시에 악한 신의 모습도 지니고 있었다
 
이를테면 이슘과 에라라는 재미있는 신화가 있어요. 아카드 신화인데 그 신화에 보면,
첫 번째  아누가, 하늘 신이 나와서 대지의 여신을 임신시켜요. 그런데 여기서 알 수 있죠?
하늘은 남자고 대지는 여자다라는 우리나라의 음양사상과 비슷한 사상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대지의 여신이 임신을 해서 아기를 낳는데 일곱 명의 아기를 낳아요.
 
그런데 그 일곱 명의 아기가 나오니까 아버지인 아누신이 일곱 명의 아기를 보고 일곱 명
의 이름을 하나하나 이름을 지어 주는데 그 이름이 다 안 좋은 거예요. 무슨 뭐 역병, 무슨
뭐 이런 거예요. 일곱 악령을 낳은 거예요.
 
즉 아누의 몸에서 일곱 개의 나쁜 악령들. 그러니까 우리가 최고 신한테서 좋은 것도 받지
만 나쁜 것도 받는다. 최고 신은 선과 악을 모두 관장한다 하는 사상을 그 이야기 속에 넣
은 거죠. 신화 속에. 그 일곱 신의 이름을 뭉뚱그려 가지고 뭐라고 하는냐 하면 '시비티'라
고 아카드어로 하는데 그 시비티라는 말은 아카드어로 그냥 일곱이라는 뜻이예요. 다른
뜻은 없어요. 일곱 개를 하나의 단위로 하는 거죠.
 
그리고 일곱 악령을 하나의 패키지로, 하나의 단위로 넣어서 악령의 신 에라한테 주었어요.
그러면서 우리는 에라가 갖고 있는 그 일곱 신이 우리에게 가까이 오면 우리는 병에 걸리
니까 죽거나 사고 당하거나 그러는 것처럼 오지 말라고 빌어야 되겠죠? 아마 그들은 그런
식의 종교 생활을 했을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늘의 자식들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고, 일곱이라는 숫자가 우리 창세
기에도 나오지만 창세기 이전 부터 일곱이 굉장히 중요한 한 단위로 그 당시 사람들은 살고
있었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신화를,다는 이야기를 제가 하나 말씀드릴께요.
길가메시 서사시라고 여러분들 많이 들어보셨을텐데
 
* 길가메시 서사시:기원전 2800년경,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번성했던 수메르 남부
국가 우르크의 왕 길가메시에 대한 이야기로 기원전 1800년에서 2000년 사이에 수메르와
바빌로니아인들에 의해 기록된 가장 오래된 서사시이다. 그는 영생의 비빌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죽지 않는 유일한 인간 우트나피시팀에게 앞으로 인류에게 닥칠 대홍수의 재앙
영생의 비밀에 대해 듣게 되지만 결국 영생의 기회를 잃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길가메시 서사시에서도 아누가 등장합니다. 여기서 혹시 길가메시 서사시를 읽어 보신
우리 청취자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한번 꼭 읽어보세요. 나름대로 굉장히 재미있어요.
길가메시 서사시를 보면은 거기 한 대목이 나오는데 길가메시가 굉장히 잘생기고 크고
힘이 센 영웅이었어요. 그래서 이슈타르라는 사랑의 여신이 길기메시를 유혹해요.
 
그런데 길가메시는 그 여인의 유혹에 결국 넘어가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이슈타르는 사랑
의 여신이자 질투의 여신이고 또 전쟁의 여신이기도 했어요. 여성의 질투와 분노가 얼마나
쎘는지 이 이슈타르가 아, 길가메시는 가만히 두어서는 안 되겠다. 그래서 길가메시와
길가메시는 우르크라는 성의 지도자였는데 우르크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겠어라고 화가
나가지고 최고 신한테 가가지고 제 억울한 일이 있으니까 이거를 좀 풀어주세요. 당신은
나의 아버지잖아요.
 
