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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4-03-25 조회수852 추천수10 반대(0)

동창 신부님들과 천안으로 잠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동창 신부 한명이 오는 길에 지갑을 분실하였습니다. 우리는 지갑을 분실한 친구에게 조금씩 돈을 모아서 드렸습니다. 그런데 천안에 도착을 하니, 교구 한마음 한 몸 운동 본부에서 전화를 하였습니다. 동창신부는 장기기증을 하였고, 지갑 안에 장기 기증 카드가 있었습니다. 택시기사는 지갑 속에 있는 장기기증 카드를 보고 한마음 한 몸 운동 본부에 전화를 하였고, 한 마음 한 몸 운동 본부에서 동창 신부에게 전화를 하였습니다. 우리는 택시기사와 통화를 하였고, 기사 분은 동창 신부의 지갑을 찾아 주었습니다.

 

저는 이번 일을 통해서 아름다운 마음들을 보았습니다.

지갑을 잃어버렸어도, 친구들과 함께 하려는 마음을 보았습니다. 저 같으면 속이 상해서 겉으로 드러날 거였습니다. 그런데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함께 여행을 하였습니다. 지갑을 잃어버린 친구를 위해서 가진 돈을 함께 나누는 친구들의 마음도 보았습니다. 친구를 위로하려는 마음이 있었고,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승객의 지갑을 찾아 주려는 택시기사의 따뜻한 마음도 보았습니다. 돈에 대한 욕심 때문에, 귀찮기도 하기 때문에 지갑을 찾아 주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 기사 분은 친절하게도 연락처를 알아서 찾아 주었습니다. 환자들을 위해서 장기기증을 하는 마음도 보았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장기기증 카드를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나의 몸이 누군가를 위해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생활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주변을 보면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있습니다. 고통과 슬픔을 이겨내고, 밝게 살아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느님을 원망하고, 신앙을 포기고 싶은 상황 속에서도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고, 주님의 종으로 살아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봉성체를 다닐 때면 갑자기 다가온 슬픔과 고통 앞에서 주님을 믿고 살아가는 분들을 만나곤 하였습니다.

 

20년 이상, 장애의 몸이 된 남편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건강할 때만, 돈을 잘 벌 때만, 젊을 때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병들고, 아무런 능력이 없어도 남편을 사랑하는 그 마음을 보았습니다. 별 것 아닌 수술의 후유증으로 제대로 걷지를 못하는 자매님도 보았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아들을 잃어버린 엄마도 보았습니다.

 

신앙인은 아무런 고통이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신앙인은 고통 중에서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깨닫는 사람들입니다. 고통 중에 세상을 원망하고, 분노하고, 좌절하고, 미워하는 사람들은 그런 고통 속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합니다. 그러나 신앙인들은 고통 중에서 인내를 배우고, 인내는 겸손을 알게 하고, 겸손함은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게 합니다. 같은 물이라고 해도 뱀이 마시면 생명을 죽이는 독을 만들게 됩니다. 그러나 같은 물이라도 소가 마시면 생명을 살리는 우유를 만들게 됩니다.

 

오늘 우리는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성모님은 바다의 별, 우리의 어머니, 천상의 모후, 정의의 어머니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성모님의 생애는 고통의 바다.’였습니다. 어린 아들을 성전에 봉헌했을 때 시메온으로부터 가슴이 찢어지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든 고향을 떠나 어린 아들을 데리고 이집트로 피난을 가야했습니다. 어린 아들을 예루살렘에서 돌아오는 길에 잃어버렸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이 미쳤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아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을 보아야 했습니다. 아들의 죽음을 보았고, 죽은 아들을 가슴에 묻어야 했습니다. 성모님은 그런 고통 중에서 하느님의 뜻을 보았고, 인류를 구원하려는 하느님의 계획을 받아들였습니다.

 

최민순 신부님께서는 고인의 기도라는 아름다운 시를 우리에게 남겨 주셨습니다.

주님, 오늘 나의 길에서 험한 산이 옮겨지기를

기도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에게 고갯길을

올라가도록 힘을 주소서.

내가 가는 길에 부딪치는 돌이 저절로 굴러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 넘어지게 하는 돌을

오히려 발판으로 만들어 가게 하소서.

 

넓은 길, 편편한 길, 그런 길을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좁고 험한 길이라도 주님과 함께 가도록

더욱 깊은 믿음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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