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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너는 좋은 것들을 받았고"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4-03-19 조회수918 추천수11 반대(1)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4년 가해 사순 제2주간 목요일


< 너는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 >


  
복음: 루카 16,19-31






그리스도


엘 그레코 작, (1606), 톨레도 주교좌 성당


     < "너는 좋은 것들을 받았고" >

 

 요즘 사순절이 사순절 같지가 않습니다. 너무 풍요하게 지내기 때문입니다. 어제가 축일이었는데 며칠 전부터 또 앞으로도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약속이 계속 잡혀있습니다. 본당에 있을 때만큼은 아닐지라도 많은 선물도 받고 있습니다. 한 아이는 자기 용돈을 모아서 양말을 사서 보냈고, 한 자매님은 몇 달 동안 기도와 정성으로 십자수를 놓아서 그것으로 제의가방을 만들어 보냈고 어떤 분은 나름대로 고가의 시계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구두와 양주, 홍삼, 화분 등도 보내주셨습니다. 사제가 되고는 이렇게 받는 것들에 매우 익숙해졌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다른 이들의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빨아들이는 못된 부자처럼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성의를 거절하면 더 마음아파 하심을 알기 때문에 받기는 받지만 받는 기쁨이 있는 동시에 마음도 편치는 않습니다.

 

축일 당일이었던 어제는 점심 후에 잠시 쉬고 있는데 교구청 직원으로부터 한 자매님이 찾아와 한 시간째 가지 않고 계시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자매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입원하여 치료를 받으신 적도 있고 정신장애로 나라에서 돈까지 받는 그런 나름대로 본당과 교구에서까지 유명한 자매입니다.

제가 내려갔더니 제 사무실에 약간 냄새가 났습니다. 가난한 이들이게 나는 냄새, 저에게서는 언제부턴가 사라져버린 그런 냄새였습니다. 그분이 사온 선물로는 딸기 한 박스와 비닐봉지에 싸 가지고 오신 약간은 무르게 돼 버린 작은 바나나들이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오신 것이 분명할 텐데 그것을 들고 오시느라고 고생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내려오기를 한 시간을 기다렸지만 저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 미안하셨는지 당신 이야기만 계속 하시더니 갑자기 가야겠다고 하시며 도망치듯 가버리셨습니다.

 

그분의 이상한 행동 때문에 본당에서도 외톨이이시고 세상에서도 가난하고 힘없는 소외된 분이지만 왠지 오늘 복음의 거지 라자로와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저는 그 반대인 배부른 부자입니다. 예수님은 부자가 구원받지 못하는 이유를 이렇게 단순하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살아 있는 동안에 좋은 것들을 받았다.”

좋은 것들을 받았다.’ 정말 저는 좋은 것들을 너무나 벅차게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돈 걱정 없이 가난이라는 말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습니다.

반대로 그 자매는 저에게 연락도 못하고 한 시간씩이나 기다렸고, 그분의 삶 또한 그렇게 정신이상이 생기게 될 정도로 온갖 고난을 다 겪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이 정신장애로 받는 돈이나 나라에서 다른 이유로 나오는 돈들을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고아원이나 이태석 신부님 수단 선교를 위해 매달 고스란히 봉헌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위해서는 돈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그러나 라자로는 나쁜 것을 받았음을 기억하여라.”

온갖 나쁜 것을 받으며 일생을 살아온 세상에서 누구도 친하게 지내려는 사람이 없는 거지 라자로와 같은 냄새나는 자매, 그러나 자신의 모든 것을 자신보다 더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온전히 내어놓는 모습, 하늘나라에서는 이 분이 저보다 훨씬 더 후한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이 자매를 위해 무언가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안 그러면 정말 구원받지 못하는 부자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마침 사무실에 홍삼 선물이 들어온 것이 있어 가져가라 드렸더니 말은 안 가져간다고 하시는데 얼굴은 약간 원하시는 듯이 보여 계속 권유했더니 그것을 가져가셨습니다. 그랬더니 제 마음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부자가 왜 구원을 받지 못할까요? 사랑하면 부자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돈이 없으셔서 가난하게 사셨겠습니까? 다 나누어 주셔서 스스로 불편해짐을 택하셨습니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가난해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부자가 될 것인지, 거지 라자로가 될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는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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