 
그래서 뭘 청하냐 하면은 황소를 청해요. 성이난 황소. 그 당시 고대 근동에서 황소는 힘이
센  권력의 상징이었어요. 굉장히 힘이 센 존재였어요. 그래서 황소를 불러들여요. 그래서
그 우르크의 숲과 잔디를 다 말려버리고 그리고 젊은이 수백 명을 죽였다. 이렇게 힘센
황소가 막 설치고 돌아다니게 만든 거죠. 그래서 복수를 했는데 길가메시는 결국은 엔키두
자기 친구와 함께 그 황소를 잡아서 자기 힘을 증명해 보인다. 그런 대목이 나와요.
 
그런데 학자들은 야, 이 대목을 잘 봐라. 아누가 좋은 일만 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복수
를 하자 그랬을 때 아누를 찾아자고 아누는 복수를 들어 주면서 사람을 죽이는 존재, 도시
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마치 그 막 아이들이 보는 영화 같은데 보면 괴물이 와가지고 도시
를 쑥대 밭으로 만드는 그런 식의 존재도 보내는 그런 존재다. 아누는. 선뿐만 아니라 악도
관장한다 하는 것이죠. 또한 아누의 역활 중에 하나는 왕권을 확증해 주는 역활을 했어요.
 
* '아누'는 왕권을 최종 확정해 주는 신이었다
 
어떤 왕이 딱 임금이 되잖아요. 바빌론의 임금이. 그러면은 야, 너 어떻게 해서 왕이 됐냐
고 사람들한테 왕을 증명해 보여야 되는데, 야, 나의 왕권은 예를 들어 가지고 뭐 어떤 신
한테서 받았어. 그러면 아, 그 신은 하급 신이야. 너의 왕권은 너보다 더 쎈 신이 오면은
너는 왕에서 물러나야 돼. 이렇게 할 수 있죠. 그래서 왕을 확정해 주는 신은 한 신 밖에
없었어요. 그게 '아누'예요.
 
아누는 최고의 신으로서 왕을 임명해 주는 그런 역활을 맡았어요. 그래서 신들과 임금들이
조금 있다가 보겠지마는 나는 나의 아버지는 누구였고, 이렇게 족보를 쭉 설명하는데 그
족보의 맨 처음이 누구냐 하면은 '아누'예요. 아누부터 시작된 족보의 정통성이 나의 그
임금의 왕권에까지 미친다라는 그런 걸 얘기하는 것이죠.
 
아까 잠깐 얘기 했지만 이것도 우리 민족 정서하고 통하지요? 하늘의 뜻이 나한테 와야지
내가 뭐 대권을 노린다. 뭐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죠? 사람들은 그렇게 얘기하지만 하늘은
늘 말이 없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자, 이제 우리는 아누가 최고 신으로서 선과 악을 관장하고 사람들한테 악한 것을 보내면서
또한 동시에 최고의 왕을 결정해 주는 그런 역활을 한다라는 걸 봤어요. 그런데 최고신이
계속 있는 게 아니예요. 그 당시 사회는 어떤 사회였냐 하면, 도시 국가들이 서로 합종연횡
하는 그런 사회였어요. 그러니까 한 도시 국가의 신이 어떤 도시 국가가 다는 도시 국가를
다 제압하고 그 당시의 정치적인 패권을 장악하면 그 신이 최고의 신이 되는.
 
** 낮은 신들과 높은 신들
 
그래서 최고의 신의 위치가 바껴요. 그래서 우리가 어떤 신화를 보고 최고 신이 바뀌었다
는 걸 알고 아, 요기 정치적으로 많이 변했겠구나. 어떤 전쟁이 일어났거나 이런 거를 가늠
할 수가 있어요. 시대가 변하고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패권이 바뀜에 따라 '아누'는 최고의
지위를 다른 신한테 내주고 하늘로 올라가 버려요. 원래 자기가 다스리던 곳이 하늘이니까.
 
