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재의 수요일 다음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4-03-08 조회수417 추천수10 반대(0)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어느 본당의 신부님께서 임기를 마치시고 안식년을 하기로 하셨습니다. 송별미사를 하시고 신부님께서는 인사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저는 이제 안식년을 지내기로 했습니다.’ 미사 후에 할머니 한분께서 신부님을 찾아 오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신부님 안 됩니다. 안식년이 어떤 년인데 그년하고 함께 지낸다는 것입니까?’ 할머니께서는 아마도 안식년을 여자라고 생각하신 것 같았습니다. 안식년은 사제들이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저는 23년 사제생활을 했지만 아직 안식년을 갖지 못했습니다. 작년에 안식년을 신청했지만 교구장님의 특별한 사랑에 힘입어 안식년을 다음으로 미루어야 했습니다. 안식년을 하게 되면 여행도 가고,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어머님과 함께 지내고 싶고, 피정도 가고 싶습니다. 동창 신부 한명은 안식년을 두 번이나 하는 은총을 받았습니다. 한번은 정상적으로 신청을 해서 받았고, 다른 한번은 교구의 인사이동에서 명단이 빠져서 한 번 더 안식년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며 이 또한 교구장님의 특별한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갔을 때 안식일의 두 가지 모습을 보았습니다. 하나는 안식일이 되면 장사하는 분들이 물건을 더 이상 팔지 않고 남은 물건은 가게 밖에다 놓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가난한 이들이 물건을 가지고 가서 안식일을 지낼 수 있다고 합니다. 안식일의 본 취지를 잘 이해하고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호텔에서 본 것입니다. 안식일용 엘리베이터는 모든 층에서 정지를 했습니다. 안식일을 지키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라고 합니다. 안식일에는 일을 해서는 안 되고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는 것도 일이기 때문에 모든 층에 엘리베이터가 서도록 했다고 합니다. 한편 이해는 가지만 그것이 진정 안식일의 의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힘들고 어려운 분들이 많습니다. 추운 겨울에 보일러를 끄고, 전기장판에 의지해서 지내는 분이 있습니다.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분도 있습니다. 친구들의 폭력 때문에 자살을 생각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지하도에서 신문지를 이불삼아 노숙하는 분도 있습니다. 교통사고로 장애가 된 분도 있습니다. 세상은 ‘1등만 기억하는 사회를 향해서 쉴 새 없이 뛰어갈 것입니다. 일등, 일류는 성공과 출세의 보증서와 같고, 편안함과 부유함을 약속해 주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성적순으로, 능력순으로 서열을 정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꽃밭에 여러 종류의 다양한 꽃들이 꽃밭을 아름답게 만들듯이, 우리의 세상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합니다. 행복은 소유의 크기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감사하며,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일등만 기억하는 사회가 아니라, 넘어진 사람, 실패한 사람, 고통 중에 있는 사람도 기억하고 함께 어깨를 보듬고 살아가는 사회가 진정 행복한 사회입니다.

 

오늘의 성서말씀은 우리가 추구해야할 세상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굶주린 이에게 네 양식을 내어 주고, 고생하는 이의 넋을 흡족하게 해 준다면, 네 빛이 어둠 속에서 솟아오르고, 암흑이 너에게는 대낮처럼 되리라. 너는 오래된 폐허를 재건하고, 대대로 버려졌던 기초를 세워 일으키리라. 너는 갈라진 성벽을 고쳐 쌓는 이, 사람이 살도록 거리를 복구하는 이라 일컬어지리라.”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들은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하는 예수님이 못 마땅했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는 것처럼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을 원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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