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의 모든 것] (27) 감사송
하느님의 구원 업적에 감사드리는 찬양 기도 - 감사송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간을 구원하신 아버지 하느님께 지상 교회와 천상 교회가 함께 감사와 찬양을 드리는 기도이다. 사진은 사도좌 방문 중인 미국 주교단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CNS] 나처음: 새해 들어 성경 통독을 시작했어요. 새해 첫날 우연히 성경을 펼쳤는데 “여러분을 부르신 분께서 거룩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모든 행실에서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1베드 1,15-16)는 말씀이 눈에 확 들어왔어요. 그래서 올 한 해 성경을 통독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조언해: whyrano(와이라노)! 나는 새해 첫날부터 성경 필사를 시작했는데. 완불소(완전히 불타는 소통). 라파엘 신부: 뭔 말인지 못 알아들어도 새해 할 일로 성경 읽기와 쓰기를 시작했다니 칭찬하마. 우리가 하느님을 닮아 거룩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란다. 하느님께서 무엇보다 바라시는 일이기 때문이지.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너는 내 앞에서 살아가며 흠 없는 이가 되어라”(창세 17,1)고 당부하셨지.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부르시어 사랑으로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단다.(에페 1,4 참조)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모든 그리스도인은 어떠한 생활 신분이나 처지에서든, 하느님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완전한 성덕에 이르도록 저마다 자기 길에서 주님께 부르심을 받는다”며 “이웃에게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거룩한 사람이 되자”고 권고하셨지.(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10항 참조) 나처음: 성경을 읽고 미사에 참여하는 것도 거룩한 사람이 되는 데 도움이 되겠죠? 라파엘 신부: 허허! 안 된다면 그만둘 거니. 신앙생활 특히 성사생활은 생각보다 현실적이란다. 과거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새로운 현실, 지금 이 자리에서 구현되고 있는 현실이지. 비록 우리가 주님의 모습을 눈으로 확연하게 볼 수 없고, 전례 안에 숨겨진 형태로 주님의 실체가 드러난다 해도 그것은 지금 이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이지. 우리가 몸을 보고 영혼을 알고, 지상에서 행해지는 것을 보고 영적이고 숨겨진 것을 깨닫듯이 전례의 거룩한 표징, 특히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현존을 경험하지. 그래서 미사에 참여하고 성경을 읽는 것이 거룩한 사람이 되는 데 큰 도움을 준단다. 지금 우리가 미사에 관해 공부하는 것도 거룩하신 하느님을 체현하는 데 길잡이가 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지. 조언해: 감사 기도가 미사의 가장 거룩한 부분이죠. 저는 감사송을 시작할 때 사제가 양팔을 들어 올리며 “마음을 드높이” 할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껴요. 라파엘 신부: 나도 그래. 사제가 성찬 기도를 바치기 전에 감사송을 하는데 라틴말로 ‘프레파시오’(Praefatio)라고 해. 이는 ‘서문’이라는 뜻이야. 그래서 옛 미사 경본에는 ‘감사 서문경’으로 번역했지. 하지만 이 기도는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거룩한 하느님의 백성 전체의 이름으로 하느님을 찬양하고, 구원 업적 전체에 대해 감사를 드리는 기도이기에 현행 미사 경본에서는 ‘감사송’이라고 해. 나처음: 감사송을 자세히 새겨들으면 주일과 축일, 평일 때마다 내용이 다른 것 같아요. 감사송이 여러 개가 있나요. 라파엘 신부: 감사 기도 전례문은 전례 시기와 축일에 따라 변하는 부분과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었지. 변하지 않는 부분을 ‘카논’이라고 한다고 말이야. 변하는 부분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감사송’이야. 감사송 내용은 주님의 구원 업적을 드러내고 있단다. 그래서 대림 시기에는 구세주를 기다리는 내용을, 성탄 시기에는 그리스도의 탄생이 모든 인간에게 하느님의 영광으로서 드러난 사실을, 사순 시기에는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를, 부활 시기에는 십자가를 통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지. 또 각 대축일과 축일, 기념일에는 해당 주제를 상세히 진술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현행 로마 미사 경본에는 82개 감사송(통상문 감사송 부분에 51개, 시기 고유 부분에 31개)이 수록돼 있단다. 조언해: 감사송 내용이 전례 시기마다 달라져도 마지막에는 늘 ‘거룩하시도다’로 끝나는 것으로 보아 특별한 구성 요소로 짜여 있는 듯해요. 라파엘 신부: 냉철한데. 언해 말대로 감사송은 시작과 본문, 마침 부분으로 구성돼 있단다. ‘거룩하시도다’는 감사송의 마침 부분이 아니라 감사송에 대한 신자들의 화답이란다. 하느님의 자비와 은혜에 감사하는 것은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그래서 감사송 시작은 일반적으로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옵니다”라는 감사의 찬미로 시작하지. 모든 인간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원되었기에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버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기도를 바치는 것이야. 이 감사송 시작 부분은 거의 변하지 않아요. 본문은 전례 시기와 축일에 따라 그 내용이 변해. 내용은 그리스도를 통해 성취된 하느님의 구원 업적을 선포하고 있단다. 그래서 전례학자들은 모든 감사송의 본문 내용을 종합하면 한 권의 훌륭한 가톨릭교회 교리서, 구원의 역사서가 될 것이라고 말하지. 마침은 천상 영들의 이름이 다소 바뀌는 것 외에는 시작 부분처럼 거의 내용이 변하지 않는단다. “그러므로 저희는 놀라움으로 가득 차 아버지의 크신 사랑을 찬양하며 구원의 기쁨을 고백하고 하느님의 수많은 천사와 함께 입을 모아 끊임없이 노래하나이다”라며 하느님 나라의 천사들과 성인들을 하느님 찬양에 동참시킨단다. 이는 지상 교회의 미사 전례가 언제나 천상 예루살렘에서 거행하는 전례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란다. 지상 교회와 천상 교회가 하나가 되어 하느님의 영광과 구원의 은혜를 찬미하고 감사하는 현실이 바로 미사야. 이제 신앙생활이 현실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겠니? 나처음: 예! 그래서 저도 거룩하시도다를 노래하면서 거룩한 사람이 될래요. 라파엘 신부: 하하! 그래 너희도 미사를 통해 하늘의 천사와 성인들처럼 거룩한 사람이 되어 끝없이 하느님을 찬미하길 진심으로 바란단다. 다음번에는 거룩함과 미사의 ‘거룩하시도다’에 관해 알아보자꾸나.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1월 21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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