그래서 이른바 전문용어로 쓰면 데우스 오시우스스(deus otiosus), 물러난 신이 돼요.
지금 아예 없지만 옛날에 '아누'가 최고 신이었다라는 걸 사람들이 아는. 그 정도의 신이
예요. 지금 현역에서 은퇴한 신이 되어버려요.
 
* 시대가 변하고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패권이 바뀜에 따라 '아누'는 최고 신의 지위를
   다른 신들에게 물려주고 뒷자리로 '물러난 신' deus otiosus이 된다. '아누'는 인류
   종교사 최초의 '물러난 신'이다
 
그래서 아누는 최최의 신이기고 했지만 인류사 최초의 또 물러난 신 '데우스 오시우스스'
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고대 수메르 신화에도 수메르 중앙 지역의 도시 니프르가 패권을
장악하자 니프르의 주신 엔닐이 최고 신의 지위를 차지하고, 아누는 물러나 버려서 이제
뒷방으로 물러나죠. 여기서 여러분들한테 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은,
 
수메르 시대의 만신전, 3600 개의 신들의 등급이 있어요. 신들도 신분이 다 있어 가지고
자기 신분에 따라서 행세했는데 최고로 높은 신들을 크게 두 계급이 있어요. 하나는 이제
귀족신이죠. 50 신들만 따로 모아서 50 명의 신들이라고 해서 '아눈나키'라고 불러요.
 
이 신들은 중요한 신들이었고 귀족신들이었고, 아눈나키가 안 된 나머지 하급 신들  전부
를 불러가지고 '이기기'라고 불러요. 학자들에 따라서 '이구구'라고도 하는데 이름 자체가
좀 없어 보이죠? '이구구, 이기기'. '아눈나키' 그러면 멋있잖아요. ^^*~~~
 
* 수메르 수많은 신들 가운데 가장 큰 신들의 모임을 '50 신들' 곧 '아눈나키' danunnaki
  라고 하고, 그 가운데 제일 큰 신 일곱을 '운명을 결정하는 일곱 신' dingir - namtar -
  ra 7 - bi 이라 했다.
 
아눈나키 50 신들 가운데에서도 일곱 신, 아까 일곱이 중요한 상징수라고 했죠?
이 일곱만 따로 추려서 이것을 아주 귀족 중에 귀족 1% 안에 드는 그런 귀족신들이었어요.
그 일곱 신을 '운명을 결정하는 일곱 신' 그래서 이제 아카드어로 딩기르 - 남타르- 다
디비티 - 비 라고 했는데요. 이 일곱 신은 굉장히 중요한 신들이었어요.
 
일곱 신의 이름은 늘 변해요. 이것도. 어떤 도시가 몰락하면 그 도시의 신의 이름이 빠지고
다른 신이 올라가고 이런 식으로 변해요. 그런데 그 일곱 신 중에서도 네 신, 가장 중요한
네 신. 이거는 왕족이죠. 그 네 신이 따로 있었어요. 그래서 수메르의 가장 큰 네 신은,
안, 엔릴, 에아, 대지의 신이었어요. 이 네 신만 아주 중요한 신들이었어요.
 
* 일곱 신 가운데에서도 수메르의  가장 큰 네 신들(안, 엔닐, 에아, 모신母神)의 첫째인
  안은 '모든 신들의 아버지'였다
 
그럼 '아누'는 어떤 호칭을 지녔느냐 하면은,  '아눈나키'의 아버지이자 '이기기'의 아버지
였어요. 높은 신과 낮은 신들 모두가 아버지가 아누였고, 만신전의 우두머리였고, 아눈나
키의 대장이었고, 모든 신들의 아버지였고, 운명을 결정하는 일곱 신의 대표였고, 가장
중요한 네 신을 통솔했어요. 하여튼 아누가 모든 걸 다 중요한 신이었어요.
 
* '아누'는 만신전의 우두머리요. 아눈나키의 수장이자, 모든 신들의 아버지요. 운명을
   결정하는 일곱 신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아누가 이렇게 한 때 중요한 신이었다가 아누가 그 최고 신의 지위를
놓고 점차점차 몰락하는 과정을 볼꺼예요. 그래서 다른 신들이 아누의 위치를 차지하는
과정을 하나씩 보겠어요.
 
