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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6일 복음묵상(묻어 버린 나의 본 모습)
작성자오승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4-04-05 조회수941 추천수0 반대(0) 신고

오늘 복음말씀이 무척 깁니다. 그 중에 네 군데 말씀이 가슴에 사무칩니다.

 

첫째, "주님, 주님께서 여기에 계셨더라면 제 오빠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요한 11,21)

정말 많이 들어본 말이 아닌가요? 나도, 너도, 내가 알고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저런 탄식을 내뱉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실패하고 고통을 겪은 이유는, 바로 주님이 내 곁에 계시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잘되면 제 탓,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더니. 더 간단한 단어가 있습니다. 핑계. 핑계는 좌절에 대한 굴복입니다. 주님의 현존에 대한 불신앙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전능함을 믿으면서, 주님의 현존을 믿지 않는 모순을 범합니다. 주님의 현존을 믿음은 내가 쓰러질 때에도, 내 형제 자매가 넘어질 때에도 항상 함께 하심을 믿는 것입니다. 그러니 좌절할 때 주님의 현존을 눈을 감을 것이 아니라, 더 열렬히 주님의 현존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법은 기도입니다. 주님의 현존을 발견하는 여정이 곧 신앙의 길입니다. 주님의 신비가 쉽게 그 현존을 드러내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믿음으로 탐색할 수 있습니다. 아집과 이기심과 핑계로 가려진 사람의 눈을 대신할 우리의 흰지팡이는 바로 기도와 믿음입니다.

 

둘째, 예수님께서 "그를 어디에 묻었느냐?" 하고 물으시니, 그들이 "주님, 와서 보십시오." 하고 대답하였다.(요한 11,34)

벌써 여러 번 죽었습니다. 지금 내 몸은 살아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살면서 벌써 여러 번 죽었습니다. 성질만 죽인 게 아니라 감각도 죽이고 마음이 죽이고 본능도, 열정도, 희망도 참 많이도 죽였습니다. 내 죄가 나를 파묻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친절하게 물으십니다. "어디에 묻었니?" 대답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또 고민입니다. 예수님 시대의 사람들은 순진하기도 하지, 묻은 것이 여기 있으니 와서 보라고 안내합니다. 그걸 드러내고 싶습니까? 탐욕과 열등감에 찌들어 파묻힌 그것들을 다시 꺼내고 싶습니까?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닌양, 당연히 파묻어야만 걸림돌이 없어지는양 스스로 되새기고 제거하려 했던 나의 일부분. 과연 예수님이 네 치부를 드러내라 하실 때, "주님, 와서 보십시오."라고 온전한 믿음으로 그것들을 바칠 수 있을까요? 주님께서 어루만져 주신다는데도, 얼른 모시지 못하는 이 심정은 뭔가요.

 

셋째, "주님, 죽은 지 나흘이나 되어 벌써 냄새가 납니다."(요한 11,38)

그래요, 바로 내가 버린 내 것들이 이미 부패해서 더 이상 살릴 가치가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이 종종 말씀하시길, "내 속이 썩어 문드러졌다."더니, 나이 먹고 이제서야 그 심정을 알겠습니다. 도무지 치유될 것 같지 않은 내 마음을, 내가 버린 내 마음을, 그 냄새나는 것을 주님께서 찾으십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나를 살리기 위해서랍니다. 내가 포기한 내 마음을, 내가 포기한 내 양심, 좌절, 고통과 사랑을 주님께서 되찾아주시겠다고 하시지 않습니까. 벌써 사 년 전, 사십 년 전에 묻어 버린 내 일부분을 끄집어낼 때, 냄새가 나는 건 나뿐인가요? 주님은 코가 없을까요? 다 썩었을 것 같은 내 것을 끄집어 내놓지 못하는 내 심리는, 주님이 한도 없는 사랑으로 날 찾아다니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인가요?

 

넷째, "그를 풀어 주어 걸어가게 하여라."(요한 11,44)

역시나, 역시나 꺼내어 보니 본 모습이 아닙니다. 내가 묻어 버린 내 마음과 양심과 사랑 같은 것들은 탐욕과 악행과 죄에 뚤뚤 말려 있던 것입니다. 마치 상처를 싸맨 듯, 미이라나 투명인간을 싸맨 붕대처럼 사람의 본 모습은 혼자 설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숨이 막혔겠지요, 그러니 감각이 없었겠지요. 느끼지 못하고, 가슴뛰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핑계 있는 무덤에 내 본 모습을 묻어놓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말씀으로 치유하십니다. 풀어 주라고. 걸어 가라고. 실천은 나의 몫입니다. 자유는 나의 몫입니다. 해방은 나의 몫입니다. 주님이 나에게 명령하셨으니까요.

 

- 퍼시아저씨.(20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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