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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실패한 인생들(?) -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성 요셉 수도원)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4-10 조회수977 추천수12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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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4.10. 사순 제5주간 목요일 창세17,3-9 요한8,51-59


실패한 인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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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광희문과 당고개, 새남터 순교성지 세 곳을 순례하며

미사도 드렸고 기도도 했으며 확인 도장도 받았습니다.

새남터 순교성당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위해 묵주기도 15단을 바치기도 했습니다.

당고개 순교성지는 9분의 성인과 '하느님의 종' 이성례(마리아)가 순교한 곳으로

1839년 기해박해를 장엄하게 끝맺는 거룩한 땅입니다.

또 순교성지 새남터 성당에는

새남터에서 순교한 아홉 분 등 총 14분의 성인유해가 안치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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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성인들의 소개 글을 읽으며 우선 확인하는 것이 생몰연대입니다.

거의 모든 순교성인들이 20-30대 한창 나이에 순교하셨습니다.

무려 저는 이분들보다 2-3배는 살고 있는 셈이었습니다.

과연 오래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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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들의 삶을 보면서 언뜻 스친 생각은

세상적으로 볼 때는 한결같이 '실패한 인생들'이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비참하고 불행한 불쌍하기 짝이 없는 실패한 인생들이라는 것입니다.

저희 수도자들 역시 세상적으로 보면 '실패한 인생들(?)'이라

쉽게 이분들의 삶에 동병상련의 느낌도 들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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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적으로 실패한 인생들로 하면

예언자들은 더 말할 것 없고 성경의 대부분 인물들이 실패한 인생들입니다.

뭐니뭐니 해도 실패한 인생들의 원조로 하면 예수님일 것입니다.

오히려 주님은 실패한 인생들이 행복하다고(마태5,3-12) 선언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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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순교성인들이 실패한 인생들일까요?

이분들이 계시지 않다면 교회는, 세상은 얼마나 가난하고 삭막할까요?

부박하고 천박하고 각박하고 경박하기 짝이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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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을 가리키는 생생한 이정표와도 같은 순교성인들이 계시기에

많은 이들이 삶의 중심이자 의미이신 하느님을 찾고

위로와 치유, 평화와 기쁨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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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성인들은 결코 실패한 인생들이 아니라 영원한 삶을 사는 분들입니다.

도대체 이분들이 온갖 세상의 유혹을 이겨내고 항구히 주님을 섬기다가 순교할 수 있는 비밀은

어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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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입니다.

하느님 중심에

깊이 영혼의 닻을, 즉 믿음의 닻, 희망의 닻, 사랑의 닻을 내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과 내밀한 믿음과 사랑의 관계만이

세상 것들의 유혹에서 벗어나 초연의 자유를 누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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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들은 결코 세상의 밝고 가볍고 화려한 것들을 추구하지 않았고

깊이의 하느님을 추구했습니다.

그러니 아무도 이분들의 내적 충만의 행복과 기쁨을 앗아갈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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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의 예수님 역시 세상적으로 '실패한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 항구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 중심에 깊이 믿음의 뿌리 내리고 있었기에 가능했고 다음 대목이 이를 입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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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

(Amen, amen, I say to you, before Abraham came to be, I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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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이름(I AM)'에 주목해야 합니다.

바로 예수님은 애초부터 하느님께 깊이 뿌리내렸던,

아니 '하느님(I AM)'이심을 밝히는 대목입니다.

아브라함의 주님과의 내밀한 깊이 역시 상상을 초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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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아라.

너와 맺는 내 계약은 이것이다.

너는 많은 민족들의 아버지가 될 것이다.

나는 나와 너 사이에,

그리고 네 뒤에 오는 후손들 사이에 대대로 내 계약을 영원한 계약으로 세워,

너와 네 뒤에 오는 후손들에게 하느님이 되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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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처럼 아브라함 역시

하느님의 전폭적인 신뢰와 사랑을 받았던 '기도의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이렇게 하느님께 깊이 뿌리내려 하느님과 하나 되어 사셨기에

아브라함은 어떤 곤경 중에도 실패한 인생 여정에 항구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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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뿌리의 깊이에 닿았던 아브라함이요 예수님임을 깨닫습니다.

하여 하느님과 아브라함간의 계약은 예수님을 통해 완성됨을 봅니다.

실패 인생이냐 성공 인생이냐의 잣대는 순전히 하느님과의 내적 깊이에 달려있습니다.

느님 뿌리에 닿아있는 깊이의 사람들, 비록 실패 인생듯 하지만 성공 인생입니다.

세상 그 누구, 무엇도

이런 깊은 내면에서 샘솟는 영원한 생명의 평화와 기쁨을 줄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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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 중심에 깊이 영혼의 닻을 내려 내적 충만의 삶을 살게 해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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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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