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의 모든 것] (21) 신경
가톨릭교회 신앙 내용이 요약된 ‘신앙 고백문’ - 신경은 가톨릭교회의 신앙 내용을 간추려 놓은 글이다. 사도 시대 초대 교회에서 세례 때 행해진 신앙 고백에서 시작되었다. 조언해: 주일과 대축일 미사 때 강론이 끝나면 모두 일어서서 신앙 고백을 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라파엘 신부: 미사 독서와 강론을 통해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인 신자들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그리고 하느님을 향한 신뢰와 흠숭으로 닫힌 마음을 열고 신앙 고백을 한단다. 아울러 신자들은 성찬 전례를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의 믿음을 상기하기 위해 신앙 고백을 하지. 하느님의 말씀을 신앙 깊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믿는다는 사실을 표현하는 예식이라고 할 수 있지. 나처음: 신앙 고백은 예비신자 교리 시간에 배운 신경을 말하는 거죠. 라파엘 신부: 맞아. 신앙의 유산을 지키고 계승하는 것은 주님께서 당신 교회에 맡기신 사명이란다. 교회는 이 사명을 항구히 수행해 오고 있지. 교회가 미사 중에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지. 그리스도인은 자기 신앙을 사람들 앞에서 고백하고 선포할 의무가 있단다. 우리가 고백하고 선포할 신앙 내용이 모두 신경에 담겨있지. 신경은 전능하신 창조주 성부에 대한 신앙과 우리의 주님이시며 구세주이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 그리고 거룩한 교회 안에 계신 성령에 대한 신앙의 내용을 요약해 놓았단다. 나처음: 신경도 여러 개가 있나요? 라파엘 신부: 신앙 고백은 “저는 믿나이다”라는 라틴어 첫 글자를 따서 ‘크레도(Credo)’라고 해. “저는 믿나이다”라는 말로 시작하기에 ‘신경(Symbola fidei)’이라고도 부르기도 하지. 헬라어 ‘σμβολον(심볼론)’은 깨트린 물건의 반쪽을 의미하는 말로 신원을 확인하는 증표를 뜻해.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헤어질 때 훗날 다시 만날 때 신원을 확인하는 징표로 물건을 나누는 것을 심볼론이라고 하지. 이런 의미로 신앙 고백은 가톨릭교회 신앙의 징표이기 때문에 심볼론 또는 라틴말로 ‘심볼라 피데이’, 우리말로 ‘신경’이라고 해. 따라서 신경은 가톨릭교회 신앙의 근본 기준이라 할 수 있지. 초대 교회 때부터 이어진 전통에 따르면 신앙 전체를 사도들의 수로 상징하고자 신경을 열두 절로 구분하는 관습이 있었다고 해. 사도 신경이 그 대표적이지. 열두 사도들의 신앙을 충실히 요약한 사도 신경은 열두 가지 신앙 고백을 요약해 놓았지. 시대가 흐르면서 지역과 전례에 따라 신경은 여러 양식으로 발전했단다.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은 2세기에 나온 ‘예루살렘의 세례 신경’이야. 그러나 현존하는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은 3세기 초엽 히폴리토 교부가 저술한 「사도 전승」에 수록된 세례 고백문이지. 현존하는 신경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사도 신경’,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아타나시오 신경’, ‘트리엔트 신경’ 등이 있단다. 조언해: 저는 유아 세례를 받아 기억할 수 없지만 대녀의 세례식 때 신앙 고백을 하면서 펑펑 울었어요. 세례 때 첫 신앙 고백을 하잖아요. 라파엘 신부: 맞아. 신경은 무엇보다도 세례 신앙의 고백이란다. 세례는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마태 28,19) 베풀어지므로, 세례 때 고백하는 신앙의 진리들은 삼위일체의 세 위격을 중심으로 연결돼 있지. 그래서 신경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단다. 먼저 ‘성부와 그분의 놀라운 창조 업적’, 다음에는 ‘성자와 인간 구원의 신비’, 끝으로 ‘우리 성화의 근본이며 원천이신 성령’에 대한 부분이야. 나처음: 사도 신경은 열두 사도가 만든 건가요. 라파엘 신부: 사도 신경은 교회에서 가장 오래된 신앙 고백문이야. 사도 신경은 사도들의 권위를 부여받아 2세기 무렵부터 오늘날과 같은 형식으로 완성돼 사용된 교회에서 가장 오래된 신앙 고백문이지. 따라서 사도 신경 자체가 그리스도교 신앙의 상징이자 표상이라고 할 수 있어. 열두 사도가 사도 신경을 만들었다는 주장은 4세기 말께 나타나. 트란니우스 루피노가 사도 신경에 대한 주석에서 신경의 사도적 기원을 처음으로 주장했지. 성령을 충만히 받은 열두 사도가 복음 전파를 위해 각지로 떠나기 전에 그리스도교 교리의 핵심을 확인하고자 각자 신앙에 대한 관심을 짧은 형식으로 표현해 사도 신경을 만들었다는 것이야. 이 전승에 대해 교회는 별 이의 없이 받아들이고 있단다. 현대 신학자들도 사도 신경의 내용 모두를 성경과 사도적 기원이 있다고 인정하고 있지. 