 
창조 서사시 '아트라 하시스'라는 창조 서사시가 있어요. 이 창조 서사시가 굉장히 재미
있는데요. 노아의 홍수처럼 태초에 홍수가 일어나 가지고 대지를 싹 바꿔어 버리고 하는
이야기가 나와요. 아트라 하시스 초입부에 보면은,
 
아누가 아, 이제 나는 다스리는 게 다 끝났다라고 생각했는지 모든 걸 다 물려 놓고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이 나와요. 이때 아누는 어떻게 했냐하면 땅에 모든 통치권을 다 준게 아니라
통치권을 분활 했어요. 땅의 통치권은 엔닐한테 주고, 바다의 통치권은 에아한테 줬어요.
그리고 마치 퇴위하는 임금처럼 하늘로 올라가 버렸어요. 그래서 아트라하시스 앞에 부분
을 제가 읽어 드릴께요.
 
  
 
이런 표현이 나와요. 하늘로 올라가 버렸어요. 그런데 최고신은 이제 하늘로 올라가고
이제 엔닐과 에아가 이 시대의 신이 되었어요. 그런데 최고신이 그냥 없어져 버린 게
아니예요. 가끔 가끔 나타나요. 신화에 보면 그 후대 신화에도. 언제 나타나냐 하면,
왕권을 확증해 줄 때.
 
* '물러난 최고신'이었지만 긍정적 권위가 필요할 때면 신들과 사람들은 어김없이
   '아누'를 찾았다
 
갑자기 임금이 새로 되면은 이제 옛날서부터  그 신들 하나하나 다 찾아가지고 그 족보를
설명하는데 거기서 아누가 나와요. 아까 잠깐 말씀드렸던 함무라비 임금의 함무라비 법전
그 법전 맨 앞을 보시면 이런 게 나와요.  제가 지금 말씀 드리는 거를 찬찬히 신들의 이름
을 떠 올리면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이렇게 나오는 것이죠. 그러니까 아누, 엔닐, 에아 그리고 자기들의 신 마루둑 그리고
나서 자기 왕가 이렇게 아주 딱 족보를 써서 함무라비 법전 맨 첫 서문에다 딱 갖다 놨어요.
이제부터 우리의 왕조는 아거다 하는 거죠.
 
기원전 1900년 고바빌론 시대 제국을 열어 젖힌 함무라비 왕가가 편찬한 이 법전은 고대
근동의 가장 중요한 법률 문서로서 우리 히브리 성경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어요. 그리고
문장이 아주 좋기 때문에 아타드어를 공부한 학생들은 주로 이 문서로 공부를 해요. 저도
이거를 갖고 옛날에 독일에서 시험보고 그랬는데요.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신 마르둑이 이제 아누와 엔닐과 에아와 그 족보에 있다는 건데
그게 문제가 있어요. 왜냐하면 아까 낮은 신들이 '이기기'라고 그러고 높은 신들을 '아눈
나키'라고 그랬죠? 마루둑은 원래 출생이 그렇게 고귀한 출생이 아니예요. 원래 이기기에
속해 있었어요.
 
그런데 마루둑을 믿던 고바빌론 제국이 그 지역을 다 제패한 거예요. 그러니까 마루둑이
최고의 신이 되어야 하는데 문제가 있어요. 마루둑은 '이기기'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최고 신이 될 수가 없어요. 그래가지고 아마 이 족보를 그 마루둑 신학자들이 만든 거
같애요.
 
그 마루둑을 아까 잠깐 읽어드렸지만 이기기 가운데 가장 위대하다라고 하는 건 거의
아눈나키 급이다. 이기기 가운데에서 좀 많이 올라왔다 정도로 만는 것이죠. 재미있는
건 그 당시 최고 신의 기본은 아까 엔닐하고 에아하고 나눠줬다고 그랬는데 사실은
엔닐한테 갔거든요. 에아는 거기서 약간 세컨드 같은 역활을 받았는데 마루둑은 에아의
아들이었어요.
 
