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3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4-03-23 조회수404 추천수7 반대(0)

인사이동으로 본당에 부임을 하면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저도 본당신부로 부임을 했을 때 했던 일들입니다. 구역으로 찾아가서 구역미사를 합니다. 구역의 교우들을 본당으로 초대해서 구역미사를 합니다. 그렇게 하면 구역의 교우들을 만날 수 있고, 숨어 있는 봉사자도 찾을 수 있습니다. 먹는 끝에 정이 난다고, 구역미사를 마치면 준비한 음식을 나누면서 구역의 친교와 단합을 도모합니다. 이 정도만 해도 1년이 훌쩍 지나갑니다. 구역미사가 교우들의 겉모습을 알 수 있는 시간이라면 반 모임은 교우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시간입니다. 저는 묵주를 준비해서 반모임을 함께 한 적이 있습니다. 반모임에 참석하신 분들에게 묵주를 선물해 드리고, 반모임 시간을 함께 하였습니다.

 

어느 반 모임에서 젊은 새댁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유는 신랑이 알코올 중독이기 때문입니다. 술을 먹으면 잠을 자지 않고 괴롭히고, 급기야는 폭력을 행사한다고 합니다. 몇 번이고 헤어지려고 했지만 술이 깨면 잘못했다고 빌기 때문에 헤어지지 못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24개월 된 아이가 있어서 더 힘들다고 합니다. 새댁의 말을 듣고 할머니들께서 처방을 내려 주셨습니다.

 

할머니 한분은 이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신랑이 술이 취해서 자면 성수를 먹이라고 합니다. 밥을 할 때에도 성수를 뿌려서 주라고 합니다.’ 그게 효과가 있느냐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할머니는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우리 할아버지도 젊어서 술도 많이 먹고 바람도 피우고 그랬지! 내가 성수를 먹이고, 밥에도 뿌려서 주니까 조금씩 좋아지더구먼.’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면서 순수한 할머니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다른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신랑이 취해서 오면 같이 술을 먹고 죽기 살기로 덤벼봐!’ 그것도 효과가 있어요? 할머니께서 대답하셨습니다. ‘우리 할아버지는 내가 그렇게 세게 나오니까 술 먹고 온 날 자기가 피하더라고.’ 할머니의 지혜가 느껴집니다. 또 다른 할머니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대꾸를 하니까 그래! 술 먹고 오면 아이 데리고 나와 버려!’ 그러면 제풀에 지쳐서 잠들거든.’ 할머니들께서는 각기 나름대로의 처방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알코올 중독은 감기와 독감과 같이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본인이 받아들이고 치료를 하지 않으면 쉽게 고쳐질 수 없습니다. 본인뿐만 아니라, 소중한 배우자와 자녀들까지 병들게 하는 심각한 병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처방을 내리시겠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사마리아 여인과 예수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자신의 입장에서 예수님을 대합니다. 사마리아 사람과 유대인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이 우물은 오래전부터 자신들이 물을 길어 먹던 곳이다. 자신의 입장에서만 예수님을 대하니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잠시 목을 축이는 물은 알지만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명의 물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남자를 6명이나 알고 지내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진실한 남자를 알지 못합니다. 예배는 드리지만 누구에게 드리는지, 참된 예배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자신의 입장을 버리고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니 하나씩 참된 진리가 무엇인지를 배우게 됩니다.

 

농부가 봄에 씨앗을 뿌릴 때, 그 작은 씨앗 안에 숨어 있는 열매와 곡식을 보기 때문에 뿌릴 수 있는 것입니다. 현재 내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꿈 꿀 수 있고, 이 세상의 것들을 넘어서는 참된 진리를 위해서 명예와 권력 그리고 재물을 버릴 수 있게 됩니다. 그때 우리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명의 물을 주시는 주님의 사랑과 주님의 은총을 바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오늘 이렇게 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직 나약하던 시절, 그리스도께서는 정해진 때에 불경한 자들을 위하여 돌아가셨습니다. 의로운 이를 위해서라도 죽을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혹시 착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누가 죽겠다고 나설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심으로써, 하느님께서는 우리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증명해 주셨습니다.”(로마 5,5-8)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고, 그분의 일을 완수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양식은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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