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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주(定住)생활의 역동성 -자아초월의 삶-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3-05 조회수1,119 추천수13 반대(1)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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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3.5 재의 수요일 요엘2,12-18 2코린5,20-6,2 마태6,1-6.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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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定住)생활의 역동성

-자아초월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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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은총의 사순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말씀 묵상 중 떠오른 ‘반복’이란 말마디였습니다.

우리 삶을 잘 들여다보면 모두 반복으로 이루어졌음을 봅니다.

도대체 반복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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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아침, 점심, 저녁,…전례주년 역시 매년 반복입니다.

단조로운 반복이 아니라 계속 새로워지는 반복입니다.

반복의 평범함, 반복의 위대함, 반복의 깊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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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을 통한 정주생활의 역동성이 잘 들어납니다.

반복 수련을 통해 깊이의 겸손에 이르러 십자가의 주님을 만나고, 자아초월의 높이에 이르러

부활하신 주님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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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라는 자작시의 한 연도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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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반복되는 제자리 삶에도/지칠 줄 모르는 초록빛 열정

다만 오늘 하늘 향해 타오를 뿐 내일은 모른다.

타오름 자체의 과정이 행복이요, 충만이요, 영원이다.

오늘 하루만 사는 초록빛 영성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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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역동적 정주생활의 요약입니다.

정주생활을 통한 끊임없는 자아초월이요, 자아초월을 통해 성취되는 자유인의 삶입니다.

자아초월의 삶은 다음 세 요소로 이루어짐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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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회개(메타노니아)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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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의 제자리로 돌아가는 게 회개입니다.

기본으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한 단순한 삶이 회개입니다.

늘 하느님 중심의 제자리로, 참 나에게로 돌아가는 게 회개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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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불행은 하느님 중심의 제자리를 떠남에서 기인합니다.

중심의 제자리를 떠날 때 복잡하고 혼란한 비본질적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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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요엘 예언자를 통해 재의 수요일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를 향해 회개를 촉구합니다.

“주님의 말씀이다.

너희는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

주 너희 하느님께 돌아오너라.

그는 너그럽고 자비로운 분, 분노에 더디고 자애가 큰 이, 재앙을 내리다가도 후회하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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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회개의 호소에 응답해, 이 거룩한 미사전례집회에 참석한 우리들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께 돌아 온 우리를 용서하시고, 깨끗하고 거룩하게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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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친교(코이노니아)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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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에 이어 하느님과의 화해와 친교입니다.

요엘의 회개에 이어 바오로는 우리 모두에게 하느님과 화해를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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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죄를 모르시는 그리스도를 우리를 위하여 죄로 만드시어,

우리가 그리스도의 의로움이 되게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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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과의 화해와 친교가 기쁨과 평화, 일치의 원천입니다.

이어 하느님은 우리 모두에게 말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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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로운 때에 내가 너의 말을 듣고, 구원의 날에 내가 너를 도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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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시작되는 사순시기

하루하루가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요 주님과 화해와 친교가 이뤄지는 구원의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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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섬김(디아코니아)과 비움(케노시스)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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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교의 열매가 섬김입니다.

오늘 주님은 복음을 통해 섬김의 삶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자기(ego)를 부풀리는 자아도취의 자선, 단식, 기도의 수행은 역겹고 일고의 가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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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수행은 케노시스(kenosis), 자기를 비우는 수행입니다.

소유를 비우는 자선이요, 배를 비우는 단식이요, 자기를 비우는 기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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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비움이요 자기를 비워 활짝 하느님께 개방, 소통케 하는 수행입니다.

온전히 하느님 중심의, 텅 빈 충만의 행복에로 이끄는 무아(無我)의 수행입니다.

바로 이게 진실하고 겸손한 수행입니다.

진정 이런 수행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자아초월의 수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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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의식한 수행이 아니라 하느님만을 의식한 참 무사(無私)한 수행입니다.

바로 이렇게 살아야 관상의 행복입니다.

유별나게 드러나는 것은 참 영성의 징표가 아닙니다.

진정한 덕은 숨겨져 드러나지 않는 데 있고 평범한 데 있습니다.

이런 이들을 향한 주님의 확약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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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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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 정주생활입니다.

회개와 친교, 섬김과 비움의 수행을 통해 자아초월의 참 행복을, 자유를 누리게 하는 정주생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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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광야의 사순시기,

우리 모두 하느님 앞에서 진실하고 겸손한 사랑의 수행자로 살게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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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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