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4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4-04-01 조회수703 추천수3 반대(0)

어릴 때의 기억입니다. 동네에는 우물이 있었습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도 얼지 않았던 우물입니다. 동네 사람들이 사용해도 부족하지 않았던 우물이 신기했습니다. 우물은 넘치는 적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우물 안에 적당한 양의 물이 있었습니다. 어린 제게 우물보다 더 신기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동네에 설치한 펌프였습니다. 펌프의 작은 입구에 한 바가지의 물을 부어 넣고 펌프의 손잡이를 저으면 물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겨우 한 바가지의 물을 부었을 뿐인데 물은 한정 없이 나왔습니다.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 한 바가지의 물이 땅속에 있는 물을 부르는 마중물이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나중에 펌프를 사용하는 분들을 위해서 한 바가지의 마중물을 남겨 놓았습니다. 수도꼭지만 틀면 언제든지 물을 얻을 수 있는 지금의 삶이지만 그만큼 물의 소중함과 고마움은 덜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마중물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율법과 관습이라는 땅 속에 숨어있던 참된 자유와 진리의 물을 퍼 올릴 수 있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교만과 욕심이라는 땅 속에 숨어있던 사랑과 희망이라는 물을 퍼 올릴 수 있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좌절과 불안 그리고 근심과 두려움이라는 땅 속에 숨어있던 용기와 자신감이라는 물을 퍼 올릴 수 있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사용하신 펌프는 십자가와 희생이었습니다. 십자가와 희생은 정말 소중한 것들을 끌어 올렸습니다. 영원한 생명과 부활이라는 선물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기꺼이 마중물이 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새봄을 알리는 꽃처럼 희망의 꽃을 보는 것입니다. 간첩조작 사건, 문서 위조 사건은 그냥 밝혀지는 것이 아닙니다. 억울한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38년 동안 몸이 아파서 누워있었던 환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베짜타라는 연못에 몸을 담그면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도 있었지만 그 환자는 스스로 움직일 수가 없어서 연못으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환자를 보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은 건강을 회복하길 원합니까?’ 환자는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저는 원하지만 아무도 저를 저 연못으로 데려가 주질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크신 능력으로 누워있는 환자를 연못으로 데려가지 않으시고 직접 고쳐주셨습니다. 연못이 사람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연못은 하나의 도구였습니다. 사람을 치유하는 것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였습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종종 봅니다. 그분들은 하나씩 이유가 있었습니다. 마치 누워있던 환자가 스스로 움직일 수 없어서 연못으로 갈 수 없다고 말한 것과 비슷합니다.

경제적인 이유를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신부님 제가 하는 일이 조금 잘 되면 성당에 나가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느님은 부자들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록 지금 가난해도, 지금 힘들어도 하느님을 찾으면 하느님께서는 그런 사람들에게 축복을 주십니다.

가족들을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이가 대학에 합격하면 나오겠다.’라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남편이 나가면 함께 나가겠다.’라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함께 신앙생활을 하면 좋겠지만 지금 내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족들을 하느님께로 이끌어 들이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이웃들과의 관계를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교우들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분이 있어서 성당에 안 나온다.’라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신앙생활하면서 생각이 다르고 의견이 다른 분들과 만나게 됩니다. 때로는 금전적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신앙생활을 포기하는 것은 작은 것 때문에 큰 것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믿고 따른다면 주님께서는 크신 능력이 있기 때문에 재정적인 이유가 있어도, 가족들과의 문제가 있어도, 이웃과의 문제가 있어도 우리를 치유해 주실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위로와 축복을 주실 수 있습니다. 기도는 언제나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리모컨입니다.

주 하느님, 깨끗한 마음을 제게 만들어 주시고, 주님 구원의 기쁨을 제게 돌려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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