사도 신경이 열두 사도가 직접 만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으나 사도들의 신앙을 충실히 요약했다는 점에서 이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지극히 마땅해. 나처음: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에 관해서도 알려주세요. 조언해: 교리교사인 내가 설명해줄게. 교회가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라노 칙령으로 로마 제국에서 신앙의 자유를 얻은 후 지상 교회가 생기면서부터 신앙에 대한 수많은 이단과 이교의 공격을 받아. 특히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성령의 신성까지 부정하는 이단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지. 교회는 이에 맞서 325년 니케아 공의회와 381년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를 개최해. 교회는 두 공의회에서 그리스도의 신성과 성령의 신성에 대한 교리들을 결정하고, 두 공의회에서 결정된 신앙 조문들을 정리해 하나의 신경을 만들었는데 바로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이야. 라파엘 신부: 언해가 잘 설명해 주었구나.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은 현존하는 모든 신경 중 동ㆍ서방 교회 모두가 받아들이고 있는 유일한 신경이란다. 동방 교회는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 외 가톨릭교회가 사용하는 사도 신경과 아타나시오 신경 등을 보편 공의회에서 선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단다. 가톨릭교회는 성령께서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신다”고 고백하는 반면 동방교회 즉 정교회는 “성부로부터 발하시며, 그리스도는 성령을 보내신다”고 믿고 있단다. 가톨릭교회는 성부를 성자와 성령의 근원으로 본 것이라 아니라 본질적인 하나의 신성이라고 고백하지만, 정교회는 성부를 다른 두 위격의 근원으로 보아 성자와 성령은 성부로부터 나온 것으로 성자는 성부에게서 태어났고, 성령은 유출된 것이라고 믿고 있지.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589년 제3차 톨레도 교회 회의를 통해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에 ‘성자로부터(filioque)’라는 표현을 삽입해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신다”고 분명히 했지.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에 이 표현이 삽입됨으로써 동ㆍ서방 교회가 갈라지게 되는 한 원인이 되었단다. 조언해: 신경이 미사에 도입된 것은 언제부터죠. 라파엘 신부: 미사에 신앙 고백문을 도입한 시기는 5세기 후반이야. 동방의 안티오키아 교회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지. 이후 콘스탄티노폴리스 교회를 비롯해 비잔틴 전례를 거행하는 대부분의 동방 교회 지역에 미쳤단다. 서방 교회에서는 6세기 말 스페인 톨레도 교회 회의를 통해 도입돼 점차 확산되었단다. 신앙 고백문이 로마 전례에 도입된 것은 11세기 초엽이야. 비교적 늦었지. 신성로마제국 하인리히 2세 황제가 대관식을 거행하기 위해 로마에 방문해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에 참여하였다가 신앙 고백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교황에게 건의해 도입되었다고 해. 그러나 초기에는 지금처럼 주일과 대축일 미사마다 신앙 고백을 하지 않고 주님 성탄부터 성령 강림 사이 주일과 마리아 축일, 사도 축일에 신앙 고백을 했다고 해. 미사에 사용하는 신앙 고백문은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과 사도 신경이야. 가톨릭교회는 미사의 공식 신앙 고백문에 대해서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으로 정하고 있으나, 1967년 주교 시노드의 결정에 따라 지역 교회가 판단해 사도 신경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그러나 교회는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이 단지 길다는 이유로 사도 신경을 선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가르치고 있단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12월 13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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