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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포 역에서...
작성자
이부영
작성일
2014-03-28
조회수
755
추천수
2
반대
(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방문해 주심을 감사드리며 머무시는 자리마다 고운마음 피우시길 바랍니다.
'가난한 자'
지팡이(로벨또)
구포 역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자리에 어떤 젊은 아빠가
아이를 데려다 눕혔다.
차림새를 보니
휴가를 왔던 모양이다.
그런데
바쁘게 할머니 한분이 다가오셔서
그 젊은이와 눈을 맞추고
부시럭 부시럭
비닐봉지의 매듭을 풀고 계셨다.
옆에 선 아들이
엄마의 거친 손끝에 매달려
풀리지 않는
봉지속을 들여다 보는
눈길이 무엇인가?
궁금함이
눈에 잔뜩 베어있는 느낌이다.
매듭이 풀리고
할머니는 속비닐의 흰 봉지속에
따끈따끈한 감자를
들어 올려 보이면서
어서 먹으라고 눈으로 말씀 하신다.
엄마와 아들은 별 말이 없었다.
아들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감자가 눈 속으로
쏘옥 들어오자
애기같은 웃음을 활짝 웃으며
한알을 들고 반으로 쪼개어
엄마의 입속에 넣어 드리고
나머지 반쪽은 자기가 먹으면서
분이 뽀얀 감자의 맛을통해
엄마의 사랑을 먹고 있었다.
엄마는 삶은 감자 한알을
어째서라도 먹여
보내고싶은 마음 때문에
더위도 잊고 헐레벌떡
정거장으로 달려오신것이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먹기가 창피 하다고
"엄마 나중에 차 속에서 먹을께"라고
했을수도 있었을텐데
장소가 문제가 되지않는
모자간의 사랑은
주고싶은 마음과
받고있는 마음이 하나가되어
장소가 문제될수 없었다.
할머니의 손주는
소음 속에서도
쌔근쌔근 단잠중에 있었고,
아빠는 엄마의 사랑을 먹느라
세상에 부려운게 없을듯해 보였다.
눈 깜짝 할 사이에
하느님이 그려내신 그림 한폭에
행복한 감상을 나는 하였고,
나도 내 아이를 만나면 뭘 해 먹일까?
그것을 생각하며
먼 나라에 가 계신
내 엄마가 생각이 났다.
나에게 엄마가 있었던것도
내가 엄마가 되었다는것도
축복이었고 은총이었음을
속으로 내내 생각하며
레일위에서 내 마음속에
무지개를 그려 보았다.
서울역에 다달으면
지금 내리고 있는 이 비가
그쳐야 할텐데....
- 아니마 글 중에서 -
♬ 73번 만민의 왕 그리스도 ♬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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