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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프란치스코 교황 자의교서 주님의 성령 어떤 의미인가: 제대 위 여성 현존 공식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1-25 조회수6,298 추천수0

프란치스코 교황 자의교서 「주님의 성령」 어떤 의미인가


제대 위 여성 현존 공식화… 새 직무에 맞는 식별 기준 필요

 

 

이제 여성들도 공식적으로 독서직과 시종직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월 11일 자의교서 「주님의 성령」(Spiritus Domini)를 발표하고 교회법 230조 1항을 수정했다. 전례 거행 안에서 여성의 하느님 말씀 선포와 제단 봉사 직무를 승인한 것이다. 교황은 자의교서 반포와 함께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루이스 라다리아 추기경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이어온 쇄신의 지평 안에서, 교회 내 세례받은 모든 이의 공동책임, 특히 평신도의 사명을 재발견하는 것이 오늘날 더욱 시급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의교서 「주님의 성령」 주요 내용과 의미를 살펴본다.

 

 

독서직 · 시종직에 여성 허용

 

“나는 교회법 제230조 1항을 수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교회법 제230조 1항이 다음과 같은 형태로 수정되도록 정합니다. ‘주교회의의 교령으로 정하여진 연령과 자질을 갖춘 평신도들은 규정된 전례 예식을 통하여 독서자와 시종자의 교역에 고정적으로 기용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의교서 「주님의 성령」(Spiritus Domini)에서 교회법 제230조 1항 중 ‘남성 평신도’를 ‘평신도’로 수정했다. 그동안 남성 평신도에게 유보됐던 독서직과 시종직의 수여를 여성 평신도에게도 허용한 것이다.

 

「로마 미사 총지침」에 따르면 독서자는 복음을 제외한 성경을 선포하는 직무로, 보편 지향 기도에서 지향을 알리고 시편 담당이 따로 없을 경우 독서 사이의 시편을 노래할 수 있다. 시종은 제대에서 봉사하고 사제와 부제를 돕는 직무로, 제대와 거룩한 그릇을 준비하고 필요한 경우 비정규 성체 분배자로서 신자들에게 성체를 나눠준다. 복사와 성체분배자가 이에 해당한다.

 

이미 많은 여성 평신도들이 미사나 전례 안에서 독서를 읽거나 복사를 서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라 교회법 230조 2항 ‘평신도들은 임시적 위임으로 전례 행사에서 독서자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조건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교황은 왜 교회법을 수정하게 된 걸까? 교황은 「주님의 성령」에서 시노드 교부들이 오늘날 교회가 겪는 도전과 복음화 활동 지원을 위해 이 문제에 대해 교의적으로 깊이 논의할 것을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사실 여성의 공식적 독서직 참여에 대한 요청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2008년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하느님 말씀’을 주제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정기총회(2008년 10월 5~26일)에서 시노드 교부들은 ‘독서직이 여성에게도 열려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최종문헌 17항), 시노드 후속 교황 권고인 「주님의 말씀」(Verbum Domini, 2010년 9월 30일)에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전례 예식 안에서 독서자로서의 임무 수행은, 정확히는 독서직은, 라틴 예법 안에서 평신도의 직무’라고 밝힌 바 있다.(58항 참조)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님의 성령」에서 “이러한 제안들을 받아들이면서, 최근 우리는 교회에 의해 특별한 방식으로 설정된 직무들이 세례받은 사람이 누리는 공통된 조건과 세례성사에서 받은 왕다운 사제직을 그 토대로 한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교의적 발전에 도달했다”면서 “이러한 직무가 세례성사에 근거를 갖는 만큼, 이미 교회법 제230조 2항에서 간접적으로 표현된 것처럼, 남성이든 여성이든 적합한 평신도들에게 수여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신앙교리성 장관 라다리아 추기경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오늘날 교회 안의 많은 맥락에서 남성에게만의 유보를 없애는 것이 하느님 백성의 지체들이 세례를 통해 받은 공통의 존엄성을 드러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례를 통해 보편 사제직을 받은 남성과 여성 평신도 모두에게 시종직과 독서직을 허용하는 것은, 여성을 포함한 수많은 평신도들이 오랜 기간 동안 교회의 삶과 선교 사명에 기여 해왔음을 전례적 행위를 통해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8년 4월 25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반알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린이 복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CNS.

 

 

평신도의 전례 참여 확대를 위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마무리한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자의교서 「일부 직무」(Ministeria quaedam)를 통해 평신도에게 전례 직분을 부여했다. 1972년 발표된 이 교서는 라틴예법을 따르는 교회 안에서 (그 당시까지 소품이라고 불리던) 서품되지 않은 직무와 관련된 실천들을 되돌아보고, 이를 시대의 요청에 맞게 바꿨다.

 

즉 예전에는 한 남성이 사제가 되기 위해 삭발례 뒤 수문품(문지기)·강경품(독서직)·구마품·시종품의 4가지 소품과 차부제품·부제품·사제품의 3가지 대품, 모두 7품을 차례로 받아야 했는데,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삭발례와 소품들, 대품 가운데 차부제품을 폐지하고 부제품과 사제품만 남겼다. 독서직과 시종직은 대체로 사제직 후보자를 위한 직무로 설정했다. 이로써 평신도 남성이 독서직과 시종직에 참여하기 시작했지만, ‘존중하여야 할 교회 전통에 따라 독서직과 시종직 수여는 남자들에게 유보된다’는 조항을 삽입해 여성의 교역 참여를 제한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주교시노드에 의해 수면 위로 떠오른 식별을 일깨우면서 제대 위 여성의 현존을 공식화하고 제도화시켰다. 교황은 「주님의 성령」에서 “교회가 주교의 식별을 통해, 그리고 필요한 준비 기간을 거친 후, 자의교서 「일부직무」도 언급한 것처럼, 교회가 세례와 견진성사에 힘입어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백성을 충실히 섬길 분명한 의지’를 식별한다면, 독서직과 시종직이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에게도 수여될 수 있도록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히고 있다.

 

교황은 평신도들이 단순한 독서자, 복사로 제단에서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서품받지는 않았지만 교회의 공적 직무’로, 독서직과 시종직, 주교를 통해 교회 공동체로부터 공적으로 자질을 인정받고, 영속적으로 위임된 권한으로 교회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길 바라고 있다.

 

이번 교회법 개정으로 그동안 교회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단순한 봉사자와 협조자로 인식됐던 여성이 주교를 통해 선발되고 인정을 받으며 교회의 ‘공식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또 각국 주교회의는 독서직과 시종직을 비롯해 지역 복음화 활동의 요구에 따라 설정될 새로운 직무에 적합한 남녀 후보자들을 준비시키고 식별하는 기준을 마련하게 될 전망이다.

 

주교회의 전 홍보국장이자 전례학 박사 안봉환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자의교서는 세례성사를 통해 모든 평신도들이 받은 보편사제직에 대한 여성의 참여 확대를 위한 노력”이라면서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평신도들이 교회의 구성원인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독서직, 시종직을 통해 말씀을 선포하고 사제직을 수행하길 바라는 교황의 바람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가톨릭신문, 2021년 1월 24일, 최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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