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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믿음의 여정 -깨어남, 일어남, 비춤-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성 요셉 수도원)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3-30 조회수832 추천수8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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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3.30. 사순 제4주일

사무 상16,1ㄱㄹㅁㅂ.6-7.10-13ㄴ 에페5,8-14 요한9,1-41


믿음의 여정

-깨어남, 일어남, 비춤-


사순 제4주일은 일명 장미주일로 부활의 기쁨을 앞당겨 누리는 날입니다.

이미 만개(滿開)한 개나리, 진달래, 목련 꽃들이 부활의 기쁨을 앞당겨 노래하고 있습니다.

사순시기는 우울하고 어둡게 지내는 고행의 시기가 아니라

성령의 기쁨, 갈망의 기쁨으로 주님 부활을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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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저는 오늘 강론을 3주전 서울주보에 기고하여

'생명의 말씀'란에 '개안의 여정'이란 주제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오늘 저는 '믿음의 여정'이란 주제로 묵상을 나눕니다.

오늘 묵상은 2독서 말미의 다음 말씀에서 착안했습니다.

사순 제4주일을 맞는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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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사람아, 깨어나라.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어나라. 그리스도께서 너를 비추어 주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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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깨어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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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여정, 첫 단계는 잠에서 깨어나는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를 향해 '잠자는 사람아, 깨어나라.'말씀하십니다.

잠에서 깨어남 역시 은총이자 수행의 노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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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깨어있지 않고 잠들어 있는 영혼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살아있다 하여 다 살아있는게 아니라 잠에서 깨어날 때 비로소 살아있는 것입니다.

깨어있음의 빛이요, 깨어있음의 기쁨이요, 깨어있음의 생명입니다.

잠에서 깨어나 불러주신 삶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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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독서의 엘리압이 아닌 다윗의 선택과정이 흡사 잠에서 깨어남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

"겉모습이나 키 큰 것만 보아서는 안된다.

나는 이미 그를 배척하였다.

나는 사람들처럼 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보지만 주님은 마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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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잠에서 깨어날 때,

은총으로 깨어있을 때 선입견, 편견에서 벗어난 주님의 뜻에 따른 올바른 분별입니다.

주님은 사무엘을 통해 당신 마음에 드는 다윗을 선택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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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아이다. 일어나 이 아이에게 기름을 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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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주님의 영이 다윗에게 들이닥쳐 그날부터 줄곡 그에게 머물렀다 합니다.

주님의 부르심의 은총으로 완전히 영적 잠에서 깨어나

성령 안에서 새 사명을 부여 받아 새 인생을 살게 된 다윗입니다.

다윗뿐만 아니라 우리 역시

세례성사를 통한 부르심에 의해 잠에서 깨어나 성령 안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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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읽은 다산 정약용의 유배일기 중 한 대목이 생각납니다.

"나는 지금 구덩이에 빠졌다.

하지만 평지려니 하고 지낸다.

이런 평상심이 가능한 것은 오로지 독서(읽기)의 힘이다.

책을 읽으며 허물어지는 마음을 하루하루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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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심(平常心)이 도(道)입니다.

우리로 하면 성독(lectio divina)과 더불어 끊임없이 규칙적으로 바치는 미사와 성무일도가

허물어지는 마음을 하루하루 다잡게 하며 깨어있는 삶을 살게 합니다.

이런 규칙적이고 항구적인 영적수행이 없으면 영혼은 무너져 깊은 잠에 빠져들게 되니

이보다 큰 재앙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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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일어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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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여정 둘째 단계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태생 소경은

주님을 만남으로 눈을 뜨니 흡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어남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

새삼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어남도 은총이자 노력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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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부모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다.

하느님의 일이 저 사람에게서 드러나려고 그리된 것이다.

나를 보내신 분의 일을 우리는 낮 동안에 해야 한다.

이제 밤이 올 터인데 그때에는 아무도 일하지 못한다.

내가 이 세상에 있는 동안 나는 세상의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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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말씀이 은혜롭습니다.

세상의 빛이신 주님을 만날 때 태생 소경처럼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어나 주님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파견된 이'를 뜻하는,

예수님을 상징하는 실로암 샘물에 씻고 앞을 보게 된 태생 소경은 그대로 부활체험을 한 것입니다.

전 주일 복음의 '야곱의 우물'가에서 주님을 만나 구원 받은 사마리아 여인과 흡사합니다.

우리 역시 주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야곱의 우물', '실로암 샘'같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어나 부활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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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는 게 죄가 아니라 일어나지 않는 게 죄요,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게 죄입니다.

잠에서 깨어나,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어나, 늘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우리 믿음의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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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걷기 예찬'이란 글 중 한 대목입니다.

"다비드 르 브로틍은 홀로 걷는 고독을 가장 즐긴다.

'고독만큼 함께하기 좋은 동반자는 없다.'는 소로의 말처럼

고독하면서도 가득한 느낌이 드는 걷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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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나 '읽기'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어나 '걷기'가 좋은 짝을 이룹니다.

생각과 영혼을 빼앗기기 쉬운 디지털 시대에,

이처럼 '읽기'와 '걷기'의 수행에 항구함은 우리 믿음의 여정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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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비추어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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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셋째 여정은 주변을 밝히는 빛으로 사는 것입니다.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비추시기에 빛으로 살 수 있습니다.

주님은 세상의 빛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이는 생명의 빛을 얻습니다.

오늘 태생 소경은 주님을 만남으로 영안이 활짝 열려 고백합니다.

"주님,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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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을 발견하고 주님께 믿음을 고백함으로 완전히 주님의 빛이 되어 살게 된 태생 소경이요,

이 거룩한 미사에 참석한 우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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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를 향한 바오로를 통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한때 어둠이었지만 지금은 주님 안에 있는 빛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

빛의 열매는 선과 의로움과 진실입니다.

무엇이 주님 마음에 드는 것이지 가려내십시오.

열매를 맺지 못하는 어둠의 일에 가담하지 말고 오히려 밖으로 들어내십시오.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모두 빛으로 밝혀집니다.

밝혀진 것은 모두 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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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주님 안에 있는 빛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비추십니다.

그러니 주변을 비추면서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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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4주일, 믿음의 여정 중에 있는 우리 모두를 향해 주님의 말씀하십니다.

1.잠자는 사람아, 깨어나라.

2.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어나라.

3.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비추시니, 비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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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깨어 일어나 세상을 비추는 빛의 자녀로 살게 하십니다.

"주님, 은총의 빛으로 저희 마음을 밝혀 주시어,

저희가 언제나 주님의 뜻에 맞는 것을 생각하며,

주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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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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