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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공존, 공생의 사랑 -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3-20 조회수851 추천수7 반대(1)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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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3.20. 사순 제2주간 목요일

예레17,5-10 루카16,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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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 공생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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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을 묵상하면서 떠오른 말은 '공존' 공생' '공영' '공빈'이란 말들이었습니다.

바로 복음의 부자에게 결핍된 것이 '공'이며 오늘 날 역시 점차 '공'이 빠져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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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섬이 아니다'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사람은 섬이다.'라는 말 같기도 합니다.

함께 해도 결국은 외로운 혼자인 사람입니다.

적당한 거리는 어쩔 수 없는 인간 현실이지만,

공생, 공존에서 공이 빠진 건널 수 없는 단절과 불통의 큰벽이, 큰 구렁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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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부자가 오늘 우리에겐 참 적절한 탐구 대상입니다.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그의 집 대문 앞에는 라자로라는 가난한 이가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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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라자로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죽어서만 아니라 살아서도 둘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단절의 큰 구렁이 있음을 깨닫습니다.

외적 거리는 아주 지척이지만 마음의 거리는 얼마나 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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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부자의 죄는 라자로에 대한 무관심이었음을 봅니다.

특별히 나쁜 부자라기 보다는 공생과 공존의 사랑과 지혜가 결핍됐던 우리 보통 사람의 모습입니다.

흡사 완전 고립된 섬 같은 부자의 모습입니다.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지만 자기 감옥에 갇힌 수인의 삶, 환상 속의 삶 같습니다.

옆으로 가난한 이웃 라자로와는 물론 위로는 하느님과, 또 안으로는 나와

큰 단절의 구렁 속에 포위된 고립의 위태한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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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사야가 부자의 내면 상태를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의지하는 자와, 스러질 몸을 제힘인 양 여기는 자는 저주를 받으리라.

그의 마음이 주님에게서 떠나 있다.

그는 사막의 덤불과 같아, 좋은 일이 찾아드는 것도 보지 못하리라.

그는 광야의 메마른 곳에서, 인적 없는 소금 땅에서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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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 역시 하느님을 잊은 이런 내면 상태의 부자들도 많을 것입니다.

바로 이게 지옥입니다.

외관상 천국 같지만 부자의 내면은 그대로 지옥입니다.

사후 저승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부자를 향한, 라자로와 함께 있는 아브라함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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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이 가로놓여 있어,

여기에서 너희 쪽으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 쪽으로 건너오려 해도 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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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살아 생전, 둘 사이의 큰 구렁이 죽어서도 계속됨을 봅니다.

부자와 라자로뿐 아니라

오늘 우리 사이의 공존, 공생을 깨는 분열과 불통, 단절의 큰 구렁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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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현대판 단절의 계급사회 같습니다.

빈부의 양극화로 인한 큰 구렁,

남북간, 지역 간, 학벌 간, 노사 간,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사이의

큰 구렁들이 현존하는 사회입니다.

때로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큰 구렁 처럼, 또 넘을 수 없는 큰 벽처럼 느껴지는

참 답답한 신자본주의 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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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주님은 오늘 복음의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를 통해

큰 구렁을 만든 '힘있는 자들' '가진 자들'의 회개를 촉구합니다.

회개해야 할 사람은 가난한 라자로가 아니라 무관심의 큰 구렁을 만든 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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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 있습니다.

멀리서가 아니라 가까이부터 서로 간의 큰 구렁을 메워

공존, 공생, 사랑의 삶을 사는 것이 구체적 회개요 구원입니다.

이런 이들이 진정 주님께 신뢰를 두는 복된 사람들이요 역시 이사야가 실감나게 묘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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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을 신뢰하고 그의 신뢰를 주님께 두는 사람은 복되도다.

그는 물가에 심긴 나무와 같아, 제 뿌리를 시냇가에 뻗어,

무더위가 닥쳐와도 두려움 없이 그 잎이 푸르고, 가문 해에도 걱정 없이 줄곧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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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거룩한 미사전례에 참석한 우리의 은혜로운 상태에 대한 묘사같습니다.

사순시기만 아니라 우리 전 삶의 여정이 회개의 여정입니다.

부단히 회개의 여정에 충실할수록

주님과는 물론 서로간의 단절과 불통의 구렁과 벽도 점차 사라져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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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서로 간의 단절의 큰 구렁을 메워주시고 공존, 공생, 사랑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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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여라, 온전한 길을 걷는 이들,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이들!"(시편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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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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