그래서 이 족보를 보면은 엔닐이 살짝 빠져요. 이 족보에 그걸 보고도 사람들이 아, 이거
정치적으로 엔닐을 믿던 사람들이 뒤로 빠지고 마루둑 믿는 사람들이 올라왔구나 하는
걸 신화를 보면서 알 수 있는 것이죠. 이 정통성의 계보를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이렇게 최종적으로 어떤 정의와 왕권을 정해주는 역활 이런 것이 물러난 신이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물러난 신이 최종적인 정의의 역활을 수행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거를 우리나라의 얘기를 제가 잠깐 말씀드릴께요.
 
제가 공부했을 때 어떤 신부님이 저한테 '데우스 오시우스스'를 설명해 주실 때 해 주신
얘기인데 이 비유가 저는 가장 적당한 거 같애요. 옛날에 그 신부님이 사시던 교우촌이
있었대요. 그런데 그 교우촌에 사람이 얼마 없어요. 굉장히 가난했고 산 속에 있는데 그
교우촌에 옛날에 재봉틀이 귀한 물건이었죠. 재봉틀을 갖고 있는 분이 딱 하나밖에 없었
어요. 그런데 어느날 그 재봉틀이 없어진 거예요. 도둑 맞은 거예요.
 
그러니까 마을 사람들이 그 마을에 살던 혼자사는 어떤 과부 하나를 지목했대요.
평소에도 별로 행실이 안 좋고 또 가장 가난해서 저 과부가 혹시 저거를 훔쳐다가
팔았을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아무 증거 없이 그냥 얘기를 한 거예요.
 
그러니까 이 과부 입장에서는 답답한 거죠. 내가 안 했는데. 그렇다고 어떻게 증거도 없고
사람들이 다 의심하니까. 그러니까 이 과부가 사람들을 다 모아 놓은 앞에서 뭐라고 얘기
했냐하면,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데." 라고 하면서 갑자기 '하늘'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럴 때 한국 사람들이 하늘을 찾아요. 이게 물러난 신이예요.
 
옛날 우리나라는 단군 있을 때, 아니면 뭐 삼국 시대라도, 고려 시대라도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했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 하늘에 아무것도 안 하죠? 물러난 신이 됐어요.
평소에 한국 사람들이 이제 천주교에 다니든지 아니면 개신교에 다니든지 아니면 불교에
다니든지 아무튼 그 옛날의 하늘신을 믿고 사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이 신이 우리나라 문화 어딘가, 우리의 언어 어딘가, 우리의 몸 속 어딘가에 늘
지금도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아주 어려울 때, 아주 정당성을 주장하고 싶을
때 그럴 때 갑자기 "하늘이여, 왜 나를 이렇게 버리십니까?" "아니,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데 이럴 수는 없는데." 이렇게 갑자기 튀어나와요. 하늘 신이. 이게 숨겨진 신이 하는
역활이예요. 아누는 이런 역활을 했어요. 최초에.
 
이런 아누가 했던 숨겨진 신의 역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해하기 쉬워요. 우리가 그런
숨겨진 신을 데리고 사니까. 아까 잠깐 정치인 얘기를 했지만 사람들이 하늘의 뜻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어떤 사업하는 분들이 사업 성공하기 위해서 "하늘이여!" 평소에는 아무짓도 안 하다가,
하늘한테 제사 한번 안 지내고, 평소에는 기도 한번 안 하다가 갑자기 고럴 때만 "하늘이여!"
하는 것도. 그런 아주 굉장히 굉장히 옛날에 돌아가신 큰 조상님처럼 우리 민족의 큰 할아
버지처럼 그런 신이 계시다라는 생각을 우리가 부지불식중에 하는 것이죠.
 
마태오 리치는 아마 그런 신의 거를 건드렸을 거예요. 사람들이 그래서 천주 신앙을 또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이제 지도를 하나 여러분하고 볼려고
하는데요. 마지막으로.
 
