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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비가로 불림 받은 우리들 -신비, 말씀, 복-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3-16 조회수1,158 추천수9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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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3.16 사순 제2주일 창세12,1-4ㄱ 2티모1,8ㄴ-10 마태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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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가로 불림 받은 우리들

-신비, 말씀,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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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시대, 소모품 시대입니다.

급기야는 사람도 인스탄트가, 소모품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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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오래 된 노트북을 새 것으로 바꿀 때 버려지는 옛 노트북을 보면서

오래되면 노트북만 아니라 사람도 쓸모가 없으면 소모품처럼 취급될 수 있겠구나 하는

섬찟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래서 스펙을 쌓으며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키기에 전력을 다하는 현대인들입니다.

장년, 노년은 물론이고 젊은 이들조차 소모품처럼 되어가는 잉여의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출산율이 낮다고 걱정하지만

일자리의 부족으로 날로 늘어가는 잉여의 사람들이요 날로 초라해지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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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의 체험도 잊지 못합니다.

서툰 컴퓨터 솜씨로 강론을 거의 완성했다가 잘 못 누른 까닭에 순식간에 원고가 흔적 없이

날라갔습니다.

저장해두지 않았기에 도저히 복구할 길이 없었습니다.

순간 온 몸이 후들후들 떨렸습니다.

참 위태한 디지털 문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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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하느님 앞에 이렇게 우리도 저장 되지 않고 흔적 없이 사라질 수도 있겠고

이게 심판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또 못마땅한 인간관계라면 이렇게 깨끗이 지울 수 있는 사람도 될 수 있겠구나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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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 중독, 스마트폰 중독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정말 깨어살지 않으면 문명의 이기도 사람을 망가트리는 사탄이 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문명의 거부가 아니라 지혜로운 활용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디지털 문명의 시대에 존엄한 품위의 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을 소개합니다.

오늘 말씀 묵상 중 발견된 세 열쇠말(키워드), 신비, 말씀, 복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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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신비가가 되십시오.

삶의 스승과 전통이, 신비(神?)와 시(詩)가 사라져 가는 시대입니다.

삶의 스승과 전통이 사라지면 조야하고 왜소한 사람만 남고,

신비와 시가 사라지면 영혼도 시들어 죽습니다.

역설적으로 삶의 스승과 전통이, 신비와 시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대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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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의 예언자들은 예외 없이 신비가이자 시인이었습니다.

시편을 끊임없이 노래함으로

영혼을 살리고 신비가로 만들어 주는 시편성무일도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비상한 신비가가 아니라 평범한 신비가입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다는 자체가 이미 신비가로 운명지어진 인간임을 깨닫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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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감각을 잃으면 그대로 야수나 사탄이 되든 지 영혼 없는 기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온통 신비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이요 신비감각이 살아있을 때 찬미와 감사의 삶에 기도요,

풍요로운 내적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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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독서의 아브라함이나 2독서의 바오로, 복음의 예수님 모두가 신비가입니다.

아니 성경이나 교회의 모든 성인들이 하느님과 깊은 친교를 누렸던 신비가들이였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우리 모두 신비가로 불림 받았음을 선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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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는 우리의 행실이 아니라 당신의 목적과 은총에 따라

우리를 구원하시고 거룩히 살게 하시려고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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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뜻과 은총에 따라 거룩하게 사는 이들이 신비가입니다.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비체험의 은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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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순 제2주일

주님은 베드로, 야고보, 요한은 물론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에게 신비체험을 선사하십니다.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는 미사보다 건전한 신비체험은 없습니다.

십자가의 도상에서 적절한 때에 당신의 빛나는, 거룩한 변모를 체험시킴으로

우리를 정화, 성화시키는 주님이십니다.

이런 신비체험의 선물인 분별의 지혜가 되어 세상 것들의 중독에 빠지지 않게 합니다.

존엄한 품위의 참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신비체험의 은총은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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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말씀의 사람이 되십시오.

막연한 신비가가 아닙니다.

말씀이 사람이 신비가입니다.

