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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그네의 삶을 시작하며
작성자
이부영
작성일
2014-03-05
조회수
650
추천수
3
반대
(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방문해 주심을 감사드리며 머무시는 자리마다 고운마음 피우시길 바랍니다.
'가난한 자'
지팡이(로벨또)
나그네의 삶을 시작하며
지난 월요일,
소리없이 내리는 비가
마치 봄을 재촉하는
보슬비 같았어요.
화요일 아침 일어나보니
비 온 뒤의 상쾌함이
저를 가만히 있게
만들지 않더군요.
아침식사후
부랴부랴 산책을 하며
시원한 공기를
맘껏 들이키고 돌아왔는데
왠걸 그것이 화근이 되어
그날 저녁부터
심한 오열과 몸살 증세로
드러눕고 말았어요.
그런데다 월요일 저녁
너무 늦게까지 공부(?)
한답시고 무리를 했더니 그만...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이곳 업무가 시작되기에
예비자 교리 준비부터
부산을 떨었지요.
사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제가 본당에 있다가
소임 이동이 된것이 아니기에
본당 소임에 필요한
모든 일들이 새롭고
또 새로이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죠.
오랜만에
공부하는 학생이 된 기분으로
예비자 교리를
밤 늦게까지 준비를 하면서
전 완전히 교리에
빠져든 기분이었어요.
이곳에서 하게 되는
교리 첫 시간 주제가
'이스라엘 역사' 였거든요.
그래서
성조 아브라함부터 시작해서
예언자 시대까지
대충 읽어보면서
특히
우리 신앙의 아버지
'아브라함'에 대한
새로운 묵상에 매료되어
밤 늦게까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너무나 그분의 삶이 존경스러워서.
어떻게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었는지
그 믿음에 대한 소중함 때문에
주님과의 긴밀한 시간을
끊을 수가 없더군요.
마치 아브라함이
미지의 땅으로 떠나라는
명령을 받고
그 안락한 삶을 뒤로한 채
나그네의 삶을 시작한 것처럼
지금의 내가 마치
아브라함이나 된 것 같은
착각을 갖게 된 거죠.
착각은 내 자유이니까...
그래도 전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아니 힘이 됐는지 몰라요.
떠난다는 것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시작부터 잘 적응한답시고
씩씩한 척 자만했더니
하느님은 또다른 방법으로
저를 꼼짝 못하게 치시더군요.
좀더 현실을 직시하고
겸손하게 시작하라고.
그리고
너 힘으로가 아니라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한 것을
깨닫는 것도 겸손이라는 것을
다시 일깨워주시더군요.
어린아이처럼
함께 사는 수녀님의
수발을 많이 받으면서
섬기는 이의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도 이후로
먼저 함께 사는 수녀님을
정말 마음으로 섬기며
살아야됨을
마음에 새겨주는
시간들이기도 했지요.
모든 가족에게
일일이 소식드리지 못함을
용서해주시고
이 글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기쁜 삶 이루시길 기도합니다.
- 마르첼라 수녀 글 중에서 -
♬ 58번 이 몸은 애타게 당신을 찾습니다 ♬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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