 
 
셈어의 지역별 특징을 우리가 그때 봤습니다. 그래서 동부셈어, 북서셈어, 남부셈어
이렇게 크게 나뉜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아누가 최고신의 역활을 했는거는 동부셈어
지역이예요. 지금까지 보면 다 동부셈어였어요. 그런데 북서셈어에서는 하늘이 이렇게
큰 신이 아니예요. 그것도 굉장히 재미있어요.
 
이미 제가 고대 근동을 하나의 세계라고 했지요? 하나의 문화권이 아니라 이 안에서도
크게 차이가 나요. 이집트에서도 큰 신이 아니었어요. 남부셈어 쓰는. 이집트에서도 큰
신이 아니었어요. 남부셈어 쓰는. 이집트에서는 언제나 태양신이 큰 신었죠. 하늘신은
하위신이었어요.
 
그런데 북서셈어를 쓰는 지역, 아나톨리아 지역에서도 그렇게 큰 신이 아니었어요.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하늘신이 어느 위치를 차지하는 가를 갖고 이게 이 문헌이
북서셈어의 영향을 받았는가, 동부셈어의 영향을 받았는가 하는 거를 우리가 알 수 있을
정도로 하늘신에 대해서 차이가 생각이 많이 커요.
 
* 동부셈어 지역을 벗어나면 하늘신은 큰 역활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 북서셈어 쓰는 지역에서는 하늘신이 중간 정도의 신으로 나오는데요. 그 신이 하는
역활이 뭐였냐 하면, 제물을 바칠 때 이 제물을 누구 신에게 바친다라고 신들의 이름을 쫘
악 불러요. 그 중에 하나로 나오는 게 하나있고.
 
그 다음에 신들의 계보에서 신들이 누가 누구의 아들이고, 누가 어머니고, 누가 뭘 낳았고
하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때 좀 나오는 게 있고, 마지막으로 이것도 우리하고 비슷한데요.
맹세를 할 때 나와요. 뭔가 맹세를 할 때는 하늘에 대고 하는 거 같애요. 이 당시부터도.
 
고렇게 한 세 가지 정도의 역활을 제한적으로 하는 것 외에는 하늘신은 이 지역에서는
거의 역활을 하지 못한다. 이것도 굉장히 다른 점이다 하는 겁니다. 그런데 구약성경은
동부셈어 지역이 아니라 북서셈어 지역에서 나왔거든요. 그래서 구약성경에서도 역활이
적어요.
 
자, 북서셈어 지역의 큰 신 중에 하나가 바알이예요. 우리가 나중에 바알신에 대해서 한번
볼껀데요. 바알의 이름 중에 뭐가 있냐 하면, '하늘의 바알'이다 하는 게 있어요. '바알
샤민'이라는 호칭인데요. 이 하늘의 주인 바알, 하늘의 바알이라는 호칭은 바알이 하늘을
다스렸다라는 뜻으로 볼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은 하늘은 신이 아니라 신이 다스리는
공간의 의미가 있어요.
 
* 북부셈어 지역에서 하늘은 흔하게 공간으로 등장한다
 
즉 하늘은 북서셈어 지역에서는 단순히 공간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그러한
특징은 히타이드의 하늘신, 레페쉬 하고도 거의 같습니다. 자, 오늘 저는 마지막으로
오늘 했던 내용을 전체적으로 요약하는 시간을 가질거예요. 오늘은 우리가 이제 본격적
인 강의의 시작으로서 하늘신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최고의 신 하늘이었고, 하늘은 우리 인간이 고백한 최초의 신이었고, 최초의 최고 신이
었고, 그리고 선과 악을 모두 관장하는 신이었고, 굉장히 능동적인 역활을 하는 신이었
고, 신들의 계보, 최고 신의 계보에서 첫째를 차지해서 물러난 신이기도 했습니다.
 
자, 이제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주에는 그러면 구약성경에서 하늘은 어떤 의미인가
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다음 시간 예고: 제4강 구약성경에 하늘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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