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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4-04-04 조회수1,060 추천수9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4년 4월 4일 사순 제4주간 금요일
 
 
The one who sent me, whom you do not know, is true.
I know him, because I am from him, and he sent me.
(Jn.7,28-29)
 
 
제1독서 지혜 2,1ㄱ.12-22
복음 요한 7,1-2.10.25-30
 

언젠가 마트에 갔다가 비상식량을 구입했습니다. 군대에서만 사용하는 것으로 아시겠지만, 요즘에는 시중에도 비상식량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종류가 있더군요. 밤에 출출할 때, 또 식사 시간을 놓쳐서 식사를 못할 경우를 대비해서 다른 상품에 비해서 비싸고 또 좋아 보이는 것으로 몇 개 구입했습니다.

며칠 전이었습니다. 밤에 너무나도 배가 고픈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구입했던 비상식량이 떠올려졌지요. 얼른 냉장고의 문을 열고 비상식량 하나 꺼내서 조리법에 나와 있는 대로 전자레인지에 5분간 돌렸습니다. 5분의 시간이 지난 뒤에 전자레인지 문을 여는 순간,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안 좋은 냄새, 즉 음식 상한 냄새가 났기 때문이었지요.

비상식량이란 말 그대로 비상시에 먹을 수 있는, 그래서 오랫동안 보관해도 괜찮은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더욱 더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겉봉지에 적혀 있는 ‘주의사항’을 보게 되었지요. 이곳에는 제가 미처 보지 못한 중요한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냉장보관이 아니라 냉동보관이더군요. 냉동실에 보관해야 할 것을 냉장실에 보관했으니, 음식이 상한 것이었지요. 여기에 유통기한도 넘겼습니다. 따라서 다섯 개나 되는 비상식량을 모두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꽤 맛있다는 비상식량이었는데, 맛 한 번 보지 못하고 그냥 쓰레기통으로 향했습니다. 유통기한을 넘기고, 보관 장소가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 안에서도 ‘때’와 ‘장소’는 중요한 것 같다는 묵상을 해 봅니다. 주님의 뜻을 실천해야 할 ‘때’에 자신의 이기심과 욕심을 내세워서 거부할 때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또한 사랑을 실천해야 할 곳에서 미움과 다툼을 행했던 적은 없었을까요? 그러한 곳에서 과연 주님의 영광이 드러날 수 있을까요? 절대로 드러날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면 이스라엘 사람들의 깜짝 놀라는 장면이 나오지요. 당시의 최고 의회 의원들과 종교지도자들이 예수님을 붙잡아 죽이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용케 피하는 능력(?)에 놀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를 지도자들이 가지고 있는 메시아 개념 때문이라고 군중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아직 주님 수난의 때와 장소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적인 힘의 개입으로 그들은 예수님을 붙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주님께서는 이 ‘때’와 ‘장소’를 잘 아셨습니다. 왜냐하면 아버지를 잘 아셨고, 아버지의 뜻에 의해서만 움직이셨고, 또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 역시 지금의 자리와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 지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단순히 내 욕심과 이기심을 채우는 시간과 장소로 만드는 것이 아닌, 주님의 뜻과 영광을 세우는 시간과 장소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때 어떠한 악도 우리의 일을 방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마치 예수님을 붙잡아 죽이려고 했지만 어떻게 하지 못한 것처럼 말이지요.

휴식은 게으름과는 다르다. 나무 그늘 밑 풀밭에 누워 물소리를 듣거나 파란 하늘에 유유히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존 러벅).

 
어제 아주 멋진 카페에 갔었습니다. 예쁘죠?

 

 
오랜 시간의 노력이 필요할 때.

아침 운동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송도국제도시가 보이는 도로 옆에서 어떤 형제님 한 분이 많은 장비를 이용해서 사진을 찍고 계셨습니다. 저는 그냥 ‘사진 찍으시는구나.’라는 생각만 하면서 그 옆을 지나갔지요.

제가 생각했던 목적지까지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습니다. 갈 때 보았던 그 자리에 형제님께서 여전히 사진을 찍고 계십니다. 다시 그 자리를 지나가는 시간이 40분 정도였으니까, 이 형제님은 최소한 40분 이상을 똑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고 계셨던 것이지요.

제 자리에서 한 장면만을 계속해서 찍어대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서 멋진 사진이 나오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기다리지 못했습니다. 그냥 아무렇게나 한두 장 찍고는 ‘왜 이렇게 안 나왔지?’하면서 불평할 때가 많았지요. 그러나 성의 없었던 제 자신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가졌던 염치없는 욕심을 반성하면서, 짧은 시간에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의 노력을 통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올바른 마음을 가져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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