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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행복의 길 - -주님의 세 가르침-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3-02 조회수589 추천수7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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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3.2 연중 제8주일

이사49,14-15 1코린4,1-5 마태6,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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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길

-주님의 세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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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임을 통감합니다.

요즘 며칠 간 강론들과 편지들을 정리하면서 깨달은 사실입니다.

글씨는 마음의 거울이라 합니다.

글씨마다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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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십 년간 모아 온 친필로 쓴 강론들과

손으로 써 보내 준 무수한 편지들이 새삼 귀하게 여겨져 다시 고이 보관해 두었습니다.

이미 오랜 전 세상을 떠나 신 어머님의 자식 걱정에 무수히 보내셨던 편지들을 보면서

오랜 동안 회한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사랑했던, 그리웠던 이들은 떠났어도 편지들을 그대로 남아 있어 이 분들을 생각할 수 있으니

이게 시공을 넘어 ‘영원한 사랑’의 체험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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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사실은 2003년부터는 거의 친필로 쓴 강론 원고가 없다는 것과

친필로 쓴 편지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강론은 전부 컴퓨터 좌판에 쳐 출력해 내고

편지들은 거의 이메일이나 핸드폰의 통화, 문자 메시지로 대체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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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도 디지털 문화에 흡수되어 살고 있구나.’ 깨닫습니다.

문제는 여유와 깊이가, 살아있는 만남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편리한 디지털 시대인데 삶은 더욱 바빠지고 피상적이 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내면은 황폐화되고 급기야 영혼까지 잃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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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관건은 하느님 중심을 회복하는 것이요 하느님의 나라를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중심으로 한 삶이 하느님 나라입니다.

명실 공히 하느님이 삶의 중심이 될 때 삶은 깊어져 행복한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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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일수록

하느님 찾기는 더욱 치열해야 하고 기도와 말씀의 탐구도 열렬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주님의 세 말씀에 따른 ‘행복의 길’에 대한 묵상 나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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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나는 결코 너를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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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서를 통한 주님의 말씀이 오늘 백미입니다.

‘나는 언제나 너를 사랑한다.’라는 주님 말씀과 일맥상통합니다.

누가 뭐래도 주님만은 끝까지 나에 대한 믿음, 사랑,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는 고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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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서의 짧은 말씀이 감동적이라 그대로 인용합니다.

-시온은 “주님께서 나를 버리셨다. 나의 주님께서 나를 잊으셨다.”하고 말하였지.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49,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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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주님의 육성을 듣는 느낌입니다.

어머니가 자식을 잊을 수 있어도,

또 우리가 주님을 잊을 수 있어도 주님만은 결코 우리를 잊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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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님의 마음을 체험할 때 더욱 견고해지는 하느님 중심의 삶이요

하느님 중심에 깊이 뿌리내릴수록 더욱 깊어지는 주님 향한 우리의 믿음, 사랑,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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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우리에 대한 사랑으로 늘 깨어 우리를 지켜주시는 주님이십니다.

제가 두려움 중에 있는 분들에게 가장 많이 써드리는 처방전 말씀입니다.

제 여섯째 숙부가 임종을 앞두고 한 주간 꼭 붙잡고 사신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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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마라.

내가 너의 곁에 있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너의 하느님이다.

내가 너의 힘이 되어 준다.

내가 도와준다.

정의의 오른팔로 너를 붙들어 준다.”(이사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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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에 따라서는 ‘정의의 오른팔로’는 ‘사랑의 오른팔로’ 슬며시 바꾸기도 합니다.

참 많은 분들이 위로와 힘을 받는 주님의 살아있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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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미리 심판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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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물론 남을 심판하지 않을 때 마음의 평화입니다.

일체의 심판이나 판단은 유보하는 것입니다.

필요이상의 자학도 자책도, 후회도 하지 마십시오.

주님만이 우리를 심판하실 수 있습니다.

하느님 중심에 뿌리내릴수록 이런 양심의 확신은 더욱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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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바오로의 말씀을 내 확신으로 삼는 것입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심판을 받든지 세상 법정에 심판을 받든지,

나에게는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나도 나 자신을 심판하지 않습니다.

나는 잘못이 없음을 압니다.

…나를 심판하시는 분은 주님이십니다.

그러니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미리 심판하지 마십시오.

그분께서 어둠 속에 숨겨진 것을 밝히시고 마음 속 생각을 드러내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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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하느님 앞에서 더도 덜도 아니 나일뿐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떳떳하다면 사람들의 심판에 연연해하지 않습니다.

나는 물론이고 사람들의 심판은 얼마나 불완전한지요.

대부분 착각과 오해, 환상에 기인한 심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모든 심판이나 판단은 하느님께 맡겨 보류하고 내 삶의 자리에 충실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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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하려는 유혹이 들 때

‘네가 뭔데.’ ‘너나 잘 해.’라는 돌직구의 표현을 상기하면 자제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남이나 나를 심판하는 것은 하느님의 권리를 침해하는 월권의 대죄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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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바오로의 말씀처럼

심판하지 않는 사랑, 다 봐도 못 본채 하는 사랑, 다 알아도 모르는 채 하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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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주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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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랑이면 때가 되면 모든 것을 저절로 해결됩니다.

캐고 따지고 밝히고 추궁하고 심판하여 상대방을 만신창이로 만드는 것은 전혀 사랑이 아닙니다.

하여 성 베네딕도 역시 그의 규칙에서

‘형제들의 약점을 지극한 인내로 참아 견디는’ 형제애를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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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걱정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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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과 재물을 섬길 때 끊임없는 갈등에 걱정과 불안입니다.

하느님을 섬길수록 마음의 평화와 안정입니다.

걱정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불안도 두려움도 마찬가지입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걱정, 불안, 두려움의 상태가 바로 지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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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을 믿을 때 걱정도 불안도 두려움도 사라집니다.

믿음은 빛입니다.

하느님 믿음의 빛 앞에 흔적 없이 사라져 가는 걱정, 불안, 두려움의 어둠들입니다.

참 어리석고 어두워 환상의 불필요한 짐을 지고 사는 이들,

하느님 걱정을 대신하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믿음이 약해 소모되는 에너지는 얼마나 많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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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은 온통 ‘걱정하지 마라.’는 말씀으로 가득합니다.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

이런 것들은 모두 다른 민족들이 애써 찾는 것이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

너희는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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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은혜로운 현실을 잘 보지 못해,

주님의 은혜로운 말씀을 잘 듣지 못해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잘 보고 잘 듣는 것이 믿음입니다.

하느님만을 찾을 때 굳건해 지는 믿음이요 사라져가는 걱정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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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믿음의 사람들은 하루하루 삽니다.

내일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요,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믿음에서 나오는 분별력의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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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고공비행이란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수평적 비교에서 벗어난 수직적 자아초월을 통한 내적 자유를 일컫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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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사랑을 결코 잊지 않을 때,

자신이나 남을 심판하지 않을 때,

매사 걱정하지 않을 때 비로 영적고공비행으로 인한 자아초월의 내적 자유를 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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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게 참 행복의 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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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온갖 근심걱정을 몰아내시고

당신 향한 믿음과 사랑, 희망으로 우리를 충만케 하십니다.

“은혜를 베푸신 주님께 노래하리이다. 지극히 높으신 주님 이름 찬양하리이다.” (시편13,6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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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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