말씀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현존입니다.

말씀은 내 발에 등불이요 내 앞길을 비추는 빛입니다.

말씀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신비가는 바로 침묵의 사람이자 기도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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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독서의 신비가 아브라함은 침묵의 기도 중에 주님의 축복의 말씀을 듣습니다.

말씀의 사람은 순종의 사람이요 믿음의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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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주님의 명령에 지체하거나 집착함 없이 길을 떠난 아브라함의 순종의 믿음이 참 아름답고 장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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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서 주님의 변모를 체험한 베드로의 반응도 좋은 묵상감입니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원하시면 제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엉겁결에 선의에서 나온 반응이 분명하지만 마음 깊이에는 신비체험에의 집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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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하느님의 집인 여기 수도원 피정이 좋아도 내내 피정집에서 살 수는 없습니다.

조금 지나면 결국 그 자리가 그 자리입니다.

신비체험은 순전히 은총의 선물이요, 집착은 금물입니다.

주님 부활의 영광을 앞당겨 체험시킴으로

십자가의 길을 힘차게 갈 수 있도록 의도하신 주님의 의도를 잠시 망각한 베드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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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베드로를 깨우치시는 하늘 아버지의 말씀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중심 말씀입니다.

신비체험은 반짝 체험일뿐 우리가 살아가야 할 여정은 막막한 일상의 광야입니다.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광야여정에 오른 아브라함처럼

베드로 역시 신비체험에 집착하지 말고 십자가의 길에 충실하라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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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은

주님의 변모신비체험을 통해 바오로의 다음 고백에 깊이 공감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폐지하시고, 복음으로 생명과 불멸을 환히 보여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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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로나 베드로뿐 아니라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의 변모를 체험한 우리의 고백이기도 합니다.

이런 신비체험이

성령의 기쁨으로, 영적갈망의 기쁨으로 거룩한 부활 축일을 기디리며 사순시기를 보내게 합니다.

참 의미심장한 것이

분도규칙에 기쁨이란 말이 단 두 번, '제49장 사순절을 지킴에 대하여'라는 장에서만 나온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순광야 여정,

참 좋은 주님 말씀의 인도하에 성령의 기쁨으로 십자가의 길을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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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복된 존재가 되십시오.

우리 모두가 주님의 복 덩어리, 복된 존재들입니다.

하느님의 기쁨은 우리에게 복을 주시는 것입니다.

주님은 당신의 목적과 은총에 따라 우리를 부르셨다는 자체가 복된 존재임을 드러냅니다.

이 축복의 은총은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이미 우리에게 주어졌고 이

제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나타나시어 환히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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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주님의 신비가가, 말씀의 사람이 되어 그리스도 예수님과 하나되어 살 때

말 그대로 복된 존재들입니다.

주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신 말씀은 그대로 우리에게도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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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

너에게 축복하는 이들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이들에게는 내가 저주를 내리겠다.

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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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에 대한 하느님의 전적 신뢰와 사랑을 깨닫게 합니다.

참 복된 사람 아브라함입니다.

흡사 예수님을 향한 하느님의 축복 말씀 같기도 합니다.

예수님 자체가 하느님의 축복이요 예수님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복을 받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 예수님뿐 아니라 우리 역시 하느님의 복된 존재들이요 축복의 통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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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룩한 미사를 통한 주님과의 일치가 이를 확연히 깨닫게 합니다.

주님의 복된 존재로, 주님의 축복의 통로로 세상에 파견되는 우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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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주일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디지털 시대에 존엄한 품위의 참 사람으로 살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첫째, 신비가로 사는 것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의 신비변모체험의 은총이 우리를 신비가로 만들어 줍니다.

둘째, 말씀의 사람으로 사는 것입니다.

침묵 중에 말씀을 경청하고 순종의 믿음으로 살 때 비로소 말씀의 사람입니다.

셋째, 복된 존재로 사는 것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한 주님과의 일치가 우리를 복된 사람으로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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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거룩하고 신비로운 당신을 닮은 모습으로 변모시켜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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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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