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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둠 속의 빛 -마음의 성지(聖地)-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4-11 조회수738 추천수7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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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4.11. 사순 제5주간 금요일

예레20,10-13 요한10,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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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빛

-마음의 성지(聖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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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천사같은 지인의 배려로 남한산성과 천진암, 구산 순교성지를 순례했습니다.

순교성지를 방문할 때 마다의 느낌은 평화와 위로입니다.

방문후로도 다른 여행과는 달리 공허함이 없는 충만한 행복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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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성지마다의 성전은 정말 영혼의 안식처 같이 깊은 평화와 위로에 젖게 했습니다.

성지가 있어 성인이 아니라 성인이 있어 성지라는 진리를 새삼스럽게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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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땅은 성 김성우 안토니오(1795-1841) 덕분에 구원 받아 살아났구나.“

구산성지를 방문하며 깨달은 진리입니다.

신도시 개발로 인해 사방은 아파트 건설이 한창 이었고

구산성지는 마치 이들에 포위된 듯 사면초가의 섬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구산성지를 에워싸고 있는 높은 담벽이 마치 구산성지를 쳐들어오다 멈춘 듯 싶었습니다.

"아, 이 성지를 지켜내기 위한 싸움이 정말 치열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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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워싸고 있는 막강한 현실 앞에 성지의 존재는 정말 초라하고 약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힘은 무엇보다 강합니다.

하느님의 힘이 이 성지를 지켜낸 것입니다.

마치 영적전쟁 치열한 한 복판에 살아가는 신자들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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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성지같은 '믿음의 전사들'이 그리워지는 시대입니다.

사방 온통 인위의 건설 현장에

오직 소박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은 여기 구산성지 하나뿐이었습니다.

성인 덕분에 살아 난 성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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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의 목적은 형제자매님이, 형제자매님의 마음이 성지가 되는 것입니다.

바로 내가 성인이 되는 것이요 내 삶의 자리를 성지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이럴 때 형제자매님도 이 성지처럼 이웃에게 영혼의 쉼터가, 오아시스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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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해 준 고마운 분들에게 드린 말씀입니다.

정말 구산성지의 존재는 각별했습니다.

문명의 야만 속에 자연을 지키려는 장엄한 투쟁처럼 느껴졌습니다.

만일 이 성지가 개발로 사라졌다면 그 무형의 정신적 손실은 상상할 수 없이 클 것입니다.

돈 만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깊은 영적 전통과 유산으로 살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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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성이 없어 내적으로 공허하면

맹목적 욕망은 외적성장과 성취를 향하여 돌진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무분별한 낭비의 개발로 무참히 상처받고 사라져가는 자연은

바로 내적공허의 표현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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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빛, 죽음 속의 생명, 절망 속의 희망을 상징하는 구산성지였습니다.

이 거대한 신도시를 살리는 구원의 땅 성지처럼 느껴졌습니다.

구산성지가 주는 영적 메시지가 참으로 무궁무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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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오늘 독서의 예레미야가, 복음의 예수님의 처지가 구산성지 같습니다.

어둠 속의 빛, 죽음 속의 생명, 절망 속의 희망, 말 그대로 고립무원, 사면초가의 현실이지만

주변 모두를 밝히고 살리는 하느님 구원의 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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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이 개발되는 신도시에 구산성지가 없다면,

오늘 1독서의 상황에서 예레미야가, 복음의 상황에서 예수님이 빠져버린다면

그 현실은 온통 어둠이요 죽음이요 절망일 것입니다.

예레미야와 예수님은 그대로 세상을 살리고 밝히는 구원의 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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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님께서 힘센 용사처럼 제 곁에 계시니,

저를 박해하는 자들이 비틀거리고 우세하지 못하리이다.

의로운 이를 시험하시고, 마음과 속을 꿰뚫어 보시는 만군의 주님,

당신께 제 송사를 맡겨 드렸으니, 당신께서 저들에게 복수하시는 것을 보게 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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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성지를 지키는 것은,

내 존재 자체가 주님의 성지가 되게 하는 비결은 예레미야와 같은 기도뿐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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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우리의 힘입니다.

하느님과 깊은 사랑의 관계로 하느님의 힘을 내 힘으로 할 때

사면초가의 현실에서도 영혼의 쉼터인 성지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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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 노래 불러라! 주님을 찬양하여라!

그분께서 가난한 이들의 목숨을 악인들의 손에서 건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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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예레미야가 주님의 성지로 살 수 있었던 비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와 감사의 기도였음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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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아버지의 일들을 하고 있지 않다면 나를 믿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내가 그 일들을 하고 있다면, 나를 믿지 않더라도 그 일들을 믿어라.

그러면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을 너희가 깨달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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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세상의 성지로 살 수 있었던 비밀 역시 아버지와 깊은 일치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믿었다.'는 오늘 복음의 마지막 대목이

바로 예수님이 살아있는 성지임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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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매일의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마음을, 우리 존재자체를

당신의 거룩한 땅, 성지로 만들어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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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저희를 보호하시어, 온갖 해로운 것에서 언제나 